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

내 인생 최고의 9주

by 채리

서핑을 배울 때도 사업을 준비할 때도 학원에서는 매일같이 탁구를 쳤다.

그런데 이 탁구를 계기로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 탁구를 치다가 5시에 학원 문을 닫으면 3~5달러 하는 와인 한 병 사들고 노을을 보자며 바다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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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겨울은 바다에서 수영을 해도 괜찮을 정도의 온도다. 내가 수영을 못해 서핑하다가 죽을뻔했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나서서 수영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렇게 8시쯤 해가 지고 나면 다들 적당히 취해 그냥 집에 돌아가기 아쉬워 한집에 모여 돌아가며 자기 나라 음식을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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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저녁까지 같이 먹고 나면 벌써 11시고 이젠 술을 마셔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이다. 하지만 모두가 학생이기에 마켓에서도 6명에 20달러 나하는 호주의 맥주값을 감당하지 못해 5L에 10달러밖에 하지 않는 '군'이라고 하는 박스 와인을 마셨다. 보통 군을 처음 보는 유럽인들은 어떻게 와인이 플라스틱 팩에서 나오냐며 역겹다고 하지만 한두 잔 마시고 나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다음날이면 자기가 알아서 사고 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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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게 느꼈던 누사도 친구가 생길수록 할 것도 많아졌다.

그리고 스위스에서 온 탐이라는 친구가 있었는데 셰어하우스에 살지만 주인이 관대해 탐이 집에서 무엇을 하던 그리 신경 쓰지 않았고 우리가 항상 모이는 파티 하우스가됐다.

누사의 월요일은 Student's day였고 학생증이 있는 사람에겐 맥주 한잔을 시키면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공짜로 주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이 공짜라고 해도 우린 비싼 호주의 술값을 감당 못해 일단 탐의 집에 모였다. 탐이 초대하지 않아도 월요일 8시면 우리가 알아서 술을 들고 찾아갔고 우리도 탐의 집에 가는 손님이지만 길에서 만난 호주인도 초대해서 같이 놀곤 했다. 그리고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공짜 햄버거를 먹고 춤을 추며 놀다가 2시에 술집이 문을 닫으면 그제서야 각자 집으로 돌아갔고 화요일에는 금요일보다 지각, 결석생이 많았다. 그리고 화요일은 다들 학원이 끝나면 다들 집으로 돌아가 쉬기에 바빴다.


호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BBQ다. 어느 공원에서든 무료로 쓸 수 있는 BBQ시설이 존재한다. 그리고 호주의 고기는 정말 싸다. 다 같이 10달 더씩만 내면 배불리 먹고 양껏 취할 수 있다. 그렇게 금요일이면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었고 다시 탐의 집으로 향해 군을 마셨다.

이렇게 일주일에 5일은 다 같이 술을 마셨다 어떻게 보면 일주일 내내 술 마시고 놀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럴수록 영어가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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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고등학교 때 12시까지 앉아서 공부하는 영어라는 과목이 아닌 12시까지 술 마시며 배우는 언어라는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에는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학원도 만족스럽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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