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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인남 Mar 25. 2022

1. 실패한 공무원 시험

그 이후 이야기의 시작




 "도망친 곳에 파랑새는 없다." 




 앞의 문장은 다른 시험들, 전문직 시험, 자격증 시험, NCS 등 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문장일지도 모른다. 다만 '공무원'시험(이후 공시로 줄이겠음)을 준비해본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합격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시험, 공시. 물론 모든 수험들은 불합격자에겐 너무 냉정 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취업시장에 뛰어들어보면 알겠지만, 다른 자격시험들은 그래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 왜냐하면 각각의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토대로 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NCS는 그 회사에 합격하지 못해도 다른 회사의 시험에 도움이 된다. 정 안되면 대기업 인적성 시험을 치르는 데 밑거름이 되는 편이다. 



공시는 다르다. 국어, 영어, 한국사, 선택과목 2과목(9급 기준). 객관식 문제, 과거에는 단순 암기로 커버하던 시험이었으나 내가 수험을 그만두는 시기에는 암기 + 약간의 사고도 필요한 문제들이 나오던 추세였다. 오랜 시간을 공부한 수험생이 더 유리할 거라고 생각이 들지만, 아니다. 수험시험 문제는 유행이 있다. 그래서 3년 이상을 공부하게 되면 합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9급 시험은 고등학생들이 풀 수 있는 문제 수준 아니야?"라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불합격할수록 자신감의 하락과 심리적인 압박감은 수험생을 더욱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 게다가 시간은 매우 불편부당(不偏不黨)해서 수험생의 애틋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하염없이 흘러간다. 



Photo by Deepak Nautiyal on Unsplash







 이제야 나를 소개한다. 나는 과거 9급 공시를 4년간 장수했던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는 다사다난했던 취업 시장을 뚫은 평범한 직장인이다. 많이 벌지는 못 한다. 30대의 신입사원이 얼마나 벌겠는가? 게다가 근무 환경은 열악하다. 이 분야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3D 직종과 비슷한 환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읽어보라는 부장님의 조언으로 2시간의 점심시간 중 1시간 정도는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 네이버에서 <책 한 권으로 인생이 확 바뀐 남자>라는 블로그를 운영 중이며 닉네임 '책인남'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서평을 쓰고 있다. 



 말이 길어지니 방향성을 잃었다. 여하튼 나는 내가 불합격만 반복하는 이 *같은 수험생활에서 탈출하기만 하면 희망이 가득하진 않아도 그래도 평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희망적인 상상을 하고 있는 내게 훈장까지 받으신 공직자셨던 아버지가 해주셨던 말씀이 바로 "도망친 곳에 파랑새는 없다."였다. 그때 당시에는 "또. 또! 또!! 잔소리!"라고 생각했고 아버지의 말씀의 의미를 몰랐지만,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렇다고 나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도 칠흑 같은 어두운 밤길을 합격이라는 희망의 별빛을 바라보며 걷고 있는 수많은 수험생들에게 실패한 수험,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를 나를 통해서 반면교사하기를 원하며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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