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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halo Oct 14. 2021

서른네 번째 날.

다다른 그 땅, 포르투갈

A said : 

 

7. 26 Lisbon


P.S.1 이 날 역시 기록은 없다. 남아 있는 사진을 토대로 유추해 기억을 되짚어 보면 이 날은 홀로 다닌 시간이 많았다. 악귀 같은 두 룸메이트의 손길을 피해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알코올의 향기가 여전히 짙게 남아 있는 방에서 한참 코를 골며 자고 있는 둘을 방에 남기고 간만에 부지런한 여행객이 되어 기차역에 도착했다. 리스본 근처에는 여행객들이 꼭 가는 명소가 몇 군데 있었다. 대륙의 최서단으로 유명한 호카 곶, 성과 궁전들로 유명한 신트라 지역 등 가 보고 싶은 곳이 많아 여행사나 시설을 통해 투어를 꼭 해야겠다고 가기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리스본에 와서는 항상 입 안에 머금고 있던 알코올 덕에 정신머리가 제대로 역할을 한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다 보니 투어 신청은 할 리 만무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도 많이들 간다는 이야기에 급한 대로 출발하는 기차나 알아보았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괜히 죄인이 된 것처럼 두 친구들의 눈을 피해 혼자 길을 나서게 되었다. 버스를 한참 타고 들어가느라 멀미에 쩔쩔매며 겨우 닿았던, 바람이 몹시 불었고 바다 저 건너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다는 생각에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던 것처럼 설레던 호카 곶, 붐비던 사람들 때문에 버스에 타지 못하고 미련하게도 걸어서 다닐 생각을 하다 무더위 속에서 한참 산속을 헤매었던 신트라 지역 그리고 리스본으로 돌아오면서 잘못 내렸다가 경치가 너무 좋아 한동안 거닐던 이름 모를 어촌 마을. 사진을 뒤적이다 보면 그날의 기억이 조금씩 떠오른다. 간만에 혼자 다녀볼까 하던 이날도 감사하게 좋은 인연들을 길에서 만났고, 아무것도 모르고 대충 머릿속의 지도에 화살표만 그어 놓았던 무모한 하루의 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T said : 

 

DAY 32 

-

여행이 너무 힘드니깐 

숙소 와서 씻고 누워서 자는 게 아니라, 

힘든 내일을 위해서 스트레칭을 해서 아픈 근육을 풀고 

쓰지 않은 근육의 보조운동을 해야 한다.

이런 게 내가 여행에서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

너무 흐릿해져 버렸었다. 

내가 이 여행을 시작한 이유와 그때의 마음에 대해서.

기차와 자전거를 두고 고민할 때 

다시 한번 생각했을 때도 뚜렷하게 기억나지 않았다. 

막상 여행이 이틀 남으니 그때의 감정이 기억난다.


난 둘러보는 여행보단 앞으로 나아가는 나가는 고행을 기대했다. 

내 인생의 표지를 하나를 세우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리스본까지 갈 거란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걸 해냈다. 

오늘까진 힘듬이 그냥 힘듬이었는데, 

포르투갈에 들어와서 조금 마음이 달라졌다. 

목표가 보이고 잡히려고 하니 또 마냥 즐겁다. 


내일의 ‘힘듦’은 좋은 기억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고생했다. 진짜.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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