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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ersal과 Refund, 그 미묘한 차이

현직 카드사 직원에게 듣는 ISO 8583 이야기

by 겁나남편

카톡을 하다 보면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급히 전송 취소를 누른 적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은 메시지를 읽지도 못하고 흔적만 남는다. 이것이 바로 Reversal과 닮았다. 반대로 메시지가 이미 상대방에게 도착해 읽히고, 대화까지 이어진 뒤에 “아까 한 말 취소할게”라고 말하는 것은 Refund에 더 가깝다. 취소라는 행위는 같지만, 어느 시점에서 일어났느냐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카드 결제의 세계에서도 똑같다. Reversal은 승인된 거래가 정산으로 넘어가기 전에 없던 일로 만드는 것이다. 가맹점에서 금액을 잘못 입력했거나, 고객이 결제 직후 마음을 바꿔 취소하는 상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전송되는 Reversal 메시지는 원래 거래와 동일한 Processing Code를 담고 있어서, “조금 전에 승인된 거래를 그냥 지워달라”는 뜻을 명확히 한다.


반면 Refund는 이미 정산이 끝난 거래를 되돌리는 개념이다. 카드 결제는 보통 며칠 내로 가맹점 정산까지 이어지는데, 그 절차가 완료된 후에는 단순히 기록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환불은 원거래와는 별개의 새로운 거래로 만들어지고, Processing Code 역시 환불에 해당하는 값으로 채워진다. 말 그대로 “정산이 끝난 돈을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다. 그래서 실제로 고객 계좌에 돈이 돌아오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


결국 Reversal은 “정산 전에 없던 일로 하는 것”, Refund는 “정산이 끝난 뒤 새로운 거래로 돌려주는 것”이다. 둘 다 취소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메시지의 성격과 처리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다음에 카드 결제 취소 상황을 마주한다면, 마음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려 보자.
“이건 Refund가 아니라, Reversal이지.”
물론 점원은 못 알아듣고, 그냥 웃어 줄 뿐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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