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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Sep 21. 2023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고양이와의 첫 만남

다름 아닌 고양이니까 #02

집 앞에서 꼬질꼬질한 상태로 발견되었던 다름이


“저 아이가 바로 그 아이야!”


집으로 들어가는 길, 못 보던 하얀색 고양이가 보였다. 그 아이를 보자마자 남편이, 아까 말했던 고양이라고 그랬다. 조금 전, 어떤 고양이가 유기된 것 같다는 말을 마침 했기 때문이다.


“이 고양이 미용이 되어 있네?”


거뭇거뭇하게 때인지 점인지 있었지만, 그 외엔 온통 하얀색 털에 노란색 눈을 가진 고양이. 그런데 털이 밀려 있어서 얼핏 봐도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아니었다. 누가 봐도, 유기된 고양이 혹은 가출한 고양이였다. 


오랫동안 고양이 집사이기도 하고, 길고양이 밥을 주기도 하고, 길을 걷다가 고양이만 보면 발걸음이 멈추는 자칭 ‘고양이파’다 보니까 남편과 대부분의 대화는 고양이로 시작해 고양이로 끝난다. 이전부터 혹시라도 길에서 살지 못할 것 같은 유기묘나 가출묘는 구조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자주 했었기에, 이 아이를 보고는 걱정이 앞섰다. 하얀 고양이는 눈에 잘 띄기에 길에서 살아가기 어렵다. 게다가 미용이 된 고양이는 곧 다가올 추위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실내에서 사람과 살던 고양이가 갑자기 밖으로 나와 온갖 세상의 위험에 맞서야 할 때 며칠을 버틸 수 있을 것인가…. 아무리 이 골목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여도, 고양이들의 생존 전쟁에 갑자기 나타난 고양이가 반가울 리가 없을 것이다. 또한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다가와 헤드번팅을 할 정도의 순한 아이가 만약 어떤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잡혀가기라도 한다면… 끔찍했다.


곧 식사 시간이기에 동네 고양이들이 급식소에 모여들었고, 그 모습을 뒤에서 빤히 지켜보다가 집으로 들어갔다. 잘 버텨주길 바라며.


다음 날, 책방에 출근해 일을 하는데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어제 그 고양이가 헤드번팅을 하길래 배가 고픈 것 같아 밥을 챙겨줬더니 집으로 들어가는 현관 안까지 따라 들어왔단다. 그래서 난 혹시 포획이 가능하면 데리고 오라고 했다. 그 말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고양이를 데리고 책방에 도착했다.


“고양이를 이렇게 빨리 잡았다고?”

“그냥 케이지에 쏙 들어가던데.”


어제도, 그제도 동물 학대에 대한 기사를 숱하게 봤는데 식은땀이 확 났다. 어쩌려고 이렇게 쉽게 잡히는 거냐고.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책방에 도착하자마자 케이지 문을 열어 주고, 물과 츄르를 줬더니 열심히 먹고는 책방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다가 곧바로 소파에 누워 잠을 자려는 것이 아닌가.


자기 집을 찾아온 것처럼, 매일 와봤던 것처럼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한 듯 한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아이를 보며 짠했다. 얼마나 길 생활이 고되었으면, 낯선 사람에게 다가왔고, 따라왔고, 또 자리를 잡아 잠을 청하는 것일까. 





책방에 도착해서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라는 게 믿을 수 없다.


자는 모습, 먹는 모습, 그리고 몸의 곳곳을 사진으로 담았다. 물도 잘 마셔서 신기해서 영상으로 담았다. 혹시라도 인터넷에 올렸을 때 누군가 가족이라고 이야기하면 사진과 영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다음 1~2장의 사진을 골라 인터넷에 여기저기에 올렸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으니 가족이라면 찾으러 오라고.


몸이 꼬질꼬질해서 집에서 급하게 목욕 티슈를 가져와 닦아 주려는데, 순한 아이가 몸이 닦이는 것은 꽤 싫어했다. 피딱지까지 생긴 발과, 검은색으로 가득한 엉덩이 부분을 특히 닦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뒷다리는 불편한 것인지 다친 것인지 건드는 것도 싫어하고 앉을 때도 살짝 불편해 보였다. 배 쪽을 살펴보려는데, 배에도 피딱지가 몇 곳에서 보였다. 치아는 하나 깨져 있고, 눈과 코는 눈곱과 코딱지가 가득하고…. 거지 거지 상거지가 따로 없구나. 닦이는 걸 싫어하니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그루밍이라도 잘하길 바랄 뿐이다.


이 아이는 과연 버려진 걸까, 탈출한 걸까. 혹은 남겨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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