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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 Feb 13. 2022

[병원 디자인씽킹]의 특수성

병원 디자인씽킹


병원에 맞는 '디자인씽킹'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의료서비스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서 디자인씽킹을 도입할 수 있을까?.. 오늘은 이 내용에 대해 글을 적어보고자 한다.


 


언젠가...IDEO의 팀 브라운이 스탠포드 디스쿨에서 병원외래 환자경험 혁신 과제를 진행한 경험에 대해 적은 글을 읽은적이 있다. 그 글을 보면서 병원 디자인씽킹의 특수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면서 꽤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공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전에 인터넷에서 관련글을 분명히 봤는데... 몇시간을 뒤져도 못찾아서.. 좀더 찾아보고 나중에 링크는 업뎃 하는걸로.. ^^; 우선 그때 기억을 더듬어서 사례를 적으니..만약 틀린 부분이 있다면 추후에 수정할 예정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것처럼 (의료 선진국이라는 미국도 마찬가지인듯 하다) 환자는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료당일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를 볼때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고, 그 과정에서 대기하면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고, 가는 곳마다 했던 얘기를 반복해서 대답해야하고 수시로 움직이면서 피곤한 하루를 보낸다. 외래 경험을 망치는 주요한 문제 원인으로 팀브라운이 주목한것은 환자 대기였다. 나머지는 대기하면서 시간이 길어지고 피곤해지는 2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 무엇이 대기를 만드는걸까? 대기를 없앨 수는 없을까?를 고민했고, 디자인씽킹으로 유명한 스탠포드 D School 학생들과 혁신적인 솔루션을 고안해서 병원에 제시했는데.. 개념도를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스탠포드 D school에서 제안한 외래 프로세스 개념도




  설명을 덧붙이면.. 환자가 한단계 한단계씩 프로세스를 거치도록 하지말고, 환자는 VIP 호텔같은 환자전용 공간에 앉아있고, 의사/간호사/병리사 등.. 직원들이 환자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그때그때 환자별로 필요한 병원업무를 진행하는 개념이다. 이 솔루션에 대해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단 장점부터 얘기해보자. 전반적으로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환자중심 경험혁신 솔루션이라고 할만하다. 일단 (경우에 따라 더 긴 경우도 있지만) 환자는 병원에 도착해서 도착확인을 하고 바로 전용 환자 룸으로 이동해서 진료/검사/검사(POCT)/수납..)을 한곳에서 전부 처리하고 바로 집으로 귀가하며 되기때문에 병원 이용방법 자체가 매우 심플해졌다. 이로인해 환자는 병원에 도착해서 진료를 마치고 귀가 하기까지 기존 8단계가3단계로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기존에는 각 단계별로 지루하게 대기해야 했던 대기시간이 대폭 줄어들었고, 더이상 진료실이 어디인지, 검사실이 어디인지, 수납은 어디에서 해야하는지 헤매면서 돌아다니지 않아서 처음와보는 곳에서 불안하지 않아도 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피곤하지도 않아도 된다. 또한 환자는 마치 궁전이나 고급 호텔객실 같은 곳에서 TV를 보고 있으면, 병원 직원들이 알아서 들어와서 관련업무를 진행하고 나가고, 필요한것이 있으면 직원을 불러 요청을하니.. 오히려 병원에서 푹~쉬다가 귀가할 수 있다. 더이상 병원가는날이 피곤하고 귀찮은 하루가 아닌 기다려지는 하루가 될 수도 있을만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럼 이젠 단점을 얘기해보자. 이 컨셉은 환자 입장에서는 나쁠 이유가 없는 혁신적인 컨셉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할 말이 많아진다. 우선 제일먼저 ROI(Return On Investment)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수익률 측면에서 보자. 국내 상급종합병원에서 1명의 의사가 1시간동안 6분 계산시(심평원 21년 발표결과) 10명을 진료한다고 했을때 1개 진료실, 1명 의사기준 진료 인원이 10명이다. 하지만 D school에서 제안된 솔루션은 1개 진료실에서 환자가 검사,수납등 6개 프로세스를 거치는데 각각 5분씩 계산해도 30분이 소요된다. 그러면 결국 1개 진료실, 1명 의사는 2명을 진료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그러면 2명이 10명의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병원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Operation 효율 및 정확도 측면에서 바라봤을때 환자 전용 Room에는 모든 검사기기가 갖춰진 상태가 아니므로 X-ray, C-arm같은 모바일 의료기기라 하더라도 환자룸에 출입하면서 불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추가적으로 소요되어 결국엔 유휴 자원이 생길수밖에 없다. 그리고 직원들이 환자방을 드나들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직원간 업무/Communication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므로 인프라 관련 투자비용도 막대하게 든다. 또한 환자 안전관리 측면에서 봤을때 다른사람이 사용하던 환자룸에 또 다른환자가 들어갈때 그대로 들어가게되면 감염에 노출될 수도 있기때문에 해당 환자룸을 청소하기 위한 Turn Over 시간도 추가로 소요되게 된다.




