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일기 1. 캘리포니아에서 온 사서

Huntington beach public library

by 치즈도서관

2025. 9. 19.(금)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있던 미국 사서가 우리관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Huntington beach public library에서 온 한국계 미국인 사서입니다.


저는 도서관 견학을 담당하는 사서입니다. 저희 관은 국립도서관이기에 국제 업무 교류 행사가 잦은 편입니다. 이때 저는 도서관을 방문해 주신 귀빈들과 관 전체를 라운딩 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Huntington beach library

출처: 뉴욕타임즈 , 2025. 2. 24. (https://www.nytimes.com/2025/02/24/us/huntington-beach-maga-plaque.html?sm


사실 저는 공무원이 된지 1년도 안된 신규입니다. 그렇기에 국제 업무 협약과 같은 중요한 일은 다른 선생님의 담당입니다.

상대가 한국을 어떤 목적으로 찾았는지, 그리고 소속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지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저는 그녀가 소속된 도서관을 구글링했습니다.

이곳은 유명 건축가가 도서관이 자연 속에 묻힌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문득 유현준 건축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역이 지하에 지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출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누리집


아문당의 경우,광주의 중심지 충장로에 번떡거리는 대형 건물로 자리잡을 수 있었지만 정반대로 지하 속에 대규모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주인공이 되는 건축을 의도했던 작가처럼 헌팅턴 도서관도 자연 속에서 하나의 배경으로 자리잡은 곳 같습니다.




12시 30분. 급하게 다른 업무가 쏟아져 직장인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다이어리와 볼펜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 리허설을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해본 견학이지만 외부인을 맞이하는 건 늘 떨리는 일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온 귀빈들은 저에게 더욱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줍니다


’어라, 한국분이신가?’

며칠 전 방문한 푸른 눈의 미국 학교도서관 사서와 다르게 대학에서 한번 쯤 마주쳤을 법한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의 견학을 담당하게된 사서입니다. 실례지만… 한국분이신가요?“


“아, 저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한국어 조금.. 아주 조금 할 수 있어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장서 개발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현재 사서로 근무하고 있지만 박사 과정을 공부할지, 실무에서 경험을 더 쌓을 지 고민하던 중 대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국 대표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평소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DDC를 쓰는 미국에서 한국 도서를 분류하는 건 다른 언어보다 조금 까다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문득 대학때 DDC로 한국 도서를 분류하는 문제는 족족 틀려서 교수님에게 불려갔던 기억이 스쳐갔습니다.)


책 읽어주는 로봇, 증강현실 그림책 등 콘텐츠를 보여줄때마다 신기하다는듯 밝게 웃고 메모하는 그녀 덕분에 저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리액션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견학이 끝날 무렵.

저희 기관에는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여행을 컨셉으로 구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추억을 남기자는 의미로 네컷 사진기가 있어요.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메일로 보내드려도 괜찮을까요?”


“Yes, Of course! 너무 좋아요”


#네컷 일부분


언젠가 그 분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견학도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3일 뒤, 그녀에게 온 답변을 읽고 난 후

하루 종일 웃음이 세어나왔습니다.


‘lovely tour…’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또 다른 업무로 푼다는 것!

참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