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BOOK88 4기 친구들과의 작업물과 추억을 회고하고자 한다.
2023년 10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총 6개월 동안 광고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수업에서 뭐 하는데? 같이 광고를 가작합니다.
나는 가르치는 것보다, 친구들에게서 가르침을 많이 받았다. 나는 팀장의 역할을 하면서 팀원들을 이끌어 가는 과정을 예비 연습하고 있다. 매일 만나지 않아서, 완벽하진 않지만, '이렇게 저렇게 운영을 하고 리더십을 발휘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하고 있다. 참 값지다. 그런 만큼, 우리 친구들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
내가 우리 수업에서 활용하는 방침 5가지가 있다.
아이디어는 공평하다. 투표를 통해서, 가장 많은 득을 받은 작업을 만들자
"No" 말고, "Yes!" "대박! 좋은데요?"라는 칭찬을 헤플게 하자
자율권을 가지게 하자. 팀장은 "그래요, 그렇게 해요."라고 하자.
역할 분담을 잘해서, 같이 만든 광고라는 생각이 들게 하자.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 일이 아니다. 즐겁게 하게 하자.
칭찬을 하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고 했다.
그러자, 친구들이 자율적으로 열심히 했다. 신기했다!
내가 경험한 진짜 신기한 것은 동기부여다.
내 생각에는, 동기부여를 주는 방법은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내 컨펌을 받지 말고, 너 판단대로 해라.라며, 더 많은 자율권을 주는 것이었던 것 같다.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고. 헤맨다 싶으면, 디렉션을 주는 것. 그게 아니라면, 믿고 맡기는 것. 그게 동기부여를 주는 법이지 않나 싶다.
나는 내가 무언가를 만드는 게 하나도 없다. '나 이렇게 잘 만들어. 나 이렇게 잘해.'라고 증명하고 보여주는 게 하나도 없다. 그렇게 보여주면서, 존경심을 얻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의 다음 버전은... '너 왜 이렇게 잘해? 너 이렇게 잘하는구나.'라고 팀원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믿게끔 만드는 것이 아닐까?
'우리 팀장님 잘해요.' 가 아니라, "우리가 잘해요."
나는 그런 팀장이 되고 싶다.
"우리 팀장님 미국에서 와서 잘해요. 한국에서도 잘하셨어요." 말고
"팀장님도 잘하는데, 사실 우리가 진짜 잘해요."라고 말하게 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감독은 경기를 뛰지 않는다. 경기는 선수들의 것이니까.
그런 팀장이 진짜 리더이지 않을까?
모르겠다. 나는 계속 이런 생각으로 향하게 되는 것 같다.
마, 사설이 너무 길다이가.
고마하고, 학생 작업 좀 보이도!
알았다.
학생 작업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드리겠다.
나는 브리프를 준다. 브리프를 바탕으로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우리 모두 듣는다. 모두의 발표가 끝나면, 각자 마음에 들었던 아이디어 3개를 고른다. 그중에서, 가장 득표를 많이 받은 아이디어를 선정하고 제작한다.
신기한 거는, 내가 고른 아이디어와 학생들이 고른 아이디어가 대개는 일치한다. 즉, 연차가 높고 낮고에 관계없이 아이디어를 보는 눈은 다들 비슷한 것 같다.
카피라이터는 카피를 쓰고, 아트 디렉터는 디자인을 한다.
우리 친구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만든다.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손수 제작한다.
가위로 자르고, 이어 붙이고, 별 짓을 다 한다. 진짜 만든다.
학생들이 직접 사진을 찍는다. 참고로, 둘 다 카피라이터 지망생이다. ㅋ
직접 사진을 찍고, 광고의 소스를 만든다.
광고의 소스를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표현한다.
아이디어: 마지막 한 방울까지 먹기 위한 당신의 노력은, 헤인즈이기 때문입니다.
인쇄에 더해서, 액티베이션으로 스케일을 크게 할 수 있을까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낸다. 전시회를 열자고.
판타는 2024 원쇼 광고제 브리프 중에 하나였다.
즉, 공모전 작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디어 생성 기간은 3주. 친구들이 매주 아이디어를 냈다. 다 같이 모여 의논하고 평가했다. 그렇게, 최종적으로 단 하나의 아이디어를 선택했다. 역시나, 우리 학생들 아이디어였다. 원래,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냥, 얽히고 섞여서 누구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다 같이 했다.
브리프를 요약하자만 다음과 같다.
