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그 강렬한 변화

by 현안 XianAn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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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은 생존 게임과 같지만 더 깊은 층의
여러 생각을 자각하고 잘라버리는 기회를 얻게 돼


매년 겨울이 되면 단식을 위한 마음을 다진다. 왜냐면 단식만큼 강력한 수행법도 없기 때문이다. 단식이 없었다면, 출가 전 젊은 나이로 사업하며 겪었던 스트레스에 무너졌을 거라 믿는다. 빈손으로 시작한 사업에서 겪는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를 선명상만으로 전부 해소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매년 기간을 정해 선칠(禪七)에 참여하고, 단식을 했다. 그리고 그건 출가 후에도 이어졌다. 선칠이란 7일간 선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기간으로, 한국의 안거에 해당한다. 선칠 동안 새벽 3시부터 밤 12시까지 1시간 좌선, 20분 걷기를 반복하며, 매일 저녁 법주의 법문을 청해 듣는다.

미국에서 선칠 중 하루는 영화 스님께서 ‘단식의 과학’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여주셨다. 이 다큐는 세계 각지에서 단식을 통해 불치병을 고친 사례를 보여줬다. 또 여러 과학자와 의사들이 하고 있는 연구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 스님은 단식이 왜 수행에도 도움이 되는지 그 원리까지 설명해주셨다.

선칠은 온종일 새벽부터 밤까지 벽만 보고 앉아서, 추위, 다리와 골반통증, 지루함, 졸음 등 많은 걸 겪어야 하는 고통의 법문(法門)이다. 괴롭지만 효과가 좋아진다니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손을 번쩍 들고, “마스터! 저 할래요” 자청했다. 하지만 단식을 시작하자 반나절도 못 돼서 후회가 몰려왔다. 몸은 여기저기 쑤시고, 온종일 속도 안 좋았다. 게다가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법당이니 몸속부터 몽땅 추웠다. 기운이 없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하루가 마치 영원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하루 맹물 딱 한 잔만 마시는 이 단식은 진정한 자신과의 싸움과 같은 거다. 우리는 평소 단순히 밥만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쉬지 않고 즐거움과 자극을 추구한다. 아침에 따뜻한 커피 한 잔,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 음식을 씹고,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던 소소한 즐거움의 비중이 크다는 걸 깨달았다. 새벽 3시부터 6시까지만 정진해도 이미 하루처럼 길게 느껴진다. 밤 12시까지 계속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나마 아침 식사 핑계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는 기회조차도 단식으로 단절되었다. 그러니 같은 자리에서 점심까지 또다시 쉼 없이 자신과의 싸움은 계속된다. 모두 즐겁게 점심을 먹으러 가면, 휑하고 추운 법당에 남겨져 벽만 보는 고문은 계속된다. 그렇게 앉고 또 앉고 밤 12시까지 계속한다.

이렇게 첫 단식은 3일뿐이었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그 후 첫 9일 단식도 엄청났다. 그건 그냥 생존 게임과 같았다. 하지만 단식 후 생전 처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하고, 고요한 평화를 느꼈다. 예전과 아주 다른 상태의 나를 경험하니, 평소 늘 자극에 중독되어 있고, 좋은 기분만 갈구하던 나 자신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라. 우리의 행복이 얼마나 밖에 의존하고 있는지! 그래서 매년 단식을 하고 있다. 단식할 때마다 더 깊은 층의 여러 생각들을 자각하고, 잘라버릴 기회를 얻게 된다. 특별한 질병이 없다면 3일 단식은 누구나 해볼 만하다. 그래서 나는 여러분에게도 3일의 단식은 적극 권하고 싶다.


현안 스님 보라선원 지도법사 xa@chanpureland.org


[1763호 / 2025년 1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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