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창 밖으로 나온 AI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가
안녕하세요, 채원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은 이맘때쯤이면 외부 회계감사를 받습니다. 재무제표부터 월별 입퇴사자 현황, 연봉 인상률, 무형자산 내역 등등... 보내야 할 자료만 수십 가지가 됩니다. 매년 3~5일은 꼬박 매달려야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올해는 클로드 코드한테 시켜봤습니다. 클로드 코드는 우리가 아는 클로드 채팅과는 다릅니다. 채팅은 대화창에서 답해주지만, 코드는 내 컴퓨터에서 직접 파일을 만들고, 폴더를 뒤지고,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말 그대로 '실행'까지 해줍니다.
작년 회계감사 자료 폴더를 통째로 열어주고, 올해 기초 자료를 줬습니다. 그랬더니 알아서 월급 인상률, 월별 입퇴사자 현황, 조직도 등 각종 증빙자료를 엑셀 파일로 한 번에 만들어냈습니다.
며칠 걸리던 일이 2시간 만에 끝났습니다. 전, 이 일을 계기로 클로드 코드의 위력을 체감했습니다.
(참고로, 내 노트북에서 코드를 실행해주긴 하지만, AI가 파일을 읽을 때는 데이터가 외부 서버를 거칩니다. 그래서 저는 주민번호나 이름 같은 민감 정보는 미리 마스킹 처리한 데이터만 폴더에 넣었습니다.)
처음 클로드 코드를 쓰게 된 건 사업계획서 때문이었습니다. 기존 사업계획서들, 서비스 소개서, IR 자료, 회의록 등을 참고해서 사업계획서 라인을 잡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클로드 채팅에서 이 파일을 모두 참고시키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매번 모두 업로드하기도 번거로웠구요.
내 노트북의 폴더 내 자료를 통째로 참고하게 하고 싶어서 클로드 코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차이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클로드 채팅: claude.ai 웹사이트나 앱에서 대화하는 것. "이렇게 하세요"라고 말해주지만, 실행에 옮기는 건 내가 직접 해야 합니다.
클로드 코드: 내 컴퓨터에서 직접 파일을 읽고, 만들고,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제가 정리해서 여기 저장해뒀습니다"라고 끝내버립니다.
일단 세팅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말만 하면 됩니다.
클로드 채팅으로는 안 되거나 엄청 번거로웠던 것들이 클로드 코드로는 숨 쉬듯 자연스럽게 됩니다.
1.폴더 통째로 맥락 잡기
채팅에선 파일을 일일이 업로드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코드는 폴더 경로만 지정하면 됩니다.
사업계획서 쓸 때, 기존 사업계획서와 서비스 소개서, IR 자료를 한 폴더에 넣고 "이 폴더 내의 기존 자료를 참고해서 문체와 스토리 전개 방식을 참고해줘" 라고 명령하기만 하면 되니 편합니다.
2. 파일 읽고, 만들고, 저장까지 한 번에
"엑셀로 만들어줘" 하면 진짜 엑셀 파일이 생깁니다.
물론 채팅에서도 Artifact로 파일을 만들 수 있긴 합니다. 하지만 하나씩 다운로드해서 저장해야 하죠. 클로드 코드는 폴더에 있는 기존 파일을 읽고, 그걸 참고해서 새 파일을 만들고, 바로 저장까지 합니다.
회계감사 자료 준비할 때, "이 폴더에 있는 작년 엑셀 참고해서 올해 수치로 업데이트해줘" 했더니 수십 개 파일이 동시에 생성됐습니다. 엑셀뿐 아니라 PPTX, DOCX도 마찬가지로 가능하겠죠.
3. 웹 크롤링/경쟁사 분석
"AI 트렌드 알려줘"처럼 정보를 찾는 건 채팅도 잘합니다. 하지만 특정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데이터를 긁어오는 크롤링 작업을 하려면 클로드 코드가 필요합니다.
