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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원 Jun 04. 2022

30대, 친구가 없으면 망한 인생일까?


인스타그램을 다시 다운받았다. 지운  7개월 만의 일이다. 수험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공부 방해요소 1순위였던 인스타그램을 웠었다. 그로부터 7개월. 한때 5분마다  번씩 열어보던 어플이 사라지자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며 안절부절못하지 못했던 시간들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버티다 보니 어느 순간  존재 자체를 까먹게 되는 날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다 얼마  친구의 안부를 묻는 카톡에 순간 아차 싶었다. 가족을 제외한 누군가에게 카톡을   역시 7개월 만의 일이었기 때문이다.



몇 번의 로그인 시도 끝에 비밀번호 다시 찾기로 겨우 들어간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의 모습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7개월 전 임신을 해 볼록 튀어나온 배를 자랑하던 친구는 어느새 유모차를 끌고 있었고, 독일에서 일하던 친구는 완화된 코로나 규제 속 잠시 한국을 방문한 모양이었다. 심지어 한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는 결혼을 한 것 같았다. 사진을 보는 순간 서운함이 밀려왔다. 나만 친했던 걸까. 나만 친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핸드폰 번호도 있을 텐데 연락 한번 없었다. 이쯤 되자 심각하게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나는 친구 하나 없는 걸까? 인간관계 망한 쓰레기 인생을 산 걸까?  



핑계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다. 교통사고가 나서 1년 반 동안 병원 생활한 것과 그 이후엔 수의대에 들어가겠다며 사람들을 안 만나고 수험생활을 한 것과 인간관계가 무슨 상관관계란 말인가. 적어도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맥주 한 캔 마시며 수다 떨 친구 하나 정돈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나이가 서른 하고도 넷이나 먹었는데 그런 친구 하나 없다는 게 맞는 건가. 드라마 보면 여자 주인공 옆엔 조금 덜 예쁜 친구 한 명은 꼭 있던데, 드라마보다 못한 인간관계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한참을 괴로워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친구... 없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인생이 버스와도 같다면, 내 인생이라는 버스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사람이 많이 탈 수도 적게 탈수도 있는 거 아닐까. 종점까지 타고 갈 것 같은 승객이 내릴 수도 있는 거고, 전혀 탈것 같지 않은 사람이 타기도 한다. 다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아니 어쩌면 대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같은 나이를 가진 사람들과 같은 환경에서 같은 시간을 여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객이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 버스에 탄 승객이 적은 건 내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단계들을 밟고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만약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쯤 직장에서 혹은 직장인 동호회에서 만난 누군가와 신나게 수다를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30대.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말인데 여자는 결혼하고 한번, 아이 낳고 한 번 인간관계가 바뀐다고 한다. 그만큼 내가 처해있는 인생의 행로에 따라 관계가 좌지우지된다는 말일 테다.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나이인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대다수가 가지 않은 삶의 노선을 타고 있다. 직장도 다니지 않고 그렇다고 애를 낳지도 않아 내 나이대에 맞는 어느 커뮤니티에도 속해있지 않은 내가 재잘재잘 이야기 나눌 사람 없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친구가 없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그저 '내가 가는 노선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혼자 삶을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고 고독한 일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인스타그램 속 친구들의 모습과는 달리 켜켜이 쌓여 있는 시간이라는 페이지 속 그 어느 곳도 빠져나오지 못한 채 홀로 앉아있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다. 나도 얼른 백수라는 페이지를 어서 넘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 같은 페이지 속에서 이야기 나눌 누군가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Gabriel yoo   ( https://pin.it/1pzC38H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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