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다음 매각, 브런치 작가로서 걱정되는 이유

다음으로 그나마 외부 독자 유입됐는데… 접근성 더욱 떨어지면 어떡하나

by 챠크렐

브런치스토리(브런치)를 하면서 소위 '도파민'이 터지는 순간이 종종 있다. 그중 하나는 가끔 갑자기 글의 조회수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애써 쓴 글이 출고 당일 생각보다 브런치 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묻혀서 서운했는데, 며칠 후 갑자기 "브런치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라는 알림이 처음 떴을 때의 놀람과 기쁨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이후 2000, 3000까지 돌파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순간 조회수 증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고, 조회수가 곧바로 라이킷이나 댓글, 구독 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실시간으로 조회수가 확 늘어나는 순간의 쾌감만큼은 확실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조회수 급상승의 정체는 포털사이트 '다음'이다. 다음 홈페이지 메인 하단에 있는 '관심 키워드' 탭, 혹은 모바일 다음 앱 '콘텐츠' 탭의 각 메뉴(여행맛집, 지식교양 등등) 첫 페이지에 내 글이 실린 것이다. 이곳에는 보통 언론사 뉴스와 다음 채널 콘텐츠가 많이 올라오지만 가끔 티스토리나 브런치 글이 채택되는데, 이 경우 다음 메인에 글이 노출되는 셈이기 때문에 조회수가 갑자기 올라간다. 브런치 조회수 통계에서는 '기타' 란에서 daum.net, m.daum.net 등의 URL로 잡히는데 여기서만 수천 트래픽이 들어왔다. 아무리 다음 이용자가 줄며 점유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대형 포털은 포털이다.


지난 11월 다음 메인(우측 맨 하단)에 내 브런치 글이 걸렸다. 다음에서만 조회수 3000이 넘게 나왔다. 다음 개편 전이라 지금과는 페이지 구성이 좀 다르다.

그런데 앞으로 적어도 브런치에서는 이러한 '도파민'을 맛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어제 다음의 운영 주체를 카카오에서 국내 AI 회사인 업스테이지로 넘기는 것을 전제로 양사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자체는 예견되긴 했다. 이미 카카오는 다음의 운영 주체를 신규 설립한 자회사인 AXZ로 지난해 12월 1일부로 넘겼다. 이때부터 카카오가 다음을 매각할 것이라는 설이 거의 정설처럼 됐다. 얼마 뒤 실제로 카카오가 AXZ를 업스테이지에 넘길 것이라는 단독 기사가 났고, 실제 MOU까지 맺어졌다. 그래서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그러면 앞으로 혼자 카카오에 남게 되는 브런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가 다른 블로그 서비스인 티스토리보다는 좀 더 자기 정체성이 뚜렷하지만, 그래도 다음과의 연계를 통해 이득을 얻는 부분도 꽤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 서로 다른 회사에서 각각 다음과 브런치를 운영하게 될 만큼, 둘 사이의 연계가 약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미 다음 메인에서는 더 이상 브런치의 글을 걸어주지 않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통은 그래도 두세 개 정도는 메인에 걸린 브런치 글이 눈에 띄는데 최근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때마침 내 글이 마지막으로 다음 메인 페이지에 선택된 것도 지난해 12월 3일이었다. AXZ로 이관된 후이긴 하지만, 아직 얼마 넘어간지 얼마 안 된 때이기도 하다. 반면 티스토리 글은 이전보다 더 다음에 많이 걸렸고 PC 홈페이지에는 '카페·스토리' 페이지를 통해 다음 카페와 티스토리 글들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앞으로 업스테이지로 넘어갈 AXZ의 운영 범위에서 브런치는 제외됐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현재 다음 PC버전 메인 페이지의 모습. 이미 운영 주체는 AXZ로 바뀌었고, 앞으로 이곳의 모회사는 카카오에서 업스테이지로 바뀔 것이다.

다음과 멀어지는 브런치, 외부 유입 더욱 줄어들까?


브런치 사용자 관점에서 보면 이번 매각과 관련해 복잡한 감정이 든다. 한편으로는 티스토리와 브런치 중에서 브런치를 택했다는 생각에 카카오가 그래도 브런치를 중요한 서비스로 여기고 있구나 싶다가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면 앞으로 내 브런치에 독자들이 들어오기는 더 어려워지겠구나 싶기도 해서 고민이 된다.


