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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드윅 Sep 16. 2022

북리뷰 :《왜 일하는가》를 읽고

이정표 없는 우리 인생에 던지는 물음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 《왜 일하는가》 中



1부. 왜 일하는가?


사람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일'을 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다. 요즘 시대에는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일을 잘하기 위한 기술과 매뉴얼은 지천에 널려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왜 일하는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일을 하는데 쓰고 있지만, 정작 일을 왜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는 않는다.


젊은 시절의 이나모리 가즈오 (사진= 교세라 그룹)


'교세라'의 창업주인 아흔의 노경영자 이나모리 가즈오도 20대의 초입에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당시 교토 변방의 작고 초라한 공업사에서 일하던 가즈오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비참했다. 환경과 여건이 더 좋아진 오늘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 “튀지 않고 내 몫만 간신히 할래"라고 말한다. 왜 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지 않은 채, 그저 '먹고살기 위해서'가 일의 목적이 된 것이다.


저자는 일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이 '우리 자신의 마음을 연마하고 인성을 기르는 데 있다'라고 한다. 즉, '일'이란 곧 수행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편하고 쉽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다. 과거부터 '노동'은 피지배층의 전유물이었으며, 지배층은 '노동'을 하는 노예나 하인들을 부리며 편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인간은 '일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어서 피해야 할 행위'로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바꿀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현실에 순응하기로 했다. 아니, 순응하기보다 일에 미쳐보기로 했다.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시간을 쪼개어 일에 몰두했고, 그러자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고민과 갈등이 차츰차츰 사라져 갔다고 한다. 시간이 더 지나자 주변 동료들은 가즈오를 높게 평가했고,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지에 이르렀다.


단순히 미쳐보자는 생각을 행동에 옮긴 것뿐인데 인생은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찾아온다. 나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파트에 동료가 모두 떠나 혼자가 됐을 때, "나는 일당백이 되어 혼자서 다 해내겠다!"라고 마음먹고 일에 두 배 세 배 몰입했다. 그러자 신기하게 자신감이 생겼고, 성과가 더 좋아진 적도 있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목적을 달리 하면 분명 좋은 변화는 온다.




2부. 일을 사랑하는가?


나는 야근을 좋아하는 성향은 아니다. (야근을 좋아하는 직장인이 어딨겠냐만은..) 그러나 가끔 '이건 꼭 끝내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마무리를 짓고 회사 밖을 나선다. 그때 서울의 밤하늘 올려다보면 정말 아름답다. 나의 작은 열의가 마치 회사에 엄청난 보탬이 된 것 같고, 내가 이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기계를 돌아가게 만드는 작은 톱니바퀴가 된 것 같아 뿌듯함마저 든다.


하나의 일을 오래 하는 방법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천직'을 찾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내게 주어진 일을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애써보는 노력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일을 좋아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자연스레 일을 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노하우가 생기면, 내게 무슨 일이 닥치던 일을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에 두렵지 않게 된다.


이번 챕터는 너무 감상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도 그런 게 대부분의 표현이 "일이 너무 좋아서 방방 뛰었다!", "제품을 끌어안고 싶을 만큼의 애정을 갖자"처럼 아가페적인 일에 대한 사랑이 냉철한 논리적 이해의 흐름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얼마나 일을 사랑했기에 이정도로까지 표현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자 문득 이해가 간다. 일을 정말 좋아해 본 사람이었다면 느껴본 감정이기에. 마치 올곧게 정도(正道)를 지키며 치열하게 살아온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왕년의 이야기 같달까.


사람을 가연성, 불연성, 자연성 물질에 비유한 것이 썩 마음에 들었다.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하는 가연성 인간.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리는 불연성 인간.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기는 자연성 인간. 조직에서는 모두가 자연성 인간이 되는 게 최선이지만, 안타깝게도 세 종류의 인간이 균등하게 섞여 있다. 뭐 어쩌겠는가, 내가 자연성 인간이라면 내 옆에 가연성 동료를 두면 된다. 큰 불은 쉽게 끌 수 없는 법이니.


