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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설 Jul 21. 2023

리움미술관 고미술 소장품 상설전시, 2회 차

전시관람일지 03-연상하고 상상하여 감상하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 WE’ 전시를 보는 김에 리움미술관에서 상설 전시 중인 고미술 전시를 다시 보았었다. 전에 갔을 때보다 방문객의 수가 많았다. 전시장은 4층에서부터 아래로 층마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의 도자기들이 주로 진열되었고, 서화와 불교미술품도 여럿 있었다.      


요새 더욱 두드러지게 전시를 혼자 보러 다니는 편인데 이 날은 친구와 동행하였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그 의미가 다소 명확하지 않아 답답해하더니 고미술 전시에는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대미술을 어려워하는 점은 고교과정까지의 교육이 현재 이전의 근현대까지에 국한되었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면 말이다.     


작품을 관람할 때 유사하거나, 상이하거나, 인상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이 떠오른 것들에 생각의 꼬리를 물어보곤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식으로 아는 대로 보는 것이다. 가령 그날에 따르면 이런 식이다.     



도자기 중에는 동채, 철화, 상감, 청화 등 여러 기법을 활용해 무늬를 새기거나 그린 작품들이 많았다. 특히 시대별로 모란 무늬를 새긴 작품이 더러 보였는데, 예로부터 모란은 부귀영화를 상징한단다. 그러고 보니 설총의 ‘화왕계’에서 모란은 꽃 나라의 왕이다. 이외에도 여러 도자기들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세속적 열망과 삶을 엿볼 수 있었다.     



4층은 청자가 전시되어 있다. 그중 한 공간에 유리 상자 안에 놓인 청자 잔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다. 이를 보고 엉뚱하게도 김용의 무협소설 <소오강호>의 한 대목을 떠올렸다. 소설 속 주인공 영호충은 의좋은 협객이자 술 좋아하는 한량으로, 술을 권하는 영호충에게 조천추가 술과 그 술에 맞는 술잔을 강론하는 구절이 생각난 것이었다.     



3층에는 조선 후기 청화백자 연적들이 한 공간에 놓여 있었다. 고전소설인 <박씨부인전>에서는 박 씨 부인이 남편 이시백에게 과거시험에 응시하러 가기 전 연적을 선물한다. 연적의 신묘한 힘 덕분인지 이시백은 장원으로 급제한다. 화려한 문양의 연적은 단순 사치품을 떠나 이런 바람도 담겨 있지 않았을까?     



2층에는 고서화가 여러 점 있다. 그중에는 장승업의 작품이 한 점 걸려 있다. 장승업은 생전 술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친구에게 장승업의 삶을 다룬 최민식 배우 주연의 영화 ‘취화선’을 얘기한다는 것이 성룡의 영화 ‘취권’에 나오는 무술인 ‘취팔선’을 얘기하였지 뭔가.     



같은 층에는 ‘지장보살도’도 있는데, 지장보살은 주호민 작가의 만화 <신과 함께>에서 다뤄진 바 있다. 만화에서 지장보살은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의 구제를 위해 지옥에 남길 자처하였는데, 지장보살이 운영하는 학교를 수석 졸업한 이가 진기한 변호사이다.     



1층에는 불교 미술품이 있다. ‘금강저’는 이 전시를 통해서 처음 본 것 같다. ‘금강저’는 불교에서 불법의 수호신인 제석천이 쓰는 법구로, 제석천은 인도신화의 전쟁의 신 인드라이다. 인드라는 대적인 아수라와 한 데 엉켜 싸우는데, 이를 아수라장이라고도 한다. 불교에서는 시기가 많은 사람이 죽어 가는 곳을 수라도라고 한다. 수라도와 지옥도를 비롯한 육도에서 중생을 구제하고 교화하는 역할을 지장보살이 하는 것이다.     


한편, 권력 추구에 따른 그릇된 욕망으로 아수라장을 겪는 군상들의 비극과 허무를 잘 보여주는 무협소설이 앞서 말한 김용의 <소오강호>이다. 그리고 그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취화선처럼 술을 좋아하는 한량 영호충이다. 소설에 말미에 다다라 그런 영호충이 천하제일인이 되고, 그럼에도 강호를 떠나 부귀와 영화를 누리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것이 이 소설의 백미랄까...?      


잡다한 얘기를 마무리 지으면, 결국 이야기와 미술품에는 사람들의 생각과 바람이 담겨 있는 것이고, 그러한 생각과 바람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좋겠지만 아는 만큼 아는 대로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무튼 누군가와 함께 전시를 본다면 다소 뚱딴지스럽지만 이렇듯 자잘한 것들로 재잘거리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이다. 아무렴 뭔들. 재미있게 보면 됐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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