우선 왜 카카오가 티스토리는 매각하고 브런치는 남겨뒀을까 생각을 해 봤다. 그간 카카오는 브런치를 단순한 블로그가 아니라 '고품격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으로 포지셔닝을 하려고 노력해 왔다. 요 몇 년 사이에 고품질의 유료 텍스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카카오도 브런치에 멤버십, 응원 등의 서비스를 도입하고 멤버십을 설정한 글들을 집중적으로 플랫폼 내에서 홍보해 왔다(괜히 멤버십 글들이 브런치 상단에 있는 게 아닐 테다). 또 다양한 공모전을 통해 작가들의 실제 책 출간을 독려하고 이들이 출간한 책을 오프라인 팝업스토어에 전시하는 등 각종 마케팅 활동도 활발히 해 왔다. 카카오에서는 브런치 관련 보도자료를 꾸준히 배포하며 홍보에도 힘을 썼다. 그렇게 브런치는 일반적인 블로그 서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타게 됐다. 단순한 블로그가 아닌 고품질 프리미엄 콘텐츠를 풍성하게 볼 수 있는 콘텐츠의 장으로. 그렇게 정체성이 확실해졌기에 카카오가 브런치를 매각 대상에서 제외한 게 아닐까 싶다.


다음과 함께 티스토리도 업스테이지에 매각될 예정이다. 이미 12월 1일부터 티스토리는 AXZ에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러한 변화가 모든 작가들에게 반드시 반가운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이미 기존에 브런치에서 인기를 얻으며 구독자를 꾸준히 모아 온 작가들이라면 카카오의 이러한 정책이 나쁘지 않다. 돈을 내고서라도 자신의 글을 봐줄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것이고,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각종 공모전에서 실제 당선돼 이런저런 행사를 같이 하게 될 여지도 크다. 브런치가 그러한 글들을 중심으로 큐레이션을 해 주기에 조회수 등 관심도에서도 이득을 보게 되고.


반대로 브런치를 좀 늦게 시작하거나, 여러 이유로 브런치를 꾸준히 하지 못하는 작가들 입장에서는 빠르게 성장하기가 어려운 환경인 것도 사실이다. 우선 글도, 구독자 수도 별로 없는데 덜컥 유료화를 할 수가 없다. 아무리 내가 정말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해도, 그걸 돈을 내는 사람만 보게 하면 자칫 그나마 있던 관심마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또 유료 콘텐츠를 꾸준히 생산하는 인기 작가들 위주로 브런치 메인 페이지에 소개되니 다른 독자들이 접근하기도 쉽지 않고, 당장 조회수도 찔끔이고 구독자 수도 가물에 콩 나듯 느는데 브런치에서 진행하는 공모전에 응모하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물론 어쩌다 브런치 추천글에 채택돼 메인 페이지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그게 유일한 희망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브런치가 외부 검색 등을 통한 유입이 그리 많지 않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나 같은 경우 평상시 브런치 조회수 중 절반 이상은 브런치 내부에서 유입되고, 그 다음으로는 구글, 다음 검색 순이다. 대형 작가들은 좀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작가들의 조회수 분포는 이렇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다음 메인에 글이 걸리는 경우를 제외하면 브런치 이외 유입 조회수가 낮다는 것이다. 그 말은 브런치 내에서만 독자들이 돌고 외부 유입 독자들은 별로 없다는 얘긴데, 그래서 내 글이 브런치 내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게다가 다들 알겠지만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의 주제는 정해져 있기에(이혼, 퇴사, 투병, 여행, 자아성찰 등등) 글의 주제에 따라 관심도 차이가 널을 뛴다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IT나 AI 관련 글과 음식이나 맛집 관련 글을 올렸을 때의 온도차를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끼게 된다. 나는 쓰고 싶은 글을 쓰려고 브런치를 한 것인데 어느새 플랫폼에 나를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그래도 어쩌다 한 번 다음발 조회수가 팡 터졌을 때 위안을 받았다. 아무리 시간을 들여 글을 써도 조회수가 바닥이니 의욕이 떨어지려는 찰나, 다음 '알고리즘의 가호'를 받아 조회수가 수천 단위까지 올라가는 경험은 참으로 짜릿했다. 몇달째 내가 꾸준히 브런치를 하는 이유 중 일부분은 다음 덕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앞으로는 다음을 통한 조회수 폭증을 사실상 기대할 수 없게 됐으니... 앞으로 브런치의 글들이 더욱 브런치 내에서만 도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그래도 다음에서 채택되는 브런치 글을 보면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작가들의 글도 더러 보였었.