- 가연성 인간 :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야만 행동한다.
- 불연성 인간 : 좀처럼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씨까지 꺼버린다.
- 자연성 인간 : 스스로 타올라 행동으로 옮긴다!




3부. 무엇을 꿈꾸는가?


노력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성공 자서전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키워드 '노력'. 우리 인생에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은 없다. 돌 틈에서도 싹을 틔우는 잡초도 저마다의 노력을 한다. 성공을 거머쥘 수 있는 단순한 공식은 높은 목표 그리고 간절한 바람과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다. 갑자기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생전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봐, 해보기나 했어?"



4부. 노력을 지속하는가


제아무리 위대한 일도 평범하고 사소한 일들이 축적된 결과다. 시대의 위인들이 남긴 위대한 업적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내디뎠기에 가능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한순간에 결과를 얻으려 하지 않고, 미미하고 단순한 일일지라도 오랫동안 지속하면 그건 비범한 일이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충실한 오늘을 매일매일 계속해나간다'이다. 교세라 그룹은 중장기적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다만, 1년 이내의 목표를 능력 이상으로 설정하고, 아주 세분화한다. 그렇게 세분화한 목표는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목표가 원대할수록 그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엄청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끈기를 갖고 노력해도 목표에 다다르기까지 의지는 약해지기 마련이다. '이 정도면 괜찮아'라고 스스로 위안할 바에 차라리 단기적 목표 성과를 높게 잡아 매일 자신의 한계에 부딪쳐보는 게 가즈오 회장의 성공 방식이다.




5부. 현재에 만족하는가


이번 챕터에서는 가즈오 회장이 일을 할 때 얼마나 완벽함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사례를 보여준다. 교세라의 경리부장이 회사의 재무제표를 가즈오 회장에게 설명한 적이 있었다. 가즈오가 셈을 해보자 분명히 틀린 값이 있는데 경리부장은 가즈오 회장이 재무제표를 보는 방법을 잘 모르고, 회계에 약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계속 맞다고 우기며 둘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결국 같이 마주 보고 앉아 셈을 여러 번 해보니 가즈오 회장의 계산이 맞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럼 경리부장은 왜 계속 맞다고 우겼을까? 경리부장은 한평생을 숫자 계산만 해온 사람이라 그 자리에서 가즈오 회장이 셈이 틀렸다고 지적했을 때, 분명히 틀렸다는 사실을 그자리에서 바로 알아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셈에 약하다고, 또 스스로 틀렸다는 걸 인정하게 되면, 본인을 안 좋게 평가할까봐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런 사례처럼 우리도 틀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정정하려 하지 않고, 내 평판이 나빠질까 걱정하며 거짓 보고를 올려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틀릴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방관만 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될 것이다.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




6부. 창조적으로 일하는가


"문득 옆을 돌아보면 매끈하게 포장되어 있는 아스팔트길 위로 자동차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발밑을 보며 '내 선택이 옳은가?', '나도 편한 길을 가야 하나?'라고 고민했지만, 그럼에도 나의 나의 의지로 굳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진창길을 걸어왔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낼 용기가 있는가?


교세라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이나모리 가즈오의 완벽주의 성향과 부단한 노력의 비중도 있겠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포장된 길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뒤통수만 보며 걸으면 평생 그 사람은 앞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뒤통수만 본 채 걷는다. 자신이 두 번째 선두에 섰는지, 제일 마지막 주자로 서있는지 모른 채 말이다. 이들에게는 관습과 관례도 없다. 나의 방식을 자유롭게 생각하고 펼쳐나갈 뿐이다.


매일 방심하지 않는 힘과 창의적인 고민이야말로 혁신에 도달하는 가장 분명한 지도이자 성공에 도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그 길이 지금은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겠지만, 다 걷고 난 다음 뒤를 돌아보면 선명하게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

한 줄 평: 'Why'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How'라는 대답만 돌아오는 아이러니.


무지의 공간을 채워준 이나모리 가즈오 저자님께 존경을 담아,

2022. 09. 16 채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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