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홍콩식 밀크티 문화를 체험해 봐야 한다는 병약E의 주장으로 새벽녘부터 열린 곳을 찾아
밀크티 브런치 세트를 주문해 봤습니다.
식빵은 식빵 맛이었고, 라면과 파스타는 무척이나 싱거웠습니다.
밀크티는 엄청나게 썼고요. 전 아메리카노 쓰리샷도 맛있게 먹는 내추럴 본 출판인이기에 맛있게 마셨지만, 아마 홍콩 사흘간 최악의 식당을 꼽으라면 여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황후상 광장
홍콩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영웅본색>.
주윤발이 황후상 광장을 배경으로 간지나게 등장하며 영화가 시작되죠.
배경이 되는 건물의 외양이 그대로 남아있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네 명 모두, 성냥을 입에 물고 프사용 사진 한 장씩을 건졌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시작된 성냥 지옥...
성냥을 물고 향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중경삼림>의 주요 촬영지가 되었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양조위와 왕페이가 무척 풋풋하고 귀엽게 나왔었죠. 저 사진들을 건지려고 계단을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했는지 모릅니다.
아쉽게도 그들의 또 다른 만남지였던 시장은 거의 없어졌더라고요. 대신 왕페이가 여기서 바라본 양조위의 집이 저기쯤인가, 짐작해 보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
황후상 광장에서 여기까진 약 2km 정도 되었던 것 같아요.
저흰 성냥을 꼬나물고 창피한 줄 모르고 도보로 이동했답니다.
근처에 베이커리 맛집이 좀 있대서 군데군데 들렀습니다.
슬슬 성냥이 거슬리기 시작...
막내야, 이제 제발 성냥 좀 빼... 왜 당당하게 웃는 거야...?
야 진짜 안 빼냐?!
아무튼. 이렇게 다 돈 시간이 아마 오전 10시쯤 되었을 거예요.
정말 새벽부터 돌아다녔단 이야기죠...
홍콩-마카오까진 페리(배)로 약 1시간 정도 걸리고 13시에 예약해 둔 터라 조금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뽀로로들이 홍콩에 가면 무슨 제니쿠키를 꼭 사야 한다며...
제니쿠키 오픈에 맞춰서 줄을 서러 가는데...
정말 과장 0.00001도 안 하고 줄이 무슨... 태어나서 처음 보는 웨이팅 규모였습니다.
ⓒ디지털타임스
진짜로 저 사진보다 많았습니다. 진짜진짜로...
전 애초에 관심이 없었기에, 포장한 빵과 기타 등등을 들고 주변 거리도 좀 걷다 숙소로 들어가고 나머지 셋만 웨이팅을 하고 있었죠.
숙소에 홀로 들어온 지 30분이나 지났을까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막내가 벨을 미친 듯이 누르더라고요?
문을 열어주자 뭐라 말할 틈도 없이 화장실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웨이팅을 하다 큰일이 너무 급해서... 지사제까지 먹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효과가 없어서, 숙소까지 미친 듯이 뛰어왔다더라고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말하는, 한바탕 일을 치르고 나온 막내의 표정은 알고 지내며 본 얼굴 중 가장 상쾌해 보였습니다. :)
(미안해. 결국 홍콩 똥쟁이 이야기 썼어. 근데 이게 제일 재밌는 걸 어떡해)
막내는 그 후로도, 마카오에서도 홍콩 다른 식당에서도 끝없이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답니다.
홍콩 약국의 지사제는 한국인에게 효과가 1도 없는 걸로!
평소 기름진 음식이 잘 안 맞으신다면, 홍콩 여행 때 미리 한국산 지사제를 챙겨가시는 건 어떨까요!
물론 전 멀쩡했답니다. 후후.
아무튼. 이런저런 일 끝에 무사히 마카오로 넘어왔습니다.
홍콩-마카오를 묶어 오는 사람도 많고 애초에 관광도시여서인지 출입국 절차는 간단하더라고요.
어딜 가나 우리나라 명동보다 사람이 많았습니다.
한산했던 건, 관광지가 아닌 한 뒷골목뿐.
다들 사간다는 육포, 저희도 2덩이 정도 포장했고 사람이 너무 많아 후다닥 나왔는데...
나중에 숙소에서 보니 3덩이가 결제되어 있고, 가격도 무척 비싸더라고요... 물론 꽤 맛있었습니다.
성당들도 들르고, 에펠탑도 보고 했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진 않았습니다.
사람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약간 질린다는 감상뿐...?
북방관
카지노가 딸린 호텔 안에 있던 북방관. 뒤쪽으로 카지노가 좀 보였는데, 가드도 있고 사진촬영 금지더라고요.
