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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오후의 정적을 산책한다
by chaos 지니 Oct 21. 2016

사색을 부르는 가을



사색을 부르는 가을 -Ⅰ


어느 봄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봄 풍경에 설레었던 기억. 그 봄날은 어디로 가고 눈앞 풍경은 가을을 준비하고 있다.


잎은 여전히 풍성하지만 수분이 말라 가는 것이 다가올 추위를 준비하고 있는듯하다. 바람도 공기도 내 마음도 사뭇 다르다.


인생은. 세상은. 한 번도 제자리 인적이 없는데 왜 나는 변화된 모습에 새삼스레 낯설어하는 걸까. 그리고 그 변화의 순간에 외로움 가득한 사색을 하고 있는 것일까.


블랙홀은..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영원한 단절의 세계라 했던가. 그 안의 모습은 볼 수도 알 수도 추측할 수도 없는 그런 상태라는데 나는 지금 그 봄날의 기분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음을 느낀다. 내가 어찌해볼 수도 다시 느낄 수도 없는 그런 순간이 되어버렸다. 그때 기억을 회상할 수는 있어도 이미 그때 그 기분은 아니다.


그렇게 이 계절과 순간 순간 단절의 시간을 겪고 있다. 동떨어져가는 외로움과 함께.




사색을 부르는 가을 -Ⅱ


가을날 치고는 그래도 습기가 있어 좋다. 습기가 있다는 것은 생명들이 살아가기 좋다는 의미가 있다. 나 역시 건조함보다는 습기가 좋다.


항상 그 자리에서 바라보는 풀 나무들과 벌레들은 오늘 그나마 살만해 보였다. 좋은 볕과 함께 과일이 익어가는 느낌도 좋지만 한편으로 봄날의 느낌이 아직 남아 있어 더욱 좋다.


이 풍성함들이 혹독한 겨울 속으로 모두 사라져 갈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아득해진다.  영원한 이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고독감이 몰려온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어디로..


그저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것을. 부여잡고 있는 것이 너무 많아서인가?  속절없다는 말이 머리를 스치고 간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사색을 부르는 가을 - Ⅲ


내가 늘 그 자리라고 생각하는 자리에 나는 있다.


오늘은 하루살이 떼가 치열하게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불편하다.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야 종족을 보존하면서 자신의 DNA를 남기고 갈 수 있는 그들에게 불편하다는 생각은 참 몰인정했다.  


바라다 보이는 이 작은 생명체는 언제부터 우리 인간에게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일까?  자연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서로 생태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찌 보면 자연스럽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다.


거대한 자연이 존재하는 법칙 속의 이러한 부자연스러움은, 인간이 존재하는 동안 보이지 않는 신체 세포가 항시적으로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모습과 닮았다.


항상 더 큰 것을 바라보려는 인간의 속성, 그리고 이따금씩 작은 것들을 돌아보고 아파하는 우리의 삶. 그런 내적 갈등과 번민은 숙명적인 것인가, 아니면 아직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차원을 이해하지 못한 탓인가.


인간이 지금과 같은 물리학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간의 시각 기능과 관련이 있다고 어느 과학 철학 다. 지금의 시각기능이 없었다면 물체를 인식하는 부피감, 크기 등과 같은 기하학 개념은 불가능했을 것이 한다.


이는 인간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시각기능이 아니었다면 물리(物理)에 대한 표현은 상상할 수 없는 전혀 다른 방식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 인간이 지금 사고하고 느끼고 보는 방식은..  물체를, 세상을 이해하는 전부도 온전한 수단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란 말인가. 우린 그 불완전한 방식 위에서 때론 아슬아슬하게, 때론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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