판타는 제품의 맛이나 효능을 전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타민 음료, 이온 음료, 건강 음료 등 다양한 효능을 주는 제품들이 많은 가운데 특별한 효능이 있는 탄산음료가 아닌 판타는 Refreshment를 주는 감성적인 제품이고 싶어 했다. 즉, 타깃인 10대들에게 다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서,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Refreshment drink (간편 음료)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키워드는 Want.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냈다.
"솔까, 학생 때 제일 원하는 거는 야자 째는 거 아니에요?"
"오오, 그치그치?"
누군가 거들었다.
"어... 왜... 아프다고 하고 학교 자체를 째지 않아요? 미국에선 보통 그런데...?"
"야야~~ 겁나 맞는 말이다. 그치그치?"
우리 모두는 동의했다. 내가 이어서 말했다.
"이야 아이디어 쥑이네. 그래, 그럼 이제 어떻게 학교를 째게 하지?"
"보통 미국에선... 엄마가 학교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아프다고 하고 못 간다고 얘기하지 않아요?"
"그치그치, 근데 판타가 엄마한테 얘기해서 하는 거는 어렵잖아?"
또 다른 친구가 거들었다.
"그렇죠, 엄마랑 학교 선생님을 동시에 속이면서 학교를 째는 게 진리이긴 한데요."
"맞아, 그게 진짜 10대들이 원하는 거지!"
"맞아요. 아... AI 엄마를 만들면 어때요? 요새 AI가 화두이기도 하고."
"헐, 미친, 대박. AI 엄마가 선생님한테 대신 전화해서 학교를 째게 한다?"
"그렇죠."
"대박인데? 그걸 어떻게 작동하게 하지?"
"판타가 AI 엄마를 만드는 거죠. 요즘에 가상인물 만드는 거는 식은 죽 먹이고, 목소리도 AI가 똑같이 변조돼요."
"맞아맞아. 그래, 판타가 AI 엄마를 만들어서 학생들이 수업을 쨀 수 있게끔 해주자."
"네. 그렇죠, 재밌는 것 같아요."
옆에서 다른 학생이 거들었다.
"학교를 째게 해주는 거니까, School Skipper!라고 부르면 어때요?"
"그래, 그걸로 가자. School Skipper! 그걸로 타이틀을 하자."
"와, 좋은데요? 그렇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래! 그럼 각자 해야 할 일들을 나누고, 만들어보자."
판타가 AI 엄마를 만들어서, 학교 선생님에게 우리 아이가 아파서 학교를 못 간다고 음성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들자.
위의 전략 방향과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표현한 짧은 영상.
AI 엄마가 학교 선생님과 통화하는 중. ㅋ;ㅋ;ㅋ;ㅋ;ㅋ;
학교 주변, 모든 광고물에 School Skipper를 알리는 광고를 만들자. Integrated Campaign으로 만들자.
벨비타 치즈 역시, 2024 원쇼 광고제 브리프 중에 하나였다.
벨비타는 우리나라로 치면, 라면이다. 인스턴트 라면처럼 간편하게 먹는 맥앤치즈를 제공하는 치즈 브랜드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가격도 한국 라면이랑 비슷한 가격이고, 그만큼 접하기 쉽고 편리한 음식이다.
브리프는 간단했다.
벨비타는 아주 진한 치즈로 유명한 브랜드다. 그래서, '진한 치즈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타깃은 10대. 10대들에게 '진한 치즈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나아가 10대들에게 직접적인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전통 광고 말고, 액티베이션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다.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체험 마케팅을 가장한 뭐가 됐든 파격적인 형식의 새로운 아이디어로 10대들에게 다가가고 싶다. 어떻게 10대들이 우리 브랜드를 경험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니? 새롭고 발칙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원한다.
이전에 벨비타는 아래 캠페인을 실제로 집행했었다.
창녀를 부르지 말고, 우리 벨비타를 부르세요.
벨비타 치즈 네일, 매니큐어.
10대들이 진한 치즈가 주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아이디어를 주세요
미국에서는 광고제 뿐만 아니라, 대행사에 오는 브리프들에서도 Activation 브리프가 많이 온다.
어떻게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우리를 더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더 이상, 우리 맛이 어쩌고저쩌고는 중요하지 않은 시대인 거다. 왜냐면, 제품의 장점이 차별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롭고 발칙하고 소비자의 일상에서 시작된 인사이트 있는 아이디어들이 더 각광받는다.
제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 어렵고, 그것을 이야기한다고 소비자에게 더 이상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 아이디어가 뭔데?
내 아이디어는 아니고, 우리 친구들 아이디어는 2개가 있다.
역시나, 우리 친구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각자 10개씩 총 50개 정도는 냈다. 모든 구성원이 투표를 했다.
1,2등을 뽑았다. 만들기로 결정하고,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기로 했다.
