오너 리스크를 예측하는 다섯 가지 질문

뉴스가 터지기 전, 투자자는 무엇을 놓쳤나

by 사유자

한국처럼 창업주 중심 지배구조가 많은 환경에서는 투자든, 취재든, 기업 분석이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오너 리스크다. 이는 단발성 악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뢰라는 무형자산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대부분 투자자는 뉴스를 통해 오너 리스크를 파악한다. 그러나 그 시점은 대게 기업의 주가가 상당 부분 하락한 뒤다. 그렇다면 최대주주 문제가 ‘잠재’되어 있는 기업을 사전에 가늠할 수 있다면 나의 증권 계좌도 빨간불이 켜질까. 신처럼 모든 위험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질문만으로도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일은 가능하다.


첫째, 의사결정은 누가 하는가?


회사의 주요 결정이 ‘시스템’을 거치는지, 아니면 사실상 ‘한 사람’의 영향력으로 이뤄지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를 판단하려면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 사외이사가 독립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 감사기구는 형식에 그치지 않는지 등을 점검해야 한다. 상장사의 경우 이사회 구성과 사외이사 현황, 위원회 설치 여부 등을 공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겉으로는 이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어도 결정적 순간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멍들고 있다는 신호다. 언제든 개인 리스크가 조직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배구조는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기업의 방향을 결정짓는 힘으로 작동한다.


정부는 2025년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한층 강화했다. 상징적인 변화가 사외이사의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한 점이다.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그에 걸맞게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일반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선임 비율 역시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높였다. 이론적으로 독립이사 비중이 커질수록 경영진과 최대주주에 대한 견제 기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숫자만으로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독립이사의 ‘독립성’과 함께 ‘전문성’도 확인해야 한다. 회사의 핵심 사업 분야와 무관한 인물이 단지 최대주주와의 학연·지연 등 관계를 이유로 선임된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형식상 독립이사일 뿐 우호 세력에 가깝다면 제도는 있어도 견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도 중요한 점검 대상이다. 이들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 중인지, 회의 개최 횟수와 안건 처리 내용은 충실한지, 문제 제기와 개선이 이뤄진 사례는 있는지 말이다. 위원회가 존재는 하지만 활동 내용이 빈약하다면, 그 조직은 ‘시스템 중심’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법적 분쟁이 반복적인가?


횡령·배임의 발생 배경은 첫째 질문과 맞닿아 있다. 오너에게 집중된 의사결정 구조와 내부통제 실패가 구조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오너가 회사를 임직원의 공동 조직이 아닌 개인 소유물로 인식하는 순간 회사 자산과 개인 자산의 경계는 무너진다. 문제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면 사적 판단이 공적 의사결정을 대체하게 되고, 그 결과가 횡령이나 배임과 같은 법적 분쟁으로 표면화된다.

여기에 오너의 잘못된 결정을 제어해야 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자금 집행 승인 절차의 점검 장치, 내부고발 보호 체계, 감사기구의 독립성 등이 미흡하다는 방증이다. 감사기구가 형식적으로만 존재한다면 리스크는 축적된다.


통제 설계의 실패는 리스크 반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반복성은 기업 신뢰도와 직결된다. 단발성 사건은 개인의 일탈로 설명될 수 있지만, 유사한 법적 분쟁이 되풀이된다면 이는 구조적 결함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의 경우 공시에서 검찰 기소 여부와 판결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셋째, 위기 대응은 신속하고 투명한가?


