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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won Kong Oct 30. 2017

검은색은 사실 검은색이 아니다

Pure Black(#000000)을 사용할 때엔 항상 조심해야 한다

검은색은 무채색이며 가장 어두운 색이다. RGB로는 (0, 0, 0)의 값을 가지고, 컬러코드는 #000000이다.


RGB는 Red, Green, Blue의 줄임 표현으로 빛의 3 원색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컴퓨터 모니터, TV 등 빛을 통해 색을 표현하는 화면에서 색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RGB(0, 0, 0)이란 Red, Green, Blue 모두 0의 값으로 빛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상태, 즉 검은색을 의미한다. 한편, 흰색은 빛의 삼원색 모두가 가장 밝은 상태로, RGB(255, 255, 255)로 표현된다. 컬러코드는 웹 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을 16진수의 색상값으로 표현한 것으로 흰색은 #ffffff, 검은색은 #000000 등으로 표시된다.


검은색은 흔히 사용되는 색이다. 대부분의 글자색은 검정이고, 검은색 계열의 홈페이지도 많다. 나무의 늘어진 그림자도 검은색이고, 결혼식에서 보는 신랑의 잘 빠진 턱시도도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때로는 고급스러움을 선사하고 깔끔하고, 정돈되고, 미니멀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검은색은 흔한 색이지만, 사실 검은색의 사용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검은색은 섬세하게 사용되지 않으면 다른 색과의 조화를 깨뜨리고, 디자인을 촌스럽고 어색한 것으로 전락시킨다.


한편, 우리가 일상 속에서 만나는 "검은색"은 생각보다 검은색이 아닌 경우가 많다. Pure Black은 일상에서는 오히려 희귀한 색이다.


우리는 커피를 보고 검은색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잔에 담긴 커피는 검은색이 아니다


위의 사진을 보자. 커피 잔에 담긴 커피는 검은색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진 속 커피의 색은 사실 검은색이 아니다. RGB(54, 54, 54)인 #363636이라는 짙은 회색이다.

 


곰의 털은 윤기가 나는 검은색이다. 사진 속 곰털의 RGB 값을 확인해보면, 가장 어두운 부분도 사실 RGB(0, 0, 0)인 Pure Black은 아니다. 비록 Pure Black에 가깝기는 하지만 말이다.



위 사진을 보면 그림자나 어둠조차도 완벽한 검은색은 아니다. 심지어 무채색도 아니다. RGB 각 3색의 값이 같은 숫자인 경우 그 색은 무채색이다. RGB 값이 서로 다른 색은 색상이 포함된 색이다. 위 사진에서 어두운 영역들의 Red, Green, Blue 값은 서로 같지 않다. RGB (0, 0, 0)이 아니므로 Pure Black도 아니며, RGB 각 색이 서로 다른 비율로 섞였으니 무채색도 아니다.


이처럼 자연에서 완벽한 검정, Pure Black은 흔하지 않다. 생각보다 Pure Black은 흔하지 않기에, 막상 Pure Black을 마주하면, 익숙하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컴퓨터 상에서 인위적으로 디자인된 검은색들은 어떨까?



1. 유명 사이트들의 검은색 사용법


세계적인 사이트들은 검은색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아마존, 애플, 테슬라, 삼성전자의 홈페이지들을 가져와 보았다. 먼저 아마존 사이트부터 살펴보자.

(배경사진 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먼저 아마존 로고의 배경이 되는 색은 RGB (35, 48, 61)로 검은색이 아니며, 심지어 무채색도 아니다. 회색에 다른 색들을 섞은 색이다. 다른 부분들을 살펴봐도, 맨 위 가운데에 위치한 "EXPLORE"라는 버튼만 완전히 검은색일 뿐, 나머지 주요 "검은색"들은 사실 완전한 검은색이 아니다. 검은색처럼 보이는 글씨들조차 말이다.


한편, "EXPLORE"라는 버튼은 #000000의 Pure Black을 사용함으로써 사이트 내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끈다. 전체적으로 Pure Black의 사용을 자제한 느낌이다. Pure Black을 포인트를 줘야 할 곳에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이를 통해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EXPLORE” 버튼으로 주의를 효과적으로 집중시킨다.


(배경사진 출처: 애플 홈페이지)


다음은 애플의 홈페이지이다. 메뉴바 색과 "iPhone X"라는 글자색 모두 Pure Black은 아니다. 참고로 지금 보이는 사이트의 배경 역시 완전한 흰색(#ffffff)이 아닌, 옅은 회색(#fafafa)이다.


