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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선 Nov 18. 2018

책방 일기 #3 몰아서 쓰는 첫날부터 3주 이야기

책방을 오픈한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요~

3주나 지나버렸거든요.


그동안 책방 일기를 쓰지 못한 건, 게을러서일까요... 게으르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일단은 밀린 일기를 한번에 몰아 써보려고 합니다.

(이번 주말 이야기는 빼고요. 주말은 재밌는 일들이 좀 있었거든요)




10월 26일. 드디어 오픈. 두둥


사실 조금 더 빨리 오픈할 줄 알았어요. 늦어도 10월 15일에는 영업을 하겠구나 싶었는데 가게 하나를 오픈하는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일단 추석 전에는 끝난다는 공사가 10월 중순이 되어서 겨우 끝났어요. 휴. 공사하시는 분에게 언제 끝나냐고 해도 하루면 된다, 금방 한다 정도만 해서 10월 초까지는 끝내달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니 정확한 날짜를 정해줘야 끝낸다고 해서 10월 초라고 한 10번 말한 것 같아요. 그래서 결국 10월 8일까진 끝내주세요. 라고 하고 힘겹게 10월 10일 경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하하.


하필 그 주는 한글날에 기타 등등 휴일 등이 있어서 한주가 또 훅 지나가버렸고, 15일 예정이던 오픈은 20일로 미뤄졌어요. 그런데 때마침 20-21일 워너원 콘서트 촬영 의뢰가 들어와서 가게 오픈이고 뭐고 일단 워너원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다. 그래서 또 일주일 가게 오픈을 미뤄버렸지요. 하지만 더 미룰 수 없었던 10월 27일 행사 때문에 10월 26일 첫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10월 27일 행사만 아니었음 일주일 더 미루고 싶을 정도로 살짝 부족했던 첫 시작....


(오픈한지 3주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느껴져 올해는 지나야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 같습니다만...)




오픈한 날 담은 사진입니다.

새벽감성1집 책방 겸 카페는 1층 공간은 서점 공간, 2층 공간은 다락방 카페로 운영되고 있어요.


서점이라고 하기엔 책이 부족할 수 있고, 책이 별로 없이 느껴져 살 책이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을 거에요. 책은 300권이 넘게 있는데 얼핏 보기엔 부족하게 느껴지는 책장이 아직은 초반이라 그래요. 점점 책은 늘어날거고 자주 오다보면 저희 책방만의 책 구성이 눈에 잘 보일거에요. 그때가 되면 이제서야 살 책들이 이렇게나 많았구나 하시겠죠?


그렇다고 카페라고 하기엔 테이블과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사람들은 저마다 그냥 편한 자리를 차지하고 커피를 마시죠. 그러다가 친해지는 분들도 있고, 한 테이블에 여럿이 앉아도 불편함 없이 서로 양보해주기도 해요. 마치 집처럼 아늑해 하는 것 같아요. 다행이죠. 근데 커피 메뉴는 별게 없어요.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가 전부에요.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지만 커피는 핑계일 뿐 그저 쉬러 오시면 좋겠어요.


아무튼 첫 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그리고 10월 27일.

오늘은 드디어 책방 첫 행사인 '참티스트와 함께 하는 서울 영화방'이 열리는 날이에요.

사전 신청자가 이미 마감이 되었고, 그럼에도 꼭 오고 싶다는 추가 신청자까지 있는 상황이었는데, 좁은 공간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모두 너무 좋은 맘으로 불편함을 즐겨주셨지요.


첫 행사가 무사하게 치뤄지자 이제서야 책방을 오픈했구나 싶어요.

누군가가 벌써 이 장소에 추억을 쌓았으니까요.


그리고 우리 고양이 구름이의 첫 출근날.

(이날 출근 후 구름이는 2박3일 잠만 잤다는 후문이... ㅋㅋ)






10월 28일 일요일.

드디어 첫번째 고양이 손님이 왔어요!!!

가게 바로 앞에 사는 분이 키우는 고양이인데, 뱅갈이고 이름은 보리에요. 우연히 커피 마시러 왔다가 고양이 동반이 가능하다고 하니 보리를 안고 다시 오셨지요. 그래서 가게에 쟁겨놓았던 츄르를 선물로 드렸답니다 ㅎㅎ


보리는 요즘도 자주 와요.

터줏대감이 되었어요!


(이 글을 쓰는 오늘은 고양이 손님이 무려 3녀석이나.. 그래서 고양이를 위한 메뉴 개발을 해야하나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냥냥)





10월 29일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했는데 글쎄 가게 앞에 쓰레기 더미들이 쌓여 있었어요.

