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힘에 대하여.
작년의 나의 키워드는 '시작'과 '시도' 였다면,
올해의 나의 키워드는 '지속성'과 '자발성'이다.
2019년 3월. 그렇게 나는 이전 경력을 포기하고 신입 개발자 사원이 되었다. 처음에는 업무 적응에 정신이 없었고 시간은 무섭게 흘러 1년 차가 되었을 때 즈음 조금씩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일에만 치여 살다가는 번아웃이 올 것만 같아 다른 관심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지방 출신이었던 나는 없는 것이 없는 서울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하고 싶은 것들이 참 많았다. 언젠가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했던 것들을 마구마구 '시작'하기 시작했다.
복싱, 기타 클래스, 글쓰기 모임 등등..(이때만 해도 코로나 이전, 한참 오프라인 모임이 활발하던 시기였다.) 처음엔 흥미롭고 신선한 자극에 열정이 마구마구 불타올랐지만, 이내 열정은 오래가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나포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시작은 곧잘 하는데,
그 시작을 이어 나가지를 못했다.
글쓰기 모임을 나가기까지 꽤 오랜 고민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담이 되는 비용 때문이었는데, 혼자 쓰는 것에 한계를 느껴 결국 비용을 감수하고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첫 모임을 나갔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글을 쓰는 시간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을 했다.
문제는, 다음 모임부터였다. 모임 인원 중 반이 나오지 않았고 급기야 반 이상이 중도하차 해 버렸던 것이다. 모임 시작 전 일정기간 이후부터는 환불 불가라는 강력한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나는 일단 돈을 들이면 돈이 아까워서라도 하려는 오기가 생기는데 (종종 그 오기를 의도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손해를 감내하면서까지 너무 쉽게 관두더라는 것이다. 분명히 나왔을 때 적극적이고 열정 넘치던 사람들이었지만 한 두 번 빠지기 시작한 사람들은 결국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남은 사람들끼리라도 잘해보려고 노력했지만 너무 기대가 컸던 걸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크게 다가왔고 그렇게 김이 새어버린 마음은 모임을 점점 억지로 나가게 되는 시간으로 전락시켜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억지로 글을 쓰던 시간은 끝남과 동시에 그나마 혼자서라도 끄적이던 내 시간조차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젠장!
시작이 반이다? 시작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외에도 이것저것 많은 시작과 시도를 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은 몇 개 되지 못한다. 시작은 말 그대로 시작일 뿐이었다. 시작을 한다 하더라도 관두면 그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낭비일지도 몰랐다.
'시작'에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은 '지속'이다. 매일이 아니더라도 시작한 것이 꾸준히 지속된다면 비로소 내 것이 되기 시작하고, 지속을 가능케 만들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자발성이다. 자발적 행위가 아닌 억지가 되면 좋던 것도 되려 싫어질 수 있다. 이것을 깨닫고 난 뒤부터는 하기 싫을 때는 그냥 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하도록 돈을 들여 의도적으로 강제 해 놓은 프로세스 안에서도 '억지로' 해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 날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 억지가 반복이 되면 관두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루를 쉬든 한 달을 쉬든 다시 자발적으로 하고 싶어 질 때까지 쉬어도 좋다. 대신, 충분히 쉰 후에 다시 지속하는 일은 나와의 약속이자 싸움이다.
자발적으로 지속하라!
결국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어떤 일을 자발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힘이 된다.
일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바쁜 시기를 제외하고는 퇴근 이후 시간과 주말은 철저하게 분리한다. 분리하여 다른 곳에 정신을 쏟는 시간이 일적으로는 휴식기가 되는 것이다. 이것의 적절한 밸런스. 즉 워라밸의 적절한 균형이 곧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다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고, 개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고, 영상을 만드는 재미를 배워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실은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벌써부터 권태롭기도 하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첫 시작의 자극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는 없다. 같은 것을 반복하다 보면 권태가 오기 마련이다. 당연한 현상이므로 잠깐 쉬어가면 된다. 달리다가 걷다가 잠깐 멈췄다가 다시 달리다가..
그런 반복의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단단한 근육으로 만들어지고 그 근육이 바로 지속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운동을 시국과 날씨 핑계로 너무 푹 쉬었다. 근육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비유 말고, 진짜 내 바디 근육은.... (숙연). 헬스와 홈트는 신물이 나버렸다. 쉬어가야 할 때다. 그래서 복싱을 다시 하려고 하는데 내일부터는 조금 그렇고 다음 달 월급날에(직장러들 공감하시지요?) 등록하러 가야겠다. 쨉쨉 훅 쨉쨉!! 오랜만에 훅을 날릴 생각을 하니 설렌다. 이것은 자발적인 욕구이므로 삼개월 다시 불살라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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