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직업병

by 이창수

교감에게는 특이한 직업병이 몇 개 있다.

그중에 하나는 학교에 꼭 붙어 있어야 안심이 된다라는 일종의 불안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며칠 전 출장 중에 교감선생님 한 분이 이런 얘기를 했다.


“학교를 잠시 비울 수가 없어요. 하루만 비워도 불안합니다”


아마도 쏟아지는 공문과 혹시 있을 줄 모르는 민원, 학교폭력, 학생 사안 때문이라는 것을 주위에 있던 교감들은 말 안 해도 다들 공감한다.


그래서 나는 출장이 있으면 반드시 가지고 다니는 게 하나 있다. 노트북이다.


노트북으로 언제 어디에서든지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출장 중에 그럴 필요까지가 있나 싶지만 행정실이나 영양실, 선생님들 중에는 교감 결재를 급히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업무 처리 과정을 지연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번거롭더라도 틈이 있을 때마다 원격 시스템에 접속해서 결재를 하고 있다.


물론 대결 지정을 해도 좋지만 결국 출장에서 돌아와서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출장 중에도 업무의 연장선에서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교감 직업병 중에 하나다.



출장을 다녀와서 저녁 늦게 집에 도착해 다시 노트북을 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혹시 결재안 한 것이 없나 살펴봐야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직업병인 게 분명하다.



교감에게 있는 직업병 중 두 번째는 이렇다.



교직원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늘 잘해드려야겠다, 문제점이 있다면 곧장 해결해야겠다는 강박증이 있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겸손해야 된다와 같이 나도 모르게 출근하면서 마음먹는 강박관념들이 있다.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가도 교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을 잡고 인간 대 인간으로 통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으로써 어떤 사건을 금방 처리해 줘야 하는 해결자의 입장으로 전화를 받는다. 완전 직업병이다.



교감이 없어도 학교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데,

교감이 덜 착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나는 아직도 완전무결한 교감이 되기 위해 상당히 긴장하며 출근하는 것 같다.


이것조차도 직업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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