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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설 Jul 21. 2023

라울 뒤피 : 행복의 멜로디, 1회 차

전시관람일지 04-“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지난 주 여의도 더 현대 서울에서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라울 뒤피의 작품을 모은 ‘라울 뒤피 : 행복의 멜로디’ 전시회에 갔었다. 전시회장 앞에는 포토존으로 라울 뒤피의 ‘붉은 바이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붉은 바이올린’은 어찌 보면 꽤나 인연이 있는 작품인데, 지난 몇 년 간 한 쪽 벽면을 차지했던 엽서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2008-0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 : 화가들의 천국’이란 이름으로 전시가 열린 적 있었다. 이제는 어렴풋이 옅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만, 전시를 보고 나서 엽서나 도록을 사는 것은 여기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라며 소소한 의미부여와 함께 기꺼운 마음으로 전시 관람을 시작하였다.     



사람이 몰릴 것을 피해 전시의 주요 작품인 ‘전기 요정’부터 관람을 하였다. 인류의 기술 발전에 대한 찬사와 밝은 미래에 대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전기 요정’으로 분한 무지개의 신 이리스가 번개의 신 제우스의 명으로 전 세계에 전기를 퍼뜨리고, 고대에서부터 당대에 이르기까지의 전기의 역사와 발전, 그리고 그에 기여한 111인의 인물들이 묘사되었다. 작품을 보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오프닝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 오프닝에서 여신이 토해낸 숨결로 비롯된 바람은 라퓨타인들에게 풍차를 이용한 야금술의 발견과 공업의 발전으로 이어져 이윽고 고도의 비행문명에 이른다.     



뒤피의 판화 섹션에는 기욤 아폴리네르와 함께 작업한 <동물 시집 : 오르페우스의 행렬>에 수록된 작품들이 걸려 있었다. 황현산 선생님이 번역한 프랑스 현대시 작품들을 읽던 와중에, 기욤 아폴리네르의 작품 <알코올>과 <동물시집>도 읽었던 적이 있는데, 조석 작가님의 만화 <조의 영역>에 나오는 ‘인면어’ 같이 그려진 돌고래 그림의 화가가 뒤피였다니... 필시 책을 읽으며 판화가의 이름도 읽었을 텐데... 단순히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의 깊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겠구나 싶었다. 이번 일을 기회 삼아 <동물 시집>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전시장 초입 뒤피의 자화상이 세 점 걸려 있다. 생애에 걸쳐 변화된 뒤피의 화풍이 고스란히 녹여 있었다. 뒤피는 에콜 데 보자르를 나온 후,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를 두루 거쳐 자신만의 화풍에 이른다. 마치 마티스의 드로잉을 연상케 하는 자화상의 스타일은 전시장의 초상화 섹션에도 여럿 보이기도 했다. 1948년 작 자화상에는 뒤피만의 화풍이 도드라졌다. 앞서 언급한 ‘붉은 바이올린’ 역시 뒤피의 화풍이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개장 직후 입장하고 전시를 나오자 4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배고플 새 없이 고양감에 부푼 시간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뒤피 역시 그랬을 것이다. 한편 뒤피는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피의 그림에는 ‘기쁨’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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