1등 아이디어를 공개하기 전에, 2등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다.
"10대들이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건 아무래도, 자위 아닌가요?"
"홀리 퍽! 그치그치."
"자위 도구 세트를 만들죠. 치즈로."
다른 친구들도 덩달아 호흥했다.
"그래요. 진짜 재밌어요. 콘돔도 만들고, 젤도 만들고 바이브레이터도 만들죠!"
"진한 치즈가 묻어서 더 부드러운 콘돔이랑 젤인거야?"
"그쵸. 그것도 아주 찐~하죠. ㅋㅋㅋㅋㅋ"
"찐한 시간이네?"
"네, 10대 인사이트랑 찐한 치즈라는 점도 잘 붙고, 그냥 딱 재밌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러자. 이건 꼭 만들자."
벨비타 자위 도구 키트. 찐한 시간은 벨비타 치즈와 함께.
치즈 콘돔 카피가 참 재밌다. 읽어보시길.
그림도 정말 심플하고 찐한 치즈가 잘 느껴진다.
치즈 젤 그림도 좋고, 카피도 참 재밌다.
치즈 바이브레이터 카피도 참 재밌다.
벨비타 두 번째 아이디어는 스튜디오를 빌려서 학생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연출하고 촬영을 했다
소개할 아이디어가 내부 1등을 한 아이디어다.
회의실에서 한 학생이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엄마가 집에 오라고 하면 겁나 짜증 나고 막 가출하고 싶고 그렇잖아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벨비타가 학교 캠핑이 있다는 가짜 전단지를 만들어주면 어떨까요?"
학생들 아이디어 발표가 끝나고, 다들 투표를 한다. 저 아이디어가 선정이 됐다.
"엄마가 집에 오라고 하면 즐거움이 다 날아가지.
맞아맞아. 근데, 학교 캠핑 말고...
제품에서 출발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을까?
어쨌든, 엄마한테 답장을 해주는 거니까, 메커니즘을 단순하게 가져가는 거지."
나는 이어서 이야기한다.
"엄마가 집에 언제 오냐고 문자가 와. 벨비타가 어떻게 해서 답장을 해주는 거야.
거기서 진한 치즈의 느낌이 전달이 돼야 돼.
그리고 그게 정말 예측하지 못한 방식이면 될 것 같아."
회의실에 모이고, 모든 학생들이 각자 생각한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생쥐가 벨비타 치즈를 먹기 위해서 키보드를 누르면 어때요?"
"생쥐가 조이스틱 위에 놓인 벨비타 치즈를 먹기 위해서 버튼을 누르면 어때요?"
등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냥, 키보드 위에다가 벨비타를 부어버리자.
그럼, 랜덤 한 메시지가 입력될 거고,
그렇게 엄마에게 답장을 해주자."
투표를 다시 했다.
결국, 벨비타를 키보드 위에 부어버리는 방식으로 엄마에게 답장을 해주는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Sent by Velveeta: 벨비타가 엄마한테 대신 귀가 문자를 보내드릴게요.
전략과 아이디어를 표현한 짧은 영상
Sent by Velveeta 플랫폼을 광고하기 위한 광고 홍보 영상.
Sent by Velveeta 웹사이트에 와서, 원하는 벨비타 제품을 고른다.
본인의 이름과 번호와 엄마 번호를 알려주면, 엄마에게 연락이 오면 자동 메시지를 대신 보내준다.
왜냐면, 밖에서 놀고 있는데 엄마 연락 올까 봐 걱정하고, 답장하고 그러면 겁나 짜증 나니까.
보드로 인사이트와 아이디어를 짧은 문장으로 정리한다.
이 아이디어는 제작 과정이 참 재밌었다.
친구들과 같이 스튜디오에 모여서 모든 것들을 직접 촬영하고 제작했다.
인사이트. 타이틀. 아이디어로 짧게 구성하고, 촬영 순서를 정한다.
학생들이 촬영을 직접 한다
치즈를 붓고, 노트북을 씻고. 무한 반복 ㅋㅋㅋ
이상 BOOK88 6개월 동안의 대장정이었다.
우리는 2024 원쇼 광고제에 작업들을 다 출품했다.
나는 나대로 계획한 일들을 마무리해서 좋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포트폴리오 작업을 만들어서 좋다. 이제 남은 건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 뿐. 아니더라도, 모든 과정들이 재밌고 기억에 남는다.
광고는 크리에이티비를 표현하는 상업 예술
정말 훌륭한 친구들이고, 능력 있고, 열정 있으며, 실력이 좋은 친구들이다. 이렇게 광고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다시 광고 붐이 불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멋진 광고를 꿈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