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할 일 하기 싫은 사람
올해도 벌써 8월이 끝나간다.
매주 뉴스레터를 쓴지도 벌써 3년 반이 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매년 여름~초가을에 뉴스레터 발행에 권태기를 느끼고 엄청 힘들어해서 구독자 대상 이벤트를 하거나 어떻게든 권태기를 벗어나려고 혼자 난리를 쳤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굉장히 수월하게 여름을 넘기고 있다. 게다가 나의 경우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공식적인 휴재기간을 가진적은 한번도 없지만 아무래도 나도 사람이다보니 1년에 평균 2,3번 정도는 정말 어쩔수없는 사정이 생겨 발행을 못하고 지나간다. 근데 올해는 벌써 9월이 시작되려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올해 발행을 못한 적이 딱 1번밖에 없다. 물론 남은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지금 시기에 그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기록이라고 느껴진다.
내 브런치를 방문했던 사람은 알겠지만 얼마전 넷플릭스 면접 프로세스를 끝냈다. 결과는 안 좋았지만 어찌되었든 브런치에 넷플릭스 면접 후기를 쫘르륵 올렸는데 이렇게 단계별로 자세히 쓴 후기가 온라인에 거의 없다보니 한 일주일간 브런치 조회수가 매일 2,3천명이었다. 이전까지 브런치를 상당히 방치해 놓았기에 조회수가 매일 0이었던 사람한테는 ?!?!한 경험이었고 괜히 뭔가 무서워서 브런치 프로필에 있던 뉴스레터 사이트/SNS를 모두 지워버렸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기회를 활용해서 뉴스레터 홍보도 더 하고 자기PR을 하겠지만 나란 쫄보는 그렇게 못한다....ㅎ 이런걸 보면 정말 난 돈 잘 벌거나 성공하기엔 글렀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제서야 브런치 조회수가 두자리수로 줄어서 스리슬쩍 뉴스레터 사이트만 다시 프로필에 업데이트했다. 쫄보의 삶이란....
원래 브런치를 만든게 뉴스레터 관련 글들을 쓰려고 만들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난 지금 내가 해야할 일을 하기 매우 싫기에 ㅋㅋㅋㅋㅋㅋㅋ 뉴스레터 발행한지 3년 7개월 된 사람으로서 뉴스레터 발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주절거려본다.
- 뉴스레터 발행 요일 선택은 신중히
내가 발행하는 뉴스레터는 토요일 오전 11시 발행이다. 그 말은 난 3년 넘게 금요일 밤에는 절대 (최소한 마음 편하게는) 놀지 못했다는 말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럼 미리 뉴스레터를 써놓으면 되지 않냐고 할테고 실제로 개인적으로 일이 생겨 그런적도 1,2번 있지만 내가 초등학생때부터 제일 좋아했던 영단어는 procrastination이다ㅎ
procrastination: (명사) 미루는 버릇, 꾸물거림
출처 - 네이버 영한사전
그런 내가 무언가를 미리 할리가 없다. 심지어는 국내/해외 여행을 가도 금요일/토요일이 끼어있으면 숙소에서 밤에 다른 사람들은 다 자고 있을때 나 혼자 감기는 눈을 참아가며 밤새 뉴스레터를 쓴적도 적지 않다. 물론 다른 뉴스레터 발행인분들은 나와 달리 미리미리 써놓는 미덕을 발휘하실수도 있다만 솔직히 말하면....뉴스레터 발행이 본업이 아닌 이상 미리 써놓기는 쉽지 않을것이다(뇌피셜 주의).
그러니 혹시라도 뉴스레터를 시작할 생각이 있는 분들은 뉴스레터 발행 요일을 정할때는 신중히 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안 그러면 나처럼 매주 울면서 뉴스레터를 쓰고 있을수도 있다.
- 뉴스레터를 시작한다면 왜 하려는지 잘 생각해보고 시작해라
위의 이야기는 반 농담이었다면 이 이야기는 나름 진지하게 받아들여도 좋을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뉴스레터를 발행하다보니 다른 뉴스레터들에도 관심이 많고 특히나 '영화' 뉴스레터들에는 매우 관심이 많다. 꽤 종종 새로 나온 영화 뉴스레터 있나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면서 체크하는 편이다. 뭐 경쟁상대를 확인한다거나 그런 거창한 이유는 아니고 뭐 재밌는 컨셉/주제의 영화 뉴스레터 새로 나온건 없나??하는 단순한 호기심에 검색해본다. 근데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고 1년까지 버티는 사람들은 꽤 있는데 2년까지만 해도 버티는 경우가 생각만큼 많지 않다. 그리고 꾸준히 잘 발행하고 있구나~싶어도 어느순간 갑자기 발행을 뚝 멈추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내가 그분들의 자세한 사정을 다 알수는 없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종종 검색해보며 둘러보니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많은 경우 자기PR 혹은 스펙용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 같다. 그게 나쁘다는 건 전혀 아니고 뉴스레터를 활용해서 자기 커리어 등을 더 발전시킬수 있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그것만 생각하고 시작한다면 정말 철저하게 계획하고 컨셉짜서 하지 않는 이상 잘....안되는 경우가 많은것 같다. 정확히는 반응이 자신이 원하는만큼 잘/빨리 안오면 금방 그만두는 분들이 꽤 많다.
뉴스레터 분야도 포화상태가 된지 꽤 오래 되었다. 내가 시작할때만 해도 포화상태다, 이제 피크는 지났다와 같은 이야기를 봤는데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니 뉴스레터 발행을 시작하고 원하는 반응이 빨리/잘 안 온다면 그건 오히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시기를 버티고 또 계속해서 오래오래 발행을 하려면 그런 상태일지라도 뉴스레터를 쓰면서 자신이 얻어가는게 확실히 있어야 한다.
나도 뉴스레터 시작할때 주변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시작해서 첫 구독자 생기는데에 1달인가 2달인가 걸렸고 지금도 다른 잘나가는 뉴스레터들에 비하면 구독자 수가 엄청나게 많은 편은 아니다 (물론 구독자 분들 한분 한분 사랑합니닷). 게다가 뉴스레터 컨셉상 제휴/광고 같은게 들어오는 뉴스레터도 아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료로 발행하고 있으니 사실 내 뉴스레터는 '비싼 취미'에 가깝다. 그런데도 내가 지금 3년 반 넘게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건 내가 심적으로 얻었던, 그리고 얻어가고 있는 부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뉴스레터 시작할때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아직도 매주 뉴스레터 발행하면서 좋은 옛날 영화를 소개한다는 신남과 뿌듯함을 느낀다. 그러니 맨날 주변 사람들한테 금요일마다 이번주엔 대체 뭐 쓰지....? 이러고 있어도 아직까지 발행을 하고 있는것이다. 뉴스레터를 적당히 찔러만 보는게 아니라면 시작하기 전에 자신이 뉴스레터를 쓰면서 뭘 얻어갈수 있는지 생각해보는게 도움이 꽤 될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단 뉴스레터 발행을 하며 드는 이런저런 생각들을 쓰려고 매거진을 만들어두긴 했는데 얼마나 자주 쓸지는 사실 모르겠다. 언젠가 또 쓰러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