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에 오피스워커들을 위한 희대의 도구, 엑셀이 출시된다.
엑셀이란 도구가 무언가를 분석 및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테이블이라는 템플릿
2. 자율성
3. 직관성
다량의 데이터를 특정 공통점에 따라 나열하고 분류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이라는 형식을 써야 한다. 다만 테이블 형식으로 데이터를 쌓고 분석하는 것이라면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들(MySQL이라던가) 또한 가능했는데, 왜 엑셀이 그렇게 많이 사용될까? 가장 큰 이유는 엑셀은 따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마우스를 활용해 컬럼을 추가, 수정, 삭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간단한 검색 및 자동계산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테이블 내의 각 셀에 들어가는 데이터가 자유로워 심지어 이미지조차 넣어둘 수 있다. 이런 편의성으로 인해 엑셀은 단순히 테이블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도구를 넘어 오만가지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는 자율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기에 엑셀이란 도구는 오피스워커들의 필수 도구가 된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어느 정도 이상 복잡해지면, 엑셀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하며 엑셀을 기반으로 한 운영 자체가 틀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이 온다.
언제 전환해야 할까? 구체적인 신호들이 있다:
- 엑셀 파일을 여는 데만 1분 이상 걸릴 때 (너무 많은 데이터와 계산식 때문에)
- 동일한 데이터를 3개 이상의 엑셀 파일에서 관리하게 될 때
- 수식 오류나 데이터 불일치로 인한 실수가 반복될 때
- 신입 직원에게 엑셀 운영 방법을 가르치는 데 일주일 이상 걸릴 때
이런 시점이 오면 우리는 "어드민 페이지"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어드민 페이지라는 것이 무엇이고, 그 근간에 깔려있는 니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어드민 페이지라는 것의 핵심만 남겨두면 아래와 같은 기능을 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1. 미리 가공된 데이터를 유저에게 제공한다
2. 유저가 기입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가 어떤 액션을 자동으로 실행하게 한다
사실 위 2개의 특징만 보면 엑셀을 쓰지 왜 굳이 어드민 페이지라는 것을 만들어서 엑셀 대신에 쓰는지 아리까리할 것이다. 엑셀도 충분히 이런 기능들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드민 페이지의 본질을 조금 더 파고 들어가면 진짜 차이점이 드러난다. 어드민 페이지가 가진 더 깊은 특징들이 있다.
1. 프로그래밍 언어로 운영 프로세스를 코드화함으로써 정책을 구체화한다
2. 코드라는 도구를 통해 복잡한 정책 및 계산이 가능해진다
3. 유저의 운영 프로세스를 제한한다
위 3가지 특징은 운영자로 하여금 아래의 행동을 강제한다.
1. 명확한 & 에러가 없는 & 이유가 있는 정책의 설정
2. 임의의 운영 행동 제한
3. 업무의 포커스를 실행이 아니라 기획으로 이동
엑셀을 사용할 때는 엑셀이라는 도구가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본인의 수작업을 더해 "어느 정도 실행 가능한 운영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그 프로세스가 어느 정도 복잡성에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정책을 고도화하거나 수정하기 어렵게 된다. 더 나아가 엑셀 시트 간의 연결관계가 복잡하게 엮이고 여기에 엑셀 자체의 한계가 겹쳐지면서 어쩔 수 없는 구멍이 뚫린 정책들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한계에 달한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엑셀과 수기작업으로 계속 복잡해져 가는 비즈니스 플로우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무언가"가 엑셀이 하던 기록, 계산, 실행을 대신 해주기를 바란다. 그때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한 정책의 구체화, 로직의 고도화, 실행의 자동화가 필요하게 된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보면, 어드민 페이지라는 것을 만들려고 함으로써 우리는 기존에 있던 워크 프로세스를 다시 정립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정책이 고도화된다. 그리고 정책 고도화 과정에서 실무자의 업무는 실행에서 정책의 기획으로 중심이 옮겨지게 된다.
이런 것들을 겪어보면, 사실 "어드민 페이지를 만든다"라는 것은 어찌 보면 운영 프로세스의 고도화와 묶여있는 흥미로운 업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엑셀에서 어드민 페이지로의 전환은 단순한 도구의 교체가 아니다. 그것은 조직이 성장하면서 겪는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이며, 동시에 운영 철학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엑셀이 주는 자율성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더 체계적이고 확장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너무 이르면 과도한 투자가 되고, 너무 늦으면 이미 운영이 망가진 후일 수 있다. 엑셀 파일이 1분 이상 걸려서 열릴 때, 그때가 바로 진지하게 어드민 페이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