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용어 이야기 (16) - 바이브코딩

바이브 ? 알잘딱깔센 ?

by 개발자 정채상

작년보단 조금 덜하지만, 2026년 현재 개발 혹은 유사 개발 업계에 최근 신조어 중에 가장 자주 들리는 단어는 '바이브 코딩'이다. 현 시점 이쪽 최고 선수 중 하나인 Andrej Karpathy 가 처음 썼다고 알려져 있고, "개발자가 직접적인 코드 타이핑 대신 자연어 인터페이스와 AI 에이전트를 활용하여 고수준의 의도를 전달하며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정의되어 있다.


Vibe / 바이브


너드(?)들이 주류인 이쪽 세상에서는 잘 쓰지 않던 단어였기에 일단 솔깃 했다. 미국에서는 '눈치'에 조금 가깝게 쓰고 있었던 것에 가깝다면, 한국에서는 뭔가 오묘한 감성을 나타내는 단어, aesthetic 에 더 닿아 있었더랬다. 성수동 바이브, 을지로 바이브 등 여러 모로 세대차이와는 다른 느낌으로 나와 다른 세상을 나타내는 단어였던 단어였다. 딱히 더 나은 한글 번역이 없고, 바이브라 쓰이고 읽혀도 나쁘지 않다.


이에 비해 바이브 코딩은 조금 구체적이다. 컴퓨터 혹은 기계한테 일을 시키는 방법으로 이제서야 사람의 자연스러운 말들이 전해진다. 태초에 기계어를 만든 컴퓨터 전문가들이 자기네들 삶이 편해지고 싶어 프로그래밍 언어, 컴파일러, 인터프리터들을 만들어 왔었고, 그동안 사람의 의지를 개발자들이 한땀한땀 그 중간계 언어로 표시해서 진행해 왔다고 하면, 이 바이브 코딩으로 그 경계가 드디어 허물어졌다는 생각이다. '코딩'이라는 말이 개발자 영역을 혹은 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한정짓는 느낌도 있다지만, 여기서 '코딩'은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를 작성하는 것 이상의 의미로 문서 작성이나 할 일 정리, 자료 조사 등을 넓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겠다.


알잘딱깔센


우리네가 쓰던 단어는 아닌 듯하지만, 여기에 맞는 한국말을 찾는다면 '알잘딱깔센'이 가장 잘 어울린다. 아마 실제로 claude code 와 이야기해 보면 비슷한 느낌일텐데, 간단하게는 오타가 자연스레 잡힌다거나 키보드 대신 마이크로 투덜대며 이야기해도 알아서 전달이 된다거나 의외로 센스도 더 낫다 싶을 때가 많다. 초기에 gpt 가 보조 도구로 쓰일 때 '입담 센 일 잘 하는 MZ' 처럼 다루자 했더랬는데, 여기에 각종 센스가 더해진 게 느껴진다.


image.png https://www.youtube.com/watch?v=luxS6jnPaDY&t=119s


이 시스템들이 자연어를 꽤 이해 잘 하는 지금에는, 더이상 누구도 문법 오류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되었고, 중간계 언어는 markdown 으로 통일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기계와 소통하는데 언젠가부터 markdown 에 정리해서 전달하는데, 조금 딱딱하지만 지령을 주고 받으려 할 때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꽤 전달이 잘 된다. 가끔씩 풀어 적힌 글들이 그리울 때도 있는데, bullet point 들이 주는 정돈됨이 주는 가치가 매우 크게 있다 하겠다.


이와 함께 뜬금 없이 context 라는 말도 꽤 쓰이고 있다. 오래전 학창 시절 OS 과목에서 꽤 애를 먹이던 기억들이 나서 흠칫 하긴 한데,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토큰의 양 혹은 단기 기억의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맥락'이라는 말로 꽤 쓰인다. 예전에는 '문맥'으로 배웠더랬는데, 둘 다 한자어 기반이지만 '맥락'이 조금 더 끌린다. 비슷하게 자주 보이는 단어로 prompt 도 있는데, 이건 이것대로 프롬프트로 그냥 쓰고들 있는데, 헷갈리지 않아서 나쁘진 않다.


한국에서 쓰임새


미국에서는 추상화 계층의 변화 라는 기술적 담론에 가깝다면, 한국에서는 개발 경험의 변화, 진입 장벽의 붕괴, 나도 할 수 있다. 등의 좋은 의미로는 실용적 현상에, 나쁜 의미로는 개발 별 거 아니(었)네 등의 용도로 쓰이고 있다. 바이브 코딩으로 이런 저런 것을 만들었다..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 처음에는 기특하고 신기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핑계를 굳이 AI 에게 대게 하는 등의 사연들을 접하면서 어색함들이 생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 나눌 때, 자랑할 일들이 있을 때 그냥 앞부분에 '바이브 코딩으로' 라는 말은 굳이 안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Java 로 만들건 Python 으로 만들건, 어떤 framework을 쓰든지 그동안 중요한 곳이 아니었다면 straight 하게 대화에 집중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긍정적인 임팩트로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진도가 나가던 것들의 벽이 깨진 것에 대해서는 매우 환영하는 입장이다. 개발을 주 업으로 삼았던 내 쪽 입장에서 대충 만든 그림이나 개념이라도 소통에 도움이 된다면 디자이너나 기획자를 구하지 않고 진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처럼 반대쪽 시각에서 개발자들한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필요한 것들을 더 빠르게 해 볼 수 있도록 하는 상황이 되는 거 자체가 주는 이득이 있다. 기획이든 개발이든 운영이든 필요하다 싶으면 핑계 대지 말고 하자. 요즘에는 '내가 병목인지 아닌지를 항상 체크하라' 라는 선현들의 말들이 더 생각난다.


ps. 약간의 부작용이라면 고용주 혹은 고객들의 눈높이도 한없이 올라가 버린 경우들도 종종 보인다. 똘똘한 친구 두어명 있으면 구글 검색 같은 거 만들 수 있지 않냐 등의 그릇된 기대들도 보이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요구사항들은 20+년 전에도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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