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 Me If You Can

수원 일가족 전세 사기 사건 : 일명 '공동담보 쪼개기' 사례

by 천경득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니 디카프리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다.

우리말로 하면, ‘나 잡아 봐라~’ 정도 아닐까.

이름도 복잡한 ‘프랭크 애버그네일’이란 희대의 사기꾼이 쓴 자서전을 영화화한 거라는데, 그 자서전도 구라였다고 하니,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다 거짓말’이라는 사기꾼의 본질을 보여주는 듯 씁쓸한 영화다.


전세사기꾼의 행태를 두고서, ‘언빌리버블!’하면서 경탄해 마지않는 것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할 때 적절하지 않은 태도겠지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입이 쩍 벌어지는 사기수법이 많이 있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정말 창의적(?)이고, 진짜 대가리가 좋구나!라고 여기는 하나의 사기 사건이 소위 ‘수원 일가족 전세사기 사건’이라 불리는 케이스다.

모르면, 도저히 피할 수 없다. 20년 차 변호사인 나도 당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런 잔머리면, 그냥 공부를 해서 나라를 구하지 왜 저 지랄을 하고 있는지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2023년 9월에 수원시 정 모씨 일가족이 세입자들을 상대로 700억 원대의 전세보증금 사기를 치고 외국으로 튀려다가 잡혀서, 아빠는 징역 15년, 엄마는 징역 6년, 아들은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보통 ‘공동담보 사기 사건’이라고 언급하는 사건.



주로 아직은 깨끗한 신축빌라에서 많이 발생한다.

빌라에 1호부터 20호까지 20개의 세대가 있다고 치자. 20개의 개별 등기부가 있다.

한 세대의 집값이 5억 원이다. 그러면 빌라 전체는 100억 원이다.

내가 건축주인데, 어떤 새끼가 1억 원을 들고 와서 자기가 산대.

10원도 안 깎는대. 80억은 은행에서 대출받고, 19억은 좀 있다 준대.

안 주면 도로 가지고 가래.


괜찮은 신축빌라니까, 은행에서 시세의 80%, 한 세대 당 4억 원, 총 80억 원 정도 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이때, 대출을 받는 방법이 여러 개 있는데,


1. 우선은, 1개 세대마다 4억 원씩 대출을 받아, 80억 원을 만들 수 있다.

이때 각 개별 등기부에, ‘저당권 4억 원' 이렇게 기재된다.


2. 다음은, 1개씩 하면 번거로우니까, 20개를 통으로 ‘공동담보’로 묶어서 80억 원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는 각 개별 등기부에는, ‘저당권 80억 원, 공동담보’ 이렇게 기재가 된다.


1의 경우, ‘아, 내가 들어가려는 집에 4억 원의 대출이 있구나’

2의 경우, ‘아, 내가 들어가려는 건물 전체에 80억 원의 대출이 있구나’하고 알 수 있다.

시세의 80% 달하는 대출이 있으니, 아무도 전세를 안 들어오겠지?


그런데, 수원에 사는 정 모씨는 ‘공동담보 쪼개기’라는 기묘한 수법을 고안했다.

1호부터 20호까지 묶인 1개의 공동담보를, 4개의 공동담보로 쪼개는 수법이다.


즉, 1호부터 20호까지를 공동담보로 해서 80억 원을 대출받는 대신,

1호부터 5호까지를 공동담보로 20억 원,

6호부터 10호까지를 공동담보로 20억 원,

11호부터 15호까지를 공동담보로 20억 원,

16호부터 20호까지를 공동담보로 20억 원,

이런 식으로 80억을 대출받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빌라 전체를 담보로 잡고 80억 원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어떤 방식이든 똑같다.

그런데, 이때 각 세대의 개별 등기부에는, ‘저당권 20억 원, 공동담보’ 이렇게 기재가 된다.


문제는 개별 등기부를 뗄 때, ‘공동담보 목록’은 따로 신청해야, 온라인에서는 네모 난 박스를 따로 체크 클릭을 해야 나온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동담보 목록이 수십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따로 신청하지 않으면 안 나온다.


세입자가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직접 부동산등기부를 떼는 경우가 있던가?

지금 막 뗐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발급 시간을 강조하면서 붉은색 동그라미를 친다.


이런 맹점을 이용해서 마치 건물 전체 저당권이 80억 원이 아니고, 20억 원인 것처럼 세입자들을 속인 것이다.

100억 원짜리 건물에 20억 원 채무니까, 얼마 안 되네, 괜찮겠네, 이러면서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 시세보다 좀 싸게 준다고 하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거듭 강조하지만, 싸고 좋은 집은 없다.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집값이 5억 원 정도 하는 신축이니까 전세는 4억 정도 한다. 주인이 욕심 없는 사람이어서 싸게 3억 원에 준다고 선심을 쓴다.

20개 세대면 60억 원이다.


사기 친 60억 원에서 19억 원을 최초 건축주에게 주고, 41억 원은 그냥 들고 튄다.

1억 원을 투자해서, 41억 원을 챙겼으니, 거짓말 몇 번으로 40배 뻥튀기를 한 셈이다.

이 짓을 몇 번 반복했더니, 순식간에 700억 원을 벌었다.


그러고는, 토낀다.

말 그대로, ‘Catch Me If You Can’이다. 나 잡아봐라~~


경매 들어가면, 은행이 선순위로 대출금을 가지고 가고 세입자는 십 원도 안 남는다.

결국 전부 깡통전세가 된다.


공동담보 목록을 잘 안 떼 본다, 그리고 떼 봐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는 것을 이용한 사기다.

특히 빌라의 경우 등기부에 ‘공동담보’라고 기재되어 있으면, 반드시 공동담보목록을 떼 보고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20억 원인지, 그래서 전체 건물의 채무는 얼마인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번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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