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날
그저 가난한 가족을 두었을 때는
내가 일으키리라 생각하곤 했다.
온몸이 화끈거려
종일 앓아누운 날에는 기댈 곳 없이
마음이 가난한 내 가족이 창피해서
당신을 사랑하는 날이 두렵다.
남은 생의 절반을 뚝 잘라 팔아서라도
늘 행복한 가족을 꿈꾸었다.
같은 식탁보에 둘러앉아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하루를
재잘거리며 응원과 위로를 마다하지 않는
마음 부자들이 구성원을 이루는 집
당신이 나를 찾아왔을 때
난생처음 그 꿈을 이뤄야겠다 생각했다.
망설일 틈 없이 나를 일으켜 세워
크진 않지만 작고 단단한 울타리를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단단하게 여며진 마음을 옮긴 엽서가
당신에게 부쳐질 수 없는 날에는
가난함을 짊어진 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는 일이
몹시 부끄러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