카카오, 브런치를 택했다면 문제 개선에 힘써달라


이왕 카카오가 텍스트 콘텐츠 서비스로 브런치를 택한 이상, 몇 가지 부분에서라도 브런치에 대한 개선을 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 좀 더 적어본다.


첫째, 검색엔진을 통한 유입이 더욱 잘 될 수 있도록 검색최적화(SEO)에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당연히 브런치 플랫폼을 꾸준히 이용하는 독자들도 중요하지만, 결국 실제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브런치 이용자이건 아니건 간에 많이 봐주고 반응을 남겨 주는 것이 최우선이다. 전반적으로 네이버 블로그 등에 비해 커스터마이징에 폐쇄적인 브런치의 특성상 이용자가 직접 SEO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만질 수도 없다. 글의 구조를 SEO에 맞춰 바꾸는 것도 한계가 있다. 결국 카카오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본다. 이게 잘 되면 브런치를 이용하는 독자 풀도 늘어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카카오톡에서 브런치 콘텐츠로의 접근성을 높여 줬으면 한다. 다음이 매각된다면 카카오톡은 카카오의 유일무이한 핵심 서비스가 된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톡에서 브런치로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맨 오른쪽 '더보기' 탭으로 들어가서, 나열돼 있는 각종 카카오톡 서비스들을 맨 끝까지 살펴야 비로소 나온다. 그나마 이 역시 단순히 브런치 앱으로 들어가는 링크일 뿐이지 작가들의 글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더욱 효과가 떨어진다. 요즘 카카오가 카카오톡을 단순 메신저에서 종합 소셜 플랫폼으로 확장하려고 오픈채팅, 숏폼 강화 등 다양한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데 브런치 등 텍스트 콘텐츠를 소개하는 창구도 카카오톡 내에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카카오톡에서 브런치로 접근 가능한 유일한 창구. 하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더보기' 탭 메뉴에서도 맨 끝에 있다.


셋째, 내부 큐레이션 방침에 대한 재검토다. 당연히 카카오 입장에서야 유료 멤버십 콘텐츠, 인기 작가들의 콘텐츠,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혼·퇴사 등의 콘텐츠를 위주로 메인에 선정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안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신규 유입 작가들에게 더욱 많은 노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동기부여를 받아 지속적으로 새로우면서도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면 브런치 작가 풀도 올라가고, 브런치 내부에도 콘텐츠 다양성이 더욱 확보될 수 있다. 가뜩이나 외부에서 브런치로의 접근성이 썩 좋지 않은데 내부에서조차 글이 닿지 않는다면 작가들이 글을 쓸 이유는 없어진다.


물론 쉽지 않은 요구라는 것을 안다. 검색 유입은 앞으로 다음 매각 이후 브런치 검색 노출이 줄어든다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개선되기보다는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SEO가 플랫폼사 혼자 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도 하고.. 브런치 내부 큐레이션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브런치에 제기되던 문제였지만 아직까지 별로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카카오톡에서 텍스트 콘텐츠를 늘리는 시도의 경우 이미 몇 년 전 '카카오 뷰'를 통해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친구탭 옆에 뷰 탭을 배치했을 정도로 카카오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서비스 1년 7개월 만에 접은 것을 보면, 텍스트 콘텐츠로는 카카오톡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카오가 몇 안 되는 텍스트 특화 서비스로 티스토리도, 다음 블로그도 아닌 브런치를 택한 이상 앞으로 더욱 서비스에 공을 들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용자로서 느끼는 부분을 적어 봤다. 아무리 불평불만을 늘어놓아도, 브런치만큼 다른 생각하지 않고 글에 집중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한국에는 없는 게 사실이다. 꾸준히 고품질 유료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작가들을 독려하는 방향성에도 공감한다. 다만 브런치가 다음과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더욱 고립된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브런치 작가들끼리 소통하며 반응을 주고받는 것도 좋지만, 외부 독자 파이를 키우는 방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다음과 티스토리 매각으로 카카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지는 만큼, 카카오도 이를 계기로 브런치의 개선 방안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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