(배경사진 출처: 테슬라 홈페이지)


테슬라의 모델 3 페이지이다. 메뉴바는 Pure Black이 아니지만 "Model 3"라는 글씨는 Pure Black이다. 메뉴 바에 회색을 사용하여 검은색의 쨍한 느낌을 피하고 고급스러움을 연출했다.


(배경사진 출처: 삼성전자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삼성전자 홈페이지이다. 검은색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사실은 Pure Black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큐레이션 샵”이라는 단어도 검은색이 아니다.


이렇듯 몇 개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이로써 얼핏 보면 검은색으로 보이는 색도 주의 깊게 보면 사실 검은색이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그럼에도 Pure Black은 흔히 쓰이는 색상이다. 대부분의 웹사이트가 #000000을 글자색으로 지정해 쓴다. 그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어떤 요소들은 RGB(0, 0, 0) 일 때 보다, 밝기와 색을 조금 더했을 때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2. 그림자는 검은색이 아니다


기업을 상대로 고객 분석 툴을 제공하는 SEGMENT 사의 공동 창업자 이안 스톰 타일러(Ian Storm Tayler)는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검은색을 사용하지 말라"라고 주장한다. 그의 글 'Design Tip: Never Use Black'에 따르면 Pure Black(RGB: 0, 0, 0 혹은 #000000)은 주변의 다른 색들을 압도하고 제압한다. 이로써 디자이너가 고생스럽게 선별한 다른 색들은 빛을 잃는다. Pure Black은 자연스러운 색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모든 색을 뚫고 강렬하게 티가 난다.


타일러는 "당신이 일상적으로 주변에서 만나는 검은 물건들은 약간의 빛 반사를 가지고 있고, 따라서 검은색이라기보다는 어두운 회색에 가깝다. 그리고 그 반사된 빛은 약간의 틴트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사실 어두운 회색도 아니라 색이 섞인 어두운 회색이다."라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검은색"은 사실 검은색이 아니라 은은하게 색과 빛을 가진 어두운 색이며, 오히려 Pure Black 이야말로 자연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색이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이안 스톰 타일러의 미술 선생님은 종종 웨인 티보(Wayne Thiebaud)의 작품을 보여주며 티보가 그린 그림자들이 검은색이 아니었다는 것을 설명해주셨다고 한다. 아래의 그림들은 이안 타일러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것이다. 티보의 그림을 보면 그림자에도 단순히 검은색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색들로 그림자를 표현함으로써 그림이 더 자연스럽고 아름다워진 것을 알 수 있다.


Wayne Thiebaud의 작품들(출처: 이안 스톰 타일러, 'Design Tip: Never Use Black', www.ianstormtaylor.com, 2012)



3. 이안 스톰 타일러의 조언


이안 스톰 타일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검은색의 사용과 관련해 몇 가지 조언을 한다. 그는 RGB(0, 0, 0)의 Pure Black을 선택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반드시 그 색을 선택해야만 하는지 한번 물어보라고 말한다. 굳이 Pure Black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색상을 쓰라고 권한다.


검은색에 약간의 밝기와 색을 추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만약 해당 페이지 안에서 검은색 이외의 색을 사용한다면 페이지 내의 색상 중 한 색을 검은색과 섞는 것도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검은색은 다른 색들을 제압할 정도로 튀어 보이지 않고, 다른 색들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게 된다.


페이스북 앱의 '검은' 색 사용법 (출처: 이안 스톰 타일러, 'Design Tip: Never Use Black', www.ianstormtayler.com, 2012)


타일러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페이스북의 예를 들어 보여준다. 페이스북의 어두운 회색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은 페이스북 블루를 섞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4. 무의식적으로 Pure Black을 사용하지 말자


Pure Black을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000000을 입력하거나 포토샵의 컬러 피커에서 왼쪽 아래를 클릭하는 경우에도 한 번쯤 더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조심스럽게 사용된 Pure Black은 아마존 홈페이지 사례에서 처럼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는 훌륭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남용된 Pure Black은 조화와 균형을 파괴하고 아름다움을 훼손한다.


다른 모든 색들이 조심스레 골라진 것들이듯, 검은색 또한 그러해야 한다.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하게 사용될 때, 검은색은 비로소 고고한 진가를 발휘한다.



참고사이트: 이안 스톰 타일러(Ian Storm Tayler), 'Design Tip: Never Use Black', https://ianstormtaylor.com/design-tip-never-use-black/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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