기업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위기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가 판단해야 할 핵심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보다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우선 속도를 봐야 한다. 악재 발생 이후 즉각 공시했는지, 아니면 언론 보도 이후 ‘마지못해’ 사실을 인정했는지를 구분해야 한다. 투명한 기업은 선제 공시를 택하고, 불투명한 기업은 후행 해명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 위기 상황에서 시간을 버는 행위는 곧 신뢰를 잃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다음은 내용의 구체성이다. 사과문이나 안내문에 피해 규모, 재무적 영향, 향후 대응 일정이 명시돼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좋은 소통은 숫자로 말한다. 반대로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표현으로 시간을 끌거나, 구체적 수치 없이 원론적 말만 반복하는 경우라면 책임의 밀도 역시 낮을 가능성이 크다. 수치가 없으면 책임도 흐려진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구조의 변화다. 단순한 사과로 끝나는지, 아니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내부통제 강화, 외부 감사 확대, 이사회 개편 등 구체적 시스템 변화가 뒤따른다면 위기를 교정의 계기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변화가 없다면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 번의 사과는 위기를 봉합할 수는 있어도 신뢰를 회복시키지는 못한다. 사고 이후 무엇을 바꾸었는지가 결국 투자자의 판단 기준이 된다.


넷째, 특수관계인 거래 비중은 높은가?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내부거래’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 뒤에는 ‘일감 몰아주기’나 ‘사익편취’ 같은 표현이 따라붙는다. 단어 자체가 이미 부당 행위를 암시하는 뉘앙스를 풍긴다. 특수관계인 거래는 가족, 계열사, 지배주주 등 경제적 이해관계로 얽힌 주체 간 거래를 말한다. 물론 모든 내부거래가 불법은 아니다. 대기업 집단 내에서 원재료를 조달하거나 물류를 공동 활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거래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목적과 가격, 비중이다. 예를 들어 A그룹이 오너 일가 지분이 높은 비상장 B사에 높은 단가로 물량을 몰아준다고 가정해보자. B사의 매출은 단기간에 급증하고,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 역시 함께 상승한다. 마치 정상적인 거래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의 이익이 총수 일가에게 이전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적 부 이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같은 행위는 공정 경쟁을 훼손한다. 외부 기업들은 가격과 품질로 경쟁해야 하지만, 내부거래 기업은 사실상 ‘보장된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한다. 신규 기업의 시장 진입은 어려워지고, 산업 내 활력이 떨어진다. 장기적으로는 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가치 왜곡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질수록 해당 기업의 ‘진짜 경쟁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기술력과 시장 평가로 만들어진 매출인지, 그룹 지원으로 형성된 인위적인 실적인지 구분하기 힘들어져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리스크 요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집단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핵심은 ‘독립성’이다. 한 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보려면 외부 시장에서 얼마나 인정받는지를 봐야 한다. 내부거래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그 기업은 그룹 울타리 안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독립 기업으로서 생존하려면 최소한 매출의 50% 이상은 외부에서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가격 경쟁력과 품질 경쟁력을 시장에서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경영과 소유는 분리되어 있는가?


지배와 경영의 분리 여부는 오너 리스크를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다. 오너가 회장과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서 있는지, 아니면 전문경영인이 일상적 경영을 맡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경영 경험과 산업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시스템화하고, 내부통제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경영인이 전략 수립과 투자 판단을 주도하고, 이사회가 이를 감독하는 구조라면 기업은 개인이 아닌 제도로 운영된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오너가 주요 의사결정을 직접 내리고, 주요 임원 인사가 개인적 신뢰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면 지배와 경영은 분리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구조에서는 오너 개인의 판단 착오나 구설이 기업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


오너 부재 상황도 중요한 판단 지점이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 건강 악화, 일시적 경영 공백이 발생했을 때 회사가 흔들림 없이 운영되는지 살펴봐야 한다. 내부 시스템과 의사결정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기업은 큰 충격 없이 경영을 지속할 수 있다. 이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근거다.


승계의 투명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승계는 오너와 기업이 가장 강하게 얽히는 시점이다. 편법 합병이나 우회 증여 논란 없이 공개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지분 이전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승계 과정이 불투명하다면 경영 판단 역시 ‘지배력 유지’에 우선순위가 놓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투자자가 볼 것은 공시 내용, 이사회 구조, 그리고 경영진의 행동 패턴이다. 제도는 문서에 남지만 진짜 지배구조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드러난다. 숫자와 직함 뒤에 숨은 실제 권력의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오너 리스크를 가늠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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