이렇게 잠깐 동안만 병원관점에서 생각해도 병원내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걸 알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됬을까?.. 역시나 해당 아티클에서도 적혀있기로.. '좀더 내부검토 해보고 적용하기로 했다'로 과제가 끝났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팀브라운은 뭐라고 생각했을까? '환자 중심의 프로세스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병원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는 이 사례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일단 가장 와닿는 부분은 디자인씽킹이 여기저기에 그대로 가져와서 활용한다고 모든것을 해결해주는 '마법의 만능 방법론'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조정해서 활용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분명 D-School에서 제시한 솔루션은 환자중심적이고 혁신적이었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솔직히... 이미 양방진료처럼 진료실 두개를 의사가 왔다갔다 하면서 진료를 보는 형태의 개념이 국내에도 있고, VIP 병실에서는 해당 형태로 진료하기도 해서 혁신적이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일반 외래에 이 개념을 적용한다면 혁신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문제는 혁신적인 솔루션은 혁신성만 있다고 끝이 아니라는데 있다. IDEO의 [디자인에 집중하라] 책에서 동일한 얘기를 하고 있다. 디자인씽킹을 통한 솔루션은 3가지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디자인씽킹 솔루션의 필요요소 (출처 : designthinking.ideo.com)




1. 실현가능성 (Feasibility)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는가, 현장 상황에 맞는가 (실현 가능한가)

2. 지속가능성 (Viability)

 지속적으로 실행 가능한가

3. 호감도 (Desirability)

 사용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가




즉, 사람들에게 호감도가 높다고 끝이 아니라 실제로 현장 상황에 맞아야 하며, 지속적으로 적용 가능해야 비로서 쓸모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은 특수성이 매우 높은 의료서비스 공간이다. 그렇기때문에 '환자안전, 의료체계에 따른 수익구조, 높은 인건비, Emergency 상황등...'고려해야 할것들이 정말 많다. 이런 내용들이 종합적으로 고려 되었을때 Feasibility와 Viability가 확보될 수 있는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이런 부분들은 현장 전문가, 병원산업 전문가의 영역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Feasibility와 Viability에 대해 체크하고 함께 Ideation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Design thinking 전문가 뿐 아니라 병원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Domain 전문가가 함께 Design thinking에 참여할때..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호감도 높은 혁신적인 솔루션이 나온다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외부 전문가에게 Design thinking을 맡겨서는 안되고 병원에서도 Design thinking에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외부 전문가와 함께 솔루션을 만들어야 제대로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본인 경험상에서도 국내 디자인스쿨과 산학과제를 하거나, 외부 에이전시에서 병원에 서비스디자인 결과물을 제안 하는경우도... 결과물 자체는 매우 Fancy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병원에 적용하려면 잘 맞지 않아서... 컨셉만 제안하고 drop되는 과제들이 수없이 많다.  왜 이런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 생기는걸까? 병원은 가르치느라 지치고, 외부 전문가들은 병원을 몰라서 답답하고..그렇게 시간이 가다가 결과물이 나오면 실망하고.. 그러다가 '역시나..외부인력들이 병원을 너무 몰라...' 라고 한숨만 내쉬다가 끝나는 이 패턴을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까?




한가지 좋은 사례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것 같다.



이 기사에서 본인이 주목한 부분은 '자신의 지성에 만족하지 않고' 라는 부분과, 컨설팅을 의뢰한 테트라 팩 회사 직원들이 컨티넘 디자인컨설팅 회사 직원들과 함께 분석하고, 함께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데 참여 했다는 것이다.








병원에 맞는 디자인씽킹 성과물을 만들려면...  외부 디자인씽킹 업체에 맡기고 손놓고 있으면 안된다. 병원이 좀더 주도적으로 디자인씽킹을 이끌어야한다. 병원 멤버가(의사,간호사,행정직) 디자인씽킹을 충분히 숙지한 상태에서.. 외부 전문가와 주도적으로 협업해서 혁신적인 솔루션을 도출해야.. 병원 상황에 맞는 현실적용 가능한 혁신적인 솔루션들이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씽킹은  '모든 사람은 창조성을 가지고 있는 디자이너다!' 라는 기본 철학을 가지고 있다.



창조적 자신감을 가지고 의료인들이여! 디자이너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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