순간 많은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오픈 후 첫주라 행사도 있어 시끄러웠나.. 고양이가 있어 고양이 싫어하는 사람들이 싫어했을까.. 등등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며 CCTV를 돌려 보았는데...


쓰레기가 바람에 밀려 밀려 밀려 꽤 오랜시간 밀려와 이 곳에 정착했지 뭡니까.


누가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지만, 남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하나의 일이 된다는 사실이 조금 슬프긴 했죠. 그래도 거리가 깨끗해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기분 좋을테니 앞으로 골목을 좀 치워볼까 해요.






10월 29일은 오전만 문을 열고 저녁 비행기로 오사카로 갔어요.

2박3일 냥템 쇼핑에 나선 것인데요, 냥템 쇼핑에 앞서 맥주도 엄청 마시고, 건담도 지르며 가게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 마지막 회포를 푸는 느낌으로 돌아다녔어요.





물론 냥템 쇼핑 했죠!

지금 가게에서 쓰고 있는 작은 그릇들과 소품들이 오사카에서 가져온 녀석들이랍니다.


저희는 분기별로 가게 문을 닫고 일본으로 냥템 쇼핑을 하러 갈 예정이에요. 10월 말엔 다녀왔으니 다음은 1월 말이나 2월말이 되겠네요.





그리고 다시 오픈한 11월 1일.

이날은 우리집 고양이 구름이의 15번째 생일이자, 구름이의 정식 출근 2번째 날이었지요. 가게가 어느 정도 익숙한지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굴기도 하며 구름이는 그렇게 하루를 보냅니다.





11월 3일-4일은 저는 경의선 책거리에서 열린 독립출판축제에 독립출판 작가로 참여했어요. <당신도 산티아고 순례길이 필요한가요> 책과 <그냥, 도쿄> 책을 가지고 나갔는데, 책 판매는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이 곳에서 새로운 독립출판 작가님들을 만나 책방에 입고할 책들을 찾았다는 것이죠!

좋은 책을 끌어안고 왔던 날! 기분 좋은 축제!





그리고 매일 매일 책 뿐 아니라 메뉴 추가와 세팅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연구하게 되었어요.

커피, 맥주, 가래떡... 다양한 것들이 하나씩 추가되며 새벽감성1집이 조금 더 풍성해지는 느낌을 받게 되죠.





11월 11일에는 뜬금없이 다락방에 영화를 한편 틀어놓았어요.

때마침 영화 시작 시간에 맞춰 온 커플이 계셨는데, 영화 한편을 딱 보고 아주 기분 좋게 가셨답니다. 가시면서 책 한권 구매해주셔서 어찌나 좋던지요! 그것도 제가 쓴 책.. ㅋㅋ 제가 작가인지 모르고 그냥 무심코 달라고 하셨는데 감사했어요~





이후에 특별한 일은 많았지만, 몰아쓰는 일기라 짧게 패스하고, 여러 작가님들이 책을 입고하러 책방에 들러주셨는데요, 신동호 작가님, 래빗가이 작가님, 윰토끼 작가님, 수진 작가님 등등 진짜 반갑고 좋았어요. 그리고 리누 작가님! 이들 작가님들은 일찍 머물다 가신 것에 비해 리누 작가님은 한숨 주무시고(?) 가셨지요 ㅎㅎ 저를 기다리느라 그런 것도 있었구요.


리누 작가님 책 펀딩에 저도 참여해서 제가 구매한 책에 사인을 남겨주셔서 그 모습을 몰래 도촬 ㅎㅎ

집이 멀어 자주 못오시지만 책이 얼른 다 팔려 재입고 하러 오라고 하고 싶어졌습니다. 하하





더불어 새벽감성1집에서 블라인드북도 몇 권 만들어봤어요.

앞으로 블라인드북은 독립서적 뿐 아니라 문구, 팬시까지 다양하게 만들 예정인데요, 중고라고 특별히 언급하지 않다면 모두 새것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오픈 하고 3주 동안 벌어졌네요.

이번 주말에 있던 일도 내일쯤 몰아쓰고, 다음주부터는 매일 매일 책방 일기를 써내려가보려고 해요. 하루 하루 특별한 일들이 매일 벌어진다는 것도 신기한 책방이에요.


한번 오면 오래 머물고 싶거나, 나 혼자만 아는 아지트 삼고 싶어지는 그런 공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내일도 새벽감성1집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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