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으로 산다는 것, 관계가 막힘없이 흘러갈 때

의전 하면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사전적 의미로 의전은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 또는 정하여진 방식에 따라 치르는 행사라고 나와 있다. 의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문하신 분에 대해 예를 갖추는 태도와 정신이다. 

좋은 음식이라도 담아내는 그릇이 청결하지 않거나 격에 떨어진다면 수고롭게 장만한 정성과 노력이 빛을 발할 수 없는 것처럼 내용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형식도 함께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의전은 내용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이다. 

학교에는 다양한 분들이 찾아오신다. 동문회 임원, 지역 체육 관계자, 시의원, 노인회,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지역 유관 기관 관계자 등 많은 분들이 방문하신다. 학교 조직 상 의전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 보니 누가 이분들을 맞이해야 될지 사실상 명확한 기준은 없다. 

교무실, 행정실, 보건실, 영양실 등 부서별 조직 체계가 갖추어 있는 듯하지만 사실상 기능상의 분류이지 실질적 역할은 모두 학생 교육과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학교장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예를 갖추어 맞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학교의 현실이다. 

학교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이런 점을 보아왔기에 교감이 되면 나라도 의전 역할을 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 교무실에 찾아오시는 손님이야 교감이 직접 인사드리고 의견을 청취하면 되겠지만 교장실에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성격이나 목적이 다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교감이 예를 갖추어 의전 역할을 감당하면 모양새가 좋을 뿐만 아니라 협조를 얻어내는데 밑거름이 된다.

오늘 현안 사업으로 인해 중요한 분이 학교를 방문하셨다. 학교장과 독대 형식의 만남은 아니었다. 누군가 배석하여 학교장 곁에서 보좌하는 것이 좋을 듯싶었다. 내가 먼저 교장님께 배석하겠다고 미리 말씀드렸다. 학교를 방문하신 분과의 대화는 결국 학교의 이야기며 학생 교육과 관련된 이야기다. 배석해서 직접 이야기를 들으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분명히 알게 된다. 다시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으면 현장에서 직접 듣는 것보다 감이 떨어질 수 있다. 바쁜 일과 시간이지만 중요한 대화의 자리는 직접 배석해서 청취하는 것이 시간을 절약하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일을 추진할 때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대화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도 예의를 갖추어 배웅해 드렸다. 의전 방법에 대해서는 따로 배운 적이 없다. 사실 나의 의전 습관은 R.O.T.C 학군단 후보생 때 이론을 배웠고 임관 후 복무를 하면서 실전 연습을 했다. 서열 관계로 이루어진 군 조직은 의전으로 시작해서 의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경례와 함께 예를 갖추는 것, 회의 시 자리에 앉는 순서, 차량 탑승 시 상급자를 어디에 모실지, 상급자와 함께 걸어갈 때 어디에서 함께 보조를 맞추어 갈지 등 세세한 것까지 군 복무기간 동안 몸으로 체득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에서 배운 의전 습관이 보탬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첫인상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첫 만남에서 시작된다. 다양한 분들이 학교를 찾아오지만 같은 분이 자주 오시는 것은 아니다. 오래간만에 학교를 방문했는데 맞이하는 사람 없고 예의를 보이는 사람이 없으면 만남도 하기 전부터 마음 문이 닫힌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관계의 시작은 예의를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교감이 의전을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202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① 담임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② 학부모 앞에서 강연할 때

③ 교감도 방학이 좋다.

④ 내가 그토록 꿈꾸던 것을

⑤ 자연스럽게 늙어간다는 것

⑥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⑦ 사람을 구할 때

⑧ 하루만 비워도 불안하지만

⑨ 무두절로 기쁨을 줄 수 있다면

⑩ 곤란한 일이 없었으면

⑪ 해결사의 본능이 드러날 때

⑫ 관계가 막힘없이 흘러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