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7.2017

두려운 날

by 소구콰




그저 가난한 가족을 두었을 때는

내가 일으키리라 생각하곤 했다.



온몸이 화끈거려

종일 앓아누운 날에는 기댈 곳 없이

마음이 가난한 내 가족이 창피해서

당신을 사랑하는 날이 두렵다.



남은 생의 절반을 뚝 잘라 팔아서라도

늘 행복한 가족을 꿈꾸었다.

같은 식탁보에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하루를

재잘거리며 응원과 위로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부자들이 구성원을 이루는 집


당신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난생처음 그 꿈을 이뤄야겠다 생각했다.

망설일 틈 없이 나를 일으켜 세워

크진 않지만 작고 단단한 울타리를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단단하게 여며진 마음을 옮긴 엽서가

당신에게 부쳐질 수 없는 날에는

가난함을 짊어진 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몹시 부끄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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