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고 매운 냄새

by 진이

유리창문을 마주 보고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은 의자는 그전에 앉아있었던 사람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창문사이로 회색 하늘밑 푸릇한 산을 병풍으로 둔 경복궁이 눈에 들어왔다.


관람을 하기 위해서 온 사람과 달리 나는 그곳의 조용함을 빌리러 갔다.


근처 서점에서 산 두꺼운 책으로 불룩해진 가방을 옆구리에 끼고는 잠바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책을 읽었다.


잠시뒤 '타닥타닥' 작고 큰 신발이 마루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채워진 공간을 떠나 다른 시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저자가 단어, 문장, 문단으로 만들어놓은 그 세상으로 말이다.


한두 시간 그렇게 푹 빠져 읽다 갑자기 매워지는 코 때문에 눈을 꾹 하고 감을 수밖에 없었다.


차갑고 톡 쏘는 이 냄새는 파스 냄새였다.


고개를 들려는 그 순간 옆 시야에 가죽 갈색 운동화 그리고 지팡이와 회색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힘들게 이곳까지 이동해 온 노년부부에게 괜스레 나의 시선이 무게를 더할까 강아지풀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의 발자국 소리가 귀에서 멀어질 때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