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들의 돈 펑펑 쓰기에 투자자들이 등 돌렸다
충격적인 현실은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영국 30년 국채(길트) 금리는 5.7%까지 치솟아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30년 국채는 5%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일본 30년 국채 금리도 전례 없는 3.28%에 달했으며, 독일 벤치마크 금리는 2011년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까지 올랐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이 동조화된 매도세는 각국 정부의 재정 방만에 대한 투자자들의 회의론이 깊어졌음을 반영한다. 시장은 본질적으로 장기 부채 보유에 대한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급증하는 적자와 구조적 지출 문제 해결에 대한 정치적 의지 부족에 놀란 결과다.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프랑스 적자가 GDP 대비 5.6~5.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일본의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도 주목받고 있다.
금 가격이 온스당 3,537달러(약 498만원)까지 급등한 것은 실물 자산으로의 도피를 확인해준다. 국채 보유자들에게 전해지는 메시지는 잔혹하다. 선진국 국가부채가 안전과 같다는 수십 년간의 가정이 폭력적으로 도전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채 보유자들이 받는 메시지는 잔혹하다. 선진국 국채가 곧 안전을 의미한다는 전제가 폭력적으로 도전받고 있다는 것이다. 듀레이션 리스크(금리 변동 위험)를 안고 있는 연금기금과 보험회사들은 점증하는 손실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들은 재정 유연성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급격히 높아진 차입 비용과 맞닥뜨렸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분석에 따르면 미국 30년 국채 금리는 5.15% 근처까지 올라 수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30년 국채 금리는 올해 들어 약 40bp(베이시스 포인트), 일본 30년 국채 금리는 70bp 상승했다.
이런 글로벌 국채 금리 상승은 한국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했던 안전 자산인 국고채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국가 부채비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둘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높아진 금리는 대출 이자 부담 증가로 이어져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투자자들은 이자 부담 급증에 대비해야 한다.
셋째,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도 채권 부분에서 손실을 보고 있어 금, 원자재, 리츠(REITs) 등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는 기회이기도 하다. 높아진 국채 금리는 향후 채권 투자 시 더 높은 수익을 의미한다. 시장이 안정되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시점이 올 것이다.
정부가 돈을 펑펑 쓰면 시장이 벌금을 매기는 시대. 국채 시장이 각국 정부에 "재정 긴축 아니면 더 높은 이자"라는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