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프래자일의 시대, 다정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by On the Ro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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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을 피하는 자와, 충격을 먹고 자라는 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저서 Antifragile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가 있다.
깨지기 쉬운 것(Fragile),
충격을 견디는 것(Robust),
그리고 충격을 먹고 자라는 것(Anti-fragile).

저는 이 개념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예측하려는 사람은 결국 무너지고, 충격을 흡수하는 사람만이 남는다.


바람이 불 때 촛불은 꺼집니다. 그러나 모닥불은 더 크게 타오릅니다.

지금 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이 가져야 할 체질은 촛불의 정교함이 아니라

모닥불의 근육입니다.

예산이 깎이고, 인구가 줄고, 정책이 바뀌는 충격을 버티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서 방향을 틀어버리는 힘. 저는 그것을 로컬의 하드 피벗이라고 부릅니다.


딱딱한 행정은 깨지기 쉽다


지방 행정은 대개 단단해 보입니다. 5년 계획, 10년 비전, 대규모 인프라.

하지만 특이점 시대에 이 방식은 오히려 가장 ‘프래자일’합니다.

환경이 조금만 변해도 그 거대한 설계도는 무용지물이 됩니다.
남는 것은 매몰 비용과 책임 공방뿐입니다. 제가 삼성과 제일기획에서 배운 것은

‘치밀한 계획’보다 ‘빠른 수정’이었습니다. 한 번의 거대한 도박이 아니라,

작은 실패를 반복하며 면역력을 키우는 조직. 실패가 조직을 망치지 않고

오히려 학습시키는 구조. 로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대한 랜드마크 하나가 아니라, 수십 명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마음껏 시도하고, 망해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생태계.

그 구조가 있어야 충격은 재앙이 아니라 재료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함


여기서 저는 한 걸음 더 나가고 싶습니다.

특이점 시대, 기술이 지배하고 효율이 신앙이 되는 시대에 가장 강력한 안티프래자일의 동력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정함에 있습니다. 위기가 오면 사람은 각박해집니다.

“우리 지역부터 살아야지.”
“외부인은 좀 줄여야지.”
“내 몫부터 챙겨야지.”

성은 높아지고, 문은 닫힙니다.


하지만 폐쇄는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경직되게 만듭니다. 경직된 구조는 작은 충격에도 산산이 부서집니다.


경북의 작은 장면 하나


경북의 한 로컬 상권에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카페 대표가 옆 가게 사장을 붙잡고 말했습니다.

“이번 주 손님 좀 줄었죠?
우리 계정에 신메뉴 올릴게요.”

그 카페도 여유롭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옆 가게 메뉴 사진을 찍어
자기 SNS에 먼저 올렸습니다.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 집 망하면, 다음은 우리예요.”

이 문장은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안티프래자일의 본질입니다.

경쟁이 아니라 연결,
고립이 아니라 연대.

충격은 개별 가게를 쓰러뜨릴 수 있지만,
서로 묶인 상권을 한 번에 무너뜨리기는 어렵습니다.

다정함은 감상이 아닙니다.
충격을 분산시키는 사회적 안전망입니다.


다정함은 가장 계산적인 전략이다


특이점 시대에 가장 비싼 자산은 데이터가 아닙니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AI는 계산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인의 실패를 자기 일처럼 끌어안는 선택은 알고리즘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지역이 살아남는다는 것은 건물이 남는 것이 아닙니다. 관계가 남는 것입니다.

숫자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단단해지면 그 지역은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촛불은 바람을 두려워합니다. 모닥불은 바람을 연료로 삼습니다. 충격은 올 것입니다.

예산은 줄어들 것이고, 인구는 더 이동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하십시오.

그 다정함이 당신의 지역을, 어떤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모닥불로 만들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하드 피벗의 심장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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