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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Sep 11. 2018

오늘 아침 17도

아무래도 이건 좀 억울하다. 선선한 바 한 줄기에 맘이 조급해진다. 올 한 해도 이렇게 가버리는구나. 한 해의 계절은 으로 시작해 겨울로 끝나고, 이제 여름이 지나가려고 할 뿐이다. 아직 가을과 겨울이 남아있지만 달력은 9월. 해가 바뀌는 건 고작 넉 달이 안 남다. 계절은 봄부터 세도록 해놓고, 겨울의 한 가운데부터 새해를 시작한 탓이다.


중간 지점을 넘어가면 아쉽다. 애써 준비한 행사나 축처럼 끝을 내다보는 모든 종류의 일들이 그랬다. 생의 단계마다 가을은 늘 있었고 그렇게 시원섭섭한 때도 늘 찾아왔다. 름이 끝날 까진 한 해의 한 가운데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뒷덜미를 서늘하게 스치는 가을에 준비할 새도 없이 마무리를 해야하는 시간을 맞이해야 할 것 같은 기분. 아직은 이 때를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아직은 볕이 뜨거운데. 벌써 밤이 길어지면 어쩌나 걱정된다.

창틈으로 새어들어와 바닥 깔리는 오늘 아침은 17도. 에어컨으로도 설정하지 않는 가을의 체온. 건물을 비추는 아침 햇볕마저 냉랭하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섭섭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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