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ington beach public library
2025. 9. 19.(금)
한 달 전부터 예정되어있던 미국 사서가 우리관을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Huntington beach public library에서 온 한국계 미국인 사서입니다.
저는 도서관 견학을 담당하는 사서입니다. 저희 관은 국립도서관이기에 국제 업무 교류 행사가 잦은 편입니다. 이때 저는 도서관을 방문해 주신 귀빈들과 관 전체를 라운딩 하고 다양한 사업들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공무원이 된지 1년도 안된 신규입니다. 그렇기에 국제 업무 협약과 같은 중요한 일은 다른 선생님의 담당입니다.
상대가 한국을 어떤 목적으로 찾았는지, 그리고 소속 기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신지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습니다.
저는 그녀가 소속된 도서관을 구글링했습니다.
이곳은 유명 건축가가 도서관이 자연 속에 묻힌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설계하였다고 합니다.
문득 유현준 건축가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역이 지하에 지어진 이유에 대해 설명한 영상이 떠올랐습니다.
아문당의 경우,광주의 중심지 충장로에 번떡거리는 대형 건물로 자리잡을 수 있었지만 정반대로 지하 속에 대규모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이 주인공이 되는 건축을 의도했던 작가처럼 헌팅턴 도서관도 자연 속에서 하나의 배경으로 자리잡은 곳 같습니다.
12시 30분. 급하게 다른 업무가 쏟아져 직장인의 소중한 점심시간을 흘려보냈습니다.
다이어리와 볼펜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 리허설을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해본 견학이지만 외부인을 맞이하는 건 늘 떨리는 일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온 귀빈들은 저에게 더욱 기분 좋은 긴장감을 줍니다
’어라, 한국분이신가?’
며칠 전 방문한 푸른 눈의 미국 학교도서관 사서와 다르게 대학에서 한번 쯤 마주쳤을 법한 익숙한 얼굴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여러분의 견학을 담당하게된 사서입니다. 실례지만… 한국분이신가요?“
“아, 저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났어요. 그래서 한국어 조금.. 아주 조금 할 수 있어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장서 개발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했습니다. 현재 사서로 근무하고 있지만 박사 과정을 공부할지, 실무에서 경험을 더 쌓을 지 고민하던 중 대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국 대표 도서관을 방문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평소 부모님의 고향인 한국에 관심이 많았는데 DDC를 쓰는 미국에서 한국 도서를 분류하는 건 다른 언어보다 조금 까다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문득 대학때 DDC로 한국 도서를 분류하는 문제는 족족 틀려서 교수님에게 불려갔던 기억이 스쳐갔습니다.)
책 읽어주는 로봇, 증강현실 그림책 등 콘텐츠를 보여줄때마다 신기하다는듯 밝게 웃고 메모하는 그녀 덕분에 저는 더욱 신이 났습니다.
(리액션이 이렇게 중요하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견학이 끝날 무렵.
저희 기관에는 인생네컷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있습니다.
“이 공간은 여행을 컨셉으로 구성한 공간이기 때문에 추억을 남기자는 의미로 네컷 사진기가 있어요.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이메일로 보내드려도 괜찮을까요?”
“Yes, Of course! 너무 좋아요”
#네컷 일부분
언젠가 그 분의 나라에서 다시 만나는 날을 기약하며,
오늘의 견학도 무사히 종료되었습니다.
3일 뒤, 그녀에게 온 답변을 읽고 난 후
하루 종일 웃음이 세어나왔습니다.
‘lovely tour…’
업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또 다른 업무로 푼다는 것!
참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