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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짤리짤리 Oct 13. 2022

들어가는 글

격차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17살 영준이의 어머니는 영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 집을 나가셨고 이후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아버지의 잦은 음주와 폭행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빈번하게 가출을 하던 영준이는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집을 나가버렸고 친구들과 주유소, 배달 등 갖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사람들은 대게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모른 채 지나가기 쉽지만,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 정상적인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동청소년들이 생각보다 많다.

 

 어려서부터 생존을 위해 노동에 내몰린 이 친구에게 대한민국의 높은 교육열은 마치 다른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영준이는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어두운 고시원이 아니라 복도 끝 창밖 저 멀리 반짝거리는 아파트 단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이미 번듯한 삶을 살며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이들 말이다. 그들이 말하는 '누구나'에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보통'이나 '평균'은 영준이와 주위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왜 자신은 이렇게 소외받은 채 살아가야 하는지, 왜 미래를 꿈꾸기보다 당장의 끼니를 위해서만 살아내야 하는지, 왜 수많은 어른 누구도 자신을 보살피려 하지 않았는지. 한때는 부모와 세상을 많이 원망하기도 했지만 이내 익숙 해저 버린 삶의 굴레 속에서 조금씩 담담해져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가끔씩은 주체할 수 없이 화가 솟구치기도 한다.

 부모의 지원으로 많은 기회를 얻는 아이들과 어려서부터 방치되거나 노동에 내몰리는 아이들. 성인이 되어 각각 어떠한 삶을 살아가게 될지 알 수 없지만, 가능성 측면에서 본다면 누구라도 전자에 속한 이들이 더 나은 삶을 살 꺼라 말할 것이다. 반대로 후자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은 성인이 되어 실패를 겪을 때 자신보다는 세상 탓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외부에 대한 불만이나 적개심이 넘쳐나는 사회. 우리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진보 정치인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공정과 평등을 강조하며 다양한 정책들을 때론 무리하게 펼쳐 보지만, 그 의도가 선의일지언정 결과는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곤 했다. 사실 집권당의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1990년대 초반이래 줄 곧 우상향하고 있다. 그렇다고 절대적 빈곤이 확산된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의 GDP와 최저임금 수준은 꾸준히 상승했고, UN 내에서의 지위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되었을 만큼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은 부자 국가 중 하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대적 빈곤의 확산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 상실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주변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된 상태라면 상대적 빈곤이 절대적 빈곤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준다. 실제 상대적 빈곤이 급격히 커지는 시기에 범죄율도 동반하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소득격차의 확대는 상하 혹은 갑을 관계를 구분 짓는 문화와 맞물리며 사회 곳곳에서 다양한 계급도와 서열표를 만들어 냈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게, 계급의 상위 단계에 있는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자신을 포장하려는 욕구도 전반적으로 퍼졌다. 앞서 언급했던 영준이 역시 생일날 마음에 둔 명품 신발을 하나 사는 것이 그가 품고 있는 작지만 현실적인 소망이다. 


 사회 곳곳에 퍼 저가고 있는 격차와 서열 그리고 양극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이 키워드를 중심으로 오늘날의 우리 모습과 지나온 흐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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