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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안 XianAn 스님 Jun 07. 2024

순천 송광사 - 장흥 천관사 - 지리산 삼정사까지~

보라선원 청년들과 함께 2박3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지난 화요일은 송광사 방장스님 5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당 보라선원에서 새벽 5시에 출발했습니다. 선명상을 배우며 불교로 귀의한 청년들에게는 큰 스님의 사십구재에 참여하는 것도 큰 경험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니 새벽 5시에 출발하길 넘 잘했다 싶었습니다. 분당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이제 막 길이 밀리기 시작하려고 했어요. 다행히 5시부터 6시까지는 크게 밀리지 않아서 시간이 많이 지채되지 않았습니다. 

송광사에 도착해보니 푸르른 나무들이 벌써 여름이구나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습니다. 짙은 초록색과 진한 풀냄새를 느낄 수 있었어요.

이번 여행에는 곧 출가할 행자 한 명도 동행했고, 함께 수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승우씨도 왔습니다. 승우씨는 저랑 같이 운전을 맡기로 했어요. 그리고 직장일이 바빠서 송광사에 함께 오지 못했던 희영씨도 휴가 내서 함께 했습니다. 

5재에 참여하고 공양간에 갔는데, 송광사에 처음 온 학생들은 밥이 뭐 이리 맛있냐며 너무 잘 먹더군요!

식사를 마치고 어른 스님 뵙기 전에 불일암을 갔어요. 평일이라서 불일암이 조용했어요.

민정이도 같이 오니까 너무 좋네요...

불일암에 앉아 있는데 에너지가 너무나 맑고 조용했습니다. 영적 보호막이 얼마나 훌륭한지 다시 한번 실감합니다. 우리 5명은 나무 의자에 앉아서 고요한 불일암을 30분가량 느껴보고, 새소리, 벌레소리, 고양이소리(고양이 소리는 좀 안좋긴 했어요 ㅎㅎㅎ) 들으면서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https://youtube.com/shorts/s4yTsJHHZf4?feature=share

송광사 방문 하이라이트는 어른 스님 만나뵙기! 송광사 어른 스님 뵙고 인사드리고, 좋은 말씀 들으니까 함께 간 청년들 얼굴이 엄청나게 밝아졌습니다. 친근한 동네 할아버지? 또는 친할아버지 같은 스님... 보라선원에는 스님의 팬이 많아요. 특히 송광사 포살 유나하신 영상 돌려보면서 머리 맑아진다고 계속 반복 듣기 하는 학생들! 

스님은 친절하게 문 위에 걸어놓은 스님의 좌우명도 들어봅니다. 방문 후 학생들은... 스님들이 다들 범종스님 같으면 많은 젊은이들이 불교로 귀의할 것 같다고 합니다. 스님을 뵐 때마다 배우는 게 많아요. 

희영씨는 회사에서 휴가를 하루밖에 내지 못해서 순천역에서 기차타고 서울로 돌아갔어요. 나머지 일행은 저와 함께 장흥 천관산으로 갔습니다. 순척역에서 천관산 가는 무리에 영성씨도 합류!

천관산에 있는 천관사라는 전통사찰이 있어요. 지금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워낙에 멀어서 사람들이 자주 가긴 쉽지 않겠어요. 하지만 역시 가길 잘한 것 같습니다. 가기 힘든 만큼 공해가 없고, 물도 공기도 맑기 때문이에요. 

천관사에 작은 극락전이라는 법당이 있는데 그 안에 있는 탱화가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이 사진은 천관보살인데 화엄경에 등장하는 보살님이라고 합니다. 

https://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6549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장흥에 가실 때 천관사도 들려보세요!

https://youtube.com/shorts/COFywfpZzAE?si=hnccdGOU0bW8hVLh

천관사 근방에는 휴양림도 있고, 바다도 멀지 않아요. 정말 환경이 수려합니다. 

아는 스님이 천관사에 계셔서 덕분에 천관사에서 잘 수 있었어요. 아침은 우리 청년들이 계란 토마토 볶음을 했어요. 냉장고에 신도님들이 해놓은 죽순 볶음도 있었는데, 청년들이 음식이 살아 있다면서 너무 잘 먹었습니다. 

두번째 날은 스님 따라서 절 뒤쪽에 있는 산책로 정리하기....대나무랑 풀 낫으로 정리하기 ~

동행한 영성씨와 승우씨가 예전에 해본 일이라서 잘하더라구요.

점심 식사 사진은 깜빡했는데, 저녁에 스낵으로 민정이가 감자로 뇨끼를 해줬어요. 재료를 준비해가지 못해서 그냥 있는 것들로 만들었데요. 그래도 직접 만들어줘서 그런지 맛있었어요.

스님 덕분에 정남진 구경도 해봤습니다. 아마 우리끼리 갔으면 그냥 절에 있었을텐데... 바다 구경! 

승우씨가 김치볶음밥도 했어요. 그리고 광양에서 사는 분들도 밤 늦게 인사한다고 천관사로 찾아왔어요. 만남이 좀 짧아서 아쉬웠지만 오랫만에 뵈니 좋았습니다. 사진을 깜빡하고 안찍었네요.

마지막날은 다들 일찍 일어나서 스님과 새벽부터 정진하고, 좌선하고 아주 좋았답니다. 첫날 둘째날보다 세번째날 명상이 더 집중도 잘되고 좋았다고 학생들이 그랬어요. 스님께서 아침부터 함께 해주셔서 너무 좋았데요. 그리고 간단히 우롱차 한잔~

방문 마지막 날은 초하루 법회가 있는 날이라서 신도님들이 꽤 오셨어요. 천관사에서 점심을 먹었어도 좋았겠지만 장흥 도착한 첫날부터 눈에 띄었던 콩국수집이 있어서 거길 가봤습니다. 

콩국수집은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완전히 맛집이었습니다. 동네에서 직접 기른 콩을 갈아서 만든 콩국수였어요. 국수도 주문하면 즉석에서 뽑아서 해주셨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 올 여름 첫 콩국수였습니다. 장흥 천관사 가시면 바로 아래 관산에 위치한 이 콩국수 집을 꼭 가보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올라오는 길에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삼정사에 들렸어요. 몇 일 전 코엑스 차 박람회에서 우연히 만난 함덕스님이 다음에 한번 들리라고 하셔서 가봤어요.

학생들이 지리산 좋아한다길래 운전시간은 훨씬 늘어나지만 들렸습니다. 

함덕스님은 스님 되신지 40년이래요. 같이 간 학생들은 다 30대인데..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스님이 되신거에요. 해인사 출신이신데 어떻게 지리산의 전라도 쪽에 자리를 잡게 되셨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차도 내어주시고, 삼정사 사리탑도 올라가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청주 보산사에 들렸어요. 마침 8시 즘 도착해서 화엄경 독송에 일부 참여했습니다. 이렇게 어마무시한 일정을 마치고 보라선원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어요. 보라선원에서 다들 또 집까지 가야하는데 피곤했겠어요. 그래도 열심히 수행하는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라 좋았습니다. 다같이 틈틈히 좌선하고 진언수행하고, 차 안에서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남원에 들려서 장도 봤어요. 지방에서 파는 특산품을 구해왔어요. 다음에는 부산쪽으로 가자고 하네요 ~ ㅎㅎ 선칠 마치고 한번 가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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