경쟁사 분석할 때 체감이 컸습니다. 커뮤니티에서 글 수백 개를 분석해야 했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며칠은 썼을 겁니다. 하나씩 읽고, 정리하고, 엑셀에 옮기고.
이번엔 클로드 코드에게 시켰습니다. "이 사이트에서 이 키워드에 해당하는 100개 글 긁어서 주제별로 분류하고, 자주 나오는 불만사항 정리해줘." 크롤링하고, 정리하고, 인사이트까지 뽑았습니다. 중간에 에러도 몇 번 났지만, "고쳐줘" 하면 스스로 수정하고 다시 돌립니다.
4. Skill 활용
스마트폰 기본 카메라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필터 앱을 깔면 더 예쁜 사진이 나오잖아요. 클로드 코드의 Skill도 비슷합니다. 기본 클로드에 특정 능력을 장착하는 거죠.
특히 시장 조사나 리서치처럼 방대한 양의 일을 수행할 때 유용합니다. 큰 덩어리 일을 세부 테스크로 쪼개는 데도 쓸 만하고요. 세부 테스크로 잘 쪼갤수록 결과물의 퀄리티가 눈에 띄게 좋아집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킬만 믿고 돌리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 빈 문서만 잔뜩 쌓이기 쉽습니다. 결국 맥락과 방향은 내가 잡아야 하고,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합니다.
5. 테스트 자동화
테스트(QA)는 늘 프로젝트 마무리 전에 제가 직접 해야 하는 마일스톤 중 하나였어요. 예전엔 제 시간을 갈아 넣어야 했습니다.
이제는 클로드 코드한테 시킵니다. "이 페이지에서 로그인하고, 이 버튼 누르고, 결과 캡처해줘." 그러면 Playwright로 스크립트를 짜서 자동으로 브라우저를 돌립니다. 심지어 테스트 시나리오도 알아서 만들어서 돌리기도 합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고, 자주 반복해야했던 일을 자동화로 덜어내니 정말 행복했습니다.
만능은 아닙니다. 시작할 때, 방향을 잡는 건 사람의 몫입니다. 뭘 시킬지, 어떤 폴더를 참조하게 할지, 어떤 결과물을 원하는지. 이 판단이 없으면 클로드 코드도 헤맵니다.
끝날 때, 검토하고 판단하는 것도 사람의 몫입니다. 결과물이 맞는지, 빠진 건 없는지, 이대로 써도 되는지. 최종 책임은 여전히 내가 집니다.
에러가 나면,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안 되는데?"라고 하면 고쳐주긴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같은 에러를 반복하기도 해요. 그럴 땐 문제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줘야 합니다. 코딩 문법은 몰라도 되지만, 내가 뭘 원하는지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클로드 코드는 '실행'을 대신해줄 뿐, '판단'까지 대신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실행의 노가다가 사라지니, 비로소 기획의 본질인 '판단'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게 체감상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하는데?"라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합니다.
가장 쉬운 방법: Claude 데스크탑 앱
claude.ai/download 설치 후 실행
상단의 'Code' 탭 클릭
폴더를 지정하고 시작
처음엔 간단한 것부터 시켜보세요. "이 폴더에 있는 파일 목록 정리해줘" 같은 거요. 그러다 보면 "이것도 되나?" 싶은 것들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이 쓰게 될 겁니다.
좀 더 빠르게 쓰고 싶다면: Antigravity, VS Code 개발자들이 쓰는 도구에서 Claude Code를 부르면 훨씬 빠릅니다. 특히 클로드 맥 앱은 좀 느려서 쓰다보니 불편함이 체감되어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아직 채팅만 쓰고 계신다면, 클로드 데스크탑 앱을 열고 'Code' 탭을 눌러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낯설 수 있지만, 그 허들만 넘으면 정말 할 수 있는 일의 단위가 달라집니다.
한 번 경험하면 다시는 돌아가기 어려울 거예요. '나도 써봐야되는데..' 하면서 미뤄두셨던 분이 계시다면, 혹은 지금까지 채팅만 쓰고 계셨다면, 오늘은 한 번 다르게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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