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저 좀 쉬고 싶어요
네? 현실에 치여서 그냥 쉬고 싶은데요.. 꼭 무슨 일을 더 해야 하나요..?
숨이 턱 막힙니다. 일에 치이고 또 치여 피로가 쌓였을 테고요. 현실의 일을 잠시 내려두고 나를 위한 여행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며, 계속된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취업을 못 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빡빡한 현실 속에서 짐을 내려두고 잠시 휴식을 취하겠다는데, 현실의 눈총은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어릴 적 국어 시간에 배웁니다. 여백의 미학을요. 디자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 활용된 여백은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내용 간의 구분을 명확히 하여 판독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여백의 미를 잘 살린 대표적인 예술 양식이 미니멀리즘입니다. 여백의 미는 현대에도 이어져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여백의 미, 유독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여백의 미학처럼 보이려면 ‘나 쉬고 싶어요’ 앞에 수많은 해시태그가 붙어야 하니까요. #영어점수와 자격증을 위해 #부트캠프 수료를 위해 #부족한 스펙을 위해 등... 저는 이것들이 진짜 휴식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얻기 위해 작은 방패를 구입한 것처럼 느껴져요. 툭 치면 부러질 것 같이 생긴 게 N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모 게임의 장비인 사각 나무 방패가 방어력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닌 거죠. 이러한 중압감과 부담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으니, 침대에 누워있어도 마음이 편한 날은 그나마 다 같이 쉬는 날인 주말밖에 없을 겁니다. 가뜩이나 내 몸은 제발 좀 쉬라고 전두엽에게 시위를 하는 중인데, 내 머리는 그러면 안 될 거 같다며 협상을 결렬하니, 일은 더욱더 하기 싫어질 것이고 심해지면 번아웃까지 오게 되는 것이죠.
쉬는 건 절대 나쁜 게 아닙니다. 각자의 속도에 맞추어 운전하다가 잠시 휴게소에 들르는 것이죠. 화장실만 들렀다 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휴게소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은 통감자에 우동, 모자라면 소떡소떡도 먹는 겁니다. 그렇게 휴식 시간을 가지면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쉬어가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기계도 계속 돌아가면 가열되어 불이 나는데,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달려오면서 생기는 잠깐의 여백이 ‘눈치와 부담’이 아닌 '하나의 미’로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