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름 사진을 찍는 이유

재밌으면 그만!

by Floyd
필름 카메라 가지고 싶다


가끔씩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최근 사이 레트로 열풍이 불면서 필름 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디지털에선 느낄 수 없는 필름만의 감성, 특유의 색감 등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래서인가 나에게 가끔씩 필름 카메라는 어디서 사는가 어떻게 현상하는가 등등을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섣불리 도전했다가 실망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단순히

“필름 감성”을 보고 입문 하기에는 발생하는 부담들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Minolta HI-Matic AF-D: Kodak Portra400


일단 첫째로 돈이 많이 든다.

필름 카메라의 가격은 10만 원 아래부터 400, 500만 원 이상을 호가하는 제품들까지 다양하다.(물론 전부 중고 제품이다.)

당연히 입문에는 10만 원 아래의 카메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필름이다.

필름의 가격은 날이 갈수록 상승 중이고 필름을 취급해 주는 곳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가장 저렴한 필름에 경우 코닥 컬러 플러스, 골드, 이미지 프로 같은 저렴한 필름의 대명사였던 것들도 한 롤에 7,000원에서 7,500원까지 올랐고 고급 라인업은 한 롤에 15,000원 20,000원 이상을 호가한다.

“필름을 싸게 구할 수 있는 나라”는 옛날 얘기다.

그뿐 만인가 현상을 하려면 현상비, 인화비, 디지털 파일로 만들어주는 스캔비.. 나갈 돈이 계속 생긴다.

집에서 자가 현상을 한다면 좀 낫겠지만 초기 비용이 좀 크고 또 아주 번거롭다. 그리고 사진 현상을 위해 현상소를 왔다 갔다 해야 하니 시간적으로도 손해다. 결국 디지털에 비해 가성비가 매우 떨어진다.

이 단계에서 싫증을 느껴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Minolta HI-Matic AF-D: Kodak Ektar 100


그래서 내가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단점들만 나열해서 말해주면

그럼 넌 왜 필름 사진을 찍어?

라고 묻는다. 처음 그 질문을 들었을 때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짜 왜 난 필름 사진을 찍고 있었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때 필름 사진으로 했나? 아니 난 디지털로 시작했다.

나도 어쩌면 “필름 감성”에 반해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질문을 듣고 오랜 시간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찾아보고

혹시 답이 있을까 여러 사진 서적들도 읽어봤다. 하지만 완벽한 이유를 찾지는 못했다.




Minolta HI-Matic AF-D: Kodak TMax 400



그래도 그럴듯한 이유들은 찾을 수 있었는데 첫째로는 사진의 기교를 기를 수 있다. 필름 사진은 24컷, 36컷이라는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최선을 다해 찍게 된다. 셔터를 누르는 매 순간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그만큼 사진의 기교도 기를 수 있게 된다.


둘째, 카메라의 구동 메커니즘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필름이 없는 상태의 카메라 뒤의 뚜껑을 연 뒤 셔터스피드를 원하는 대로 설정해본 뒤 셔터를 눌러보면 각기 다른 셔터 지속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렌즈의 조리개 링도 돌려보면서 얼마나 많은 빛이 들어오는지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카메라가 어떻게 장면을 이미지로 만드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Yashica Electro35 GSN: Kodak Pro Image 100



셋째로는 재미있다. 필름을 사고 찍고 결과물을 기대하며 현상을 기다리는 그 과정이 최소한 나에게 큰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디지털로 사진을 찍는 것도 즐겼지만 필름이 주는 재미는 다른 차원이었다. 열심히 한 롤을 채웠지만 망친 사진을 보고 낙담하고, 한 롤의 사진 중 마음에 들어 건진 사진이 많으면 굉장히 기쁘고 그런 것이 내겐 새로운 경험이었고 필름 사진을 계속 찍게 되는 원동력이었다.




Minolta HI-Matic AF-D: Kodak Ektar 100


마지막으로 필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필름업계는 계속해서 하락세고 수요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언젠가 레코드판이나 펜과 종이로 그린 만화처럼 소수의 사람만 찾게 되는 과거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필름 사진이 언제 사라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니 기회가 있을 때 즐겨보는 게 좋을 것이다.

물론 디지털에 비해 필름 사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단계는 번거로울 수 있지만 그것들을 통해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런 이유들이 필름 사진을 찍는 이유에 대한 완벽한 대답일 순 없지만 그래도 나는 되는 데까지 필름 사진을 찍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게 되는 사람들도 필름 사진에 도전해보았으면 좋겠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도 좋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