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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IBS Jun 03. 2022

연인끼리 쓰는 비트윈 대화, 챗봇 알고리즘 개발에 쓴다


이런 메일을 받았다. 다른 앱이었으면 개인정보야 어쩌든지 말든지(아님) 관심이 없었겠지만, 연인 간 대화 앱인 비트윈의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눈에 굉장히 거슬리는 주소란의 '크래프톤 타워'를 일단 내버려 두고 띵스플로우가 뭐하는 회사인지 검색을 해봤다.



오호라 챗봇회사구나. 참고로  회사는 작년 초에 크래프톤이 샀고, 크래프톤은 당시 비트윈 운영사인 VCNC에서 비트윈 사업부도 같이 인수했다. 언론 보도를 보니 크래프톤은 "띵스플로우가 보유한 인터랙션 콘텐츠 제작 역량  노하우를 비트윈과 결합해 기존 서비스의 확장은 물론,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라는 입장이더라. 띵스플로우가 보유한 인터랙션 콘텐츠 제작 역량이라는  챗봇 말하고, 비트윈에서 이런 챗봇 개발 서비스에   있는 거라고 하면 사용자 대화 데이터라고 생각하는  순리에 맞지 않을까? 이미  인간들은 비트윈의 대화 데이터를 챗봇 서비스 류에 써먹을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비트윈의 개인정보처리 방침을 보면 이렇게 떡하니 '회원이 서비스 이용을 위해 자발적으로 입력하는 텍스트 및 정보'를 수집한다고 되어있다. 말을 왜 이따위로 썼을까? 나는 이렇게 명시적으로 쓰지 않고 사람 혼란하게 만드는 화법이 정말 싫다. 결국 사용자 채팅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맞춤형 회원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적혀 있기도 하다. 이런 대화 데이터를 이용해 챗봇을 만들고, 그게 문제가 된 사례가 얼마 전에 있었다. '이루다' 사태가 그것.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사적일 수밖에 없는 사용자들의 대화 데이터로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생각한 것부터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 이 집단은 어떤 사람의 대화 데이터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비식별화' 작업도 제대로 못해서 대중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대화 속 인물의 실명, 계좌, 주소 등의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됐었다. 심지어 대화 내용에서 성적인 대화 부분을 캡처해서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더라. 요약하면 아래와 같은 짓을 저질렀다.


- 카카오톡 대화 문장 약 94억 건 이용

- 깃허브에 이름(성 미포함) 22건, 지명정보 34건, 성별, 대화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 문장 1431건과 함께 AI 모델 게시

-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과징금 및 과태료 1억 330만 원



비트윈은 커플 둘이 쓰는 폐쇄적 메신저 서비스다. 그냥 사인 간 대화도 몹시 사적이지만, 비트윈은 그 정도가 더하다. 사진도 마찬가지 아니겠음? 이걸 써먹겠다고 생각한 인간들이나 거기 부역한 인간들이나 쏠린다. 자기들이 언론에 대고 "연인 간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만큼 개인정보 침해가 되지 않도록 연구하고 있다"라고 부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바닥엔 어떤 서비스를 돈을 내고 쓰는 게 아니라면 사용자 본인이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는 말이 있다. 공짜로 쓸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들은 사용자를 재화로 써먹는단 얘기다. 아무리 그래도 이것까지 써먹겠다고 생각한 건 좀 도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음. (심지어 나는 비트윈 플러스라는 '유료'서비스를 쓰면서 '유료' 스티커도 수없이 사서 쟁여놔 가지고 짜증이 더 난다)이 업계는 반성이라곤 1도 없다.




++++ 덧



이 글을 처음 끼적거렸을 때가 5월 중순이었다. 이거 적어놓고 문의를 보내 둔 뒤, 답변이 오면 모아서 글을 내려고 했는데 하나마나한 소릴 답변으로 보내곤 난 이후엔 답이 없더라. 챗봇으로 쓰냐 안 쓰냐, 그걸 확실하게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 했더니 씹힘 ㅋㅋ 오늘(6월 3일) 생각나서 6월 1일 자로 바뀐다는 개인정보 처리 방침을 보니 챗봇에 쓴다고 명확하게 바뀌어 있었다.(설정 > 도움말 > 하단 개인정보처리 방침 클릭하면 확인 가능하다) 아마도 직전에 사고를 친 스캐터랩스가 개인정보처리방침에 '신규 서비스 개발' 문구만 넣은 것으로 사용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발뺌하려고 했으나, 개인정보위 측에서 이것만으로 이용자가 챗봇 서비스 개발에 동의할 순 없다고 판단한 것이 이유가 된 모양이다. 비트윈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전 버전과 챗봇 알고리즘 관련 내용이 들어간 이후 내용을 아래에 붙인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4/30일자의 비트윈 공지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개정 공지'에서 개정 전/후를 비교한 개정사항 항목에선 이 내용이 나와있진 않았다. 원래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손을 대고자 할 땐 명확하게 공지를 해야 한다. 근데 이건 왤까.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챗봇 서비스 개발에 쓰려면 비트윈 측에서 잘 모르는 유저들도 명확하게 알 수 있게끔 대대적으로 홍보하듯 알리는 게 맞다고 봄. 법적으로는 사용자 동의를 받고 - 가명 처리를 잘하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부분을 사용자에게 성실하게 알리는 게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의미 없는 말로만 '소중한 개인정보' 운운할 일이 아니란 말임. 사용자들도 언제 이용하던 서비스가 뒤통수를 후려갈길지 모른다는 점을 양지하고 귀찮더라도 한 번 더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위의 캡처와 동일한 1.1 버전
6월 1일 자로 개정된 2 버전. 챗봇이 명시되어 있음
개정 전 후를 비교해 명시하는 공지. 위의 내용은 확인할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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