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과 대화하기...
예전부터 외계인(aka 개발자, 혹은 공대생)과의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는 글들을 많이 접하곤 한다. 공대생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법, 혹은 개발자의 아내가 알아야 할 어쩌고 이런 것들도 한 몫하는 것 같지만 거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결국 개발자와 함께 일하는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개발자와 소통이 되지 않아서 힘들다는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 글들을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썼는지 묻고 싶어 질 때도 있다. 어떤 글들은 개발자 스스로 개발자의 소통에 대해서 문제가 많다며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소통(communication)이라는 것이 비단 개발자들과의 문제만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소통이고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기도 하며 사회를 형성하고 정치를 만들어가고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도 소통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 소통의 문제에서 개발자들만 욕을 먹고 있을까?
물론 개발자의 특성 중에 사람과의 직접적인 대화보다는 컴퓨터를 통한, 즉 온라인을 통한 대화를 더 편해하는 사람들이 많고 외부 활동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건 개발자들뿐만 아니라 예술가들 중에서도 그냥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아무도 예술가와 소통을 하기 위해 적어도 예술가들이 쓰는 용어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가끔 몇몇 개발자들이 '우리와 대화를 하려면 우리가 쓰는 용어 정도는 알고 있어야지'라는 식의 글을 올리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되는 듯하다.
나는 일반인(aka 머글, 사고방식이 전혀 개발자 안스러움)으로서 개발자 지인들이 많은 편이다. 그들과의 대화에서 단 한 번도 어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아직도 '아~ 정말 개발자들이란...'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자면, 내가 어떤 중요한 모임에 30여 명의 개발자들을 초대하면서 "이번 모임에 꼭 참석하셔서 여러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부득이하게 참여하기 힘드신 분은 말씀해주세요."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단 한통의 답변도 받지 못한 경우가 있다. 너무 이상해서 따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참여하기 힘드신 분은 말씀해달라'고 해서 참여할 것이기 때문에 아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너무나도 생각해보면 당연하지만 미처 깨닫지 못했던 답변을 받았다.
그저... 생각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개발자를 외계인이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과 대화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input이 있어야 output이 있고, 딱 말한 그대로 답을 한다. 모르겠으면 잘 모르겠으니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면 되고, 어려우면 어려우니 쉽게 말해달라고 하면 된다. 개발자랑 대화하기 위해서 개발자의 용어를 굳이 알 필요는 없다. 대화가 무엇인가?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서로'!!! 서로 이야기를 하려면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이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대화이고 소통이다. 그게 기본이 되어 있지 않다면 그 누구와의 소통도 어려운 것이 사실 아닐까???
내가 개발자와 일을 해보지 않아서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고 쉽게 판단하지는 말길... 나도 도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개발자들과 함께 여러 가지 작업을 한다. 정말 이야기하기 어렵고 대화가 되지 않는 개발자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건 개발자만이 아니라 편집자 중에도 있고 작가 중에도 있고 디자이너 중에도 있고 기획자 중에도 있다. 혹, 네가 개발자와 연애를 안 해봐서...라는 섣부른 판단도 하지 마시길.
물론 외계인이니 가끔 외계어를 쓰는 것은 이해해주자. 그들도 가끔 우리 언어를 외계어처럼 생각할 테니까... 그래서 사실 외계어 몇 개 정도는 알고 있어야 외계인과 대화하기가 더욱 수월한 것은 맞다. 여자랑 대화할 때 디저트 이름이나 명품 브랜드 이름 등을 알고 있으면 조금 더 편한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외국어를 배울 때도 그 언어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배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외계인들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그들의 언어를 배울 때 그들의 문화도 배워야 훨씬 더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어설프게 아느니 차라리 그냥 솔직한 게 제일 좋다. 단지 내가 당신과 정말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만 서로 보여준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요점이다. 그저 나는 개발자도 다른 누군가와 대화하듯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하나도 어려울 것이 없다는 거다.
추신 1 : 어제 개발자 지인들과 저녁 술자리를 가지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막 생각나는대로 두서 없이 쓰다보니 앞뒤가 맞는지 잘 모르겠다.
추신 2 : 나는 일반인이고 하물며 출판사에서 일하는 편집장인데도 모든 사람들이 다 이해할 수 있는 조리 있는 글을 쓰지는 못한다. 그러니 남들은 오죽할까...
추신 3 : 길지도 않은 인생, 서로 조금 더 이해하고 사... 사... 사이좋게 지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