카지노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깔끔하고 비싸다는 평이 많던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진 않았어요. 직원들도 엄청 친절했고(약간 부담스러울 정도로 하나하나 체크하더라고요), 백주 한 병 가격이 저렴한 건 2~3만 원 정도라 이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후후. 가지튀김, 마라??, 샤오롱바오? 기타 등등 시켰는데 짜장면만 맛이 무척 생소했고 나머진 맛있었습니다. 비용도 한국에서 외식했을 때 예상할 수 있는 금액 정도...
갓 나온 에그타르트의 맛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여태 먹은 에그타르트는 다 가짜였던...
아무튼. 후다닥 포장해 거의 마지막 배로 돌아온 홍콩. 12시가 다 된 터라 숙소에서 육포에 간단히 술을 마시며 마무리. 방콕에서 산 세상 창피한 코끼리 바지 입고 온 거 실화인가...
시간이 늦어 택시를 탔는데, 홍콩 영화에서 돌아다니던 빨간색 택시들이... 무척 좋았습니다. 귀엽...
마지막 날. 주윤발 님의 맛집을 시작으로 대형 쇼핑몰도 가보고, 각자 필요한 것들을 샀습니다.
전 당연히 공부가주를... 무척 맛있더라고요.
만약 홍콩을 또 가게 된다면, 좀 더 본격적으로 영화 촬영지 위주로 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꿈같은 시간을 보낸 것 같아요.
홍콩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어느 곳보다 멋진 여행지가 될 거예요!
홍콩을 다녀와서 산 액자. 그리고 최근 출간된 <키노 씨네필 100호>.
연맥으로 즐기고 있는 아름다운 공부가주.
의 사진을 첨부하며, 괜스레 길어진 글 이만 마칩니다! 짜이찌엔!
ps. 아 참. 한 덩이 사기(?)당한 육포는 양이 너무 많아못 먹었고. 마지막 날 공항에서 열심히 나눠 먹었는데도 반도 못 먹어서 결국 다 버리고 왔답니다. ㅂㄷㅂㄷㅂㄷ... 한동안 자려고 누우면 육포가 눈앞에 아른거렸어요.................................(농축산물 반입 절대 금지...)
※뽀로로즈 멤버 소개
대장: ENFP. '넓고 얕은 찍먹'이라는 좌우명으로 한라산 등반, 낚시, 해루질, 볼링, 탁구, 포켓볼, 골프, 뮤지컬, 콘서트 심지어 해외여행까지도 가장 앞장서서 리드하는 만악의 근원. 알코올이 들어가면 미친 E와 F로 진화하므로 요주의. 자주 하는 말은 '득근득근!', '사람은 그렇게 쉽게 안 죽어...' 그리고 '막내는 지치면 안 돼!'
개장: INFJ. 길드장이었으므로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자주 불리곤 했는데, 술 먹은 다음 날 '내가 또 술 마시면 진짜 개다!'라는 말을 하고선 하루 이틀 뒤에 술을 먹는 모습을 자주 보여, '개'+'대장'='개장'이라는 호칭으로 바뀌게 된 비운의 인물. 일요일엔 충전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뽀로로즈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아서 매번 슬퍼함. 뽀로로 모임의 영향으로 최근엔 E와 I가 번갈아 나오는 중.
렴치: ISTP. 뽀로로즈 모임의 공식 운전기사. 대장이 짠 계획을 렴치가 완성하므로 그야말로 만악의 근원 2라 할 수 있음(주로 뽀로로들을 집 앞에서 태워다, 일정이 끝나면 집 앞까지 내려줌). 공식 별명인 '렴치'는 '파렴치한'의 줄임말로, 사회통념상 비춰보았을 때 지나치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아가와 교제한 적이 있어 붙여짐.
병약이(E): ENFJ.MBTI 검사상 E 성향 99%가 나온 확신의 외향인. 하지만 그에 걸맞지 않게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연약한 체격과 병약한 체력을 타고나 본의 아니게 뽀로로즈 모임에 불참하곤 하는 비련의 인물. 앓아눕느라 모임에 참가하지 못했는데 재밌어 보이는 사진이 단톡방에 끝없이 올라올 경우, 침상에서 남몰래 눈물을 닦아내곤 함.
막내: ISTP. 모임의 유일한 20대이자, 뽀로로즈 공식 막내. 렴치를 제외한 모두에게 배려와 귀여움을 받고 있지만 한참 연하만을 편애하는 렴치에게 막내는 그저 노인네일 뿐. 20대 다운 강인한 체력으로 대장의 넓고 얕은 찍먹을 가장 먼저 지지하는 만악의 근원 3. 대장과 함께 식단과 운동을 꾸준히 하는 유이한 득근파 중 하나.
※ 본 매거진은 연재 전 뽀로로즈 모두에게 연재 동의를 얻었으나, 개개인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신상이 특정될 수 있는 부분은 조금의 각색을 거쳤음을 알려드립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 앞으로 서술할 모든 일들은 100% 실화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혹 다섯 중 한 명이라도 알아보신 지인께서는 부디 못 본 척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