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해상도를 높이다
카페가 정말 흔하디 흔한 요즘. 굳이 차로 30분 거리를 달려 두 번째 방문을 하게 만드는 곳은 무엇이 다를까?
답은 ’사람‘인 것 같다. 이 카페에 들어서면 나는 메뉴판을 보는 대신 사장님과 눈을 먼저 맞춘다. 이곳에서의 주문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하고 끝나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이루어진다.
“어떤 걸 원하세요? 베이직한거, 스페셜한거?”
“유칼립투스향이 나는 허브 계열 커피는 어떠세요?“
”코코넛커피? 이건 무조건 마음에 드실 거예요.“
늘 원두가 어디서 오는지, 어떤 공법을 쓴 것인지, 향은 어떤지를 자세히 알려주신다. 그리고 늘 마지막에 덧붙는 건 마음에 들 거라는 확신에 넘치는 사장님의 목소리. 덕분에 나는 내가 느낄 감각을 미리 그려볼 수 있다.
평소의 커피는 일하기 위해서 수혈하는 연료 느낌이라면, 여기에서의 커피는 나를 위해 향을 느끼고 상상하며 맛을 그려보는 경험의 과정으로 느껴진다.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았던 건, 커피를 내어주며 건넨 사장님의 한 마디.
”이게 맛있다, 맛없다 하는 이분법으로 보지 마세요. ’저 가게는 원두를 이렇게 해석했고, 여기는 이렇게 해석했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돼요.”
이 한 마디 덕분에 커피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해석’이 되었다. 좋은 큐레이터는 단순히 좋은 것을 추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제안하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좋고 나쁨의 납작한 세계에서 벗어나, ‘해석과 의도’를 음미하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을 자주 만날수록 우리의 관점과 일상도 더 풍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