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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스타트업? 린 육아법!

린 육아법: 실험하고 배우는 부모 되기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은 단 번에 완벽한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 아니라, 빠르게 실험하고 그 안에서 배우는 방법론이다. 핵심은 ‘작게 시작해서 자주 틀리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간다’는 것. 대규모 개발보다 최소기능제품(MVP)으로 먼저 시장에 나가보고, 고객의 반응을 관찰한 뒤 다시 만들고 고치는 과정이다. 애초에 정답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실패도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 개념이 자꾸 떠오른다. 육아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의 연속이다. 먹이려던 반찬을 거부하고, 잠들 것 같던 아이가 다시 깨어나고, 좋은 부모가 되겠다고 다짐한 날에 한껏 소리를 지르고 나면, 허탈한 마음에 ‘나는 왜 또 실패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실패가 꼭 나쁜 건가, 꼭 피해야 하는 건가 싶다.


린 스타트업의 세계에서는 실패를 가능한 빨리 마주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 그래야 빠르게 배우고, 방향을 바꿀 수 있으니까. 육아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실패하지 않는 육아’보다 ‘실패로부터 배우는 육아’가 더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 아닐까. 아이에게도, 부모 자신에게도 덜 지치고 덜 무거운 길일 수 있다.


이를테면 아이와의 하루를 작은 실험처럼 여겨보는 것이다. 새로운 반찬을 시도해본다거나, 다툰 뒤 사과하는 방식을 바꿔보는 식이다. 반응이 어떻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이나 단서는 다음 선택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든다. 물론 그 실험이 항상 의미 있거나 성공적이진 않겠지만, 중요한 건 반복하는 태도다.


린 스타트업의 정신은 '검증된 학습(Validated Learning)'에 있다. 애매한 직감이 아니라 실제 반응으로부터 배우는 자세. 육아도 그렇게 접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잘하고 있는지 확신이 없을 때일수록,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고, 내 감정을 돌아보며, 아주 작은 단서를 붙잡는 것. 그렇게 쌓이는 경험들이 결국 나만의 육아 방식이 되어간다.


물론 이런 식으로 육아를 바라보는 게 모두에게 맞는 방식은 아닐 것이다. 다만 완벽을 기준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보다, 린하게 살아보는 시도는 우리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질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매일 자주 틀리더라도, 그 안에서 아이와 나를 함께 발견해가는 여정. 때로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해본다.


lynleigh-stiles-6QPI_bNoMUg-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Lynleigh Sti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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