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그런 거지
아프거나, 바쁘거나.
요즘 내 또래의 안부는 이 두 단어 사이에서 오간다.
오랜만에 연락이 온 친구는 병원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담담하게 말하는데, 그 담담함이 더 마음을 무겁게 했다.
“괜찮아, 요즘 약이 좋아.”
그 말 뒤에 숨어 있는 시간을 나는 안다.
기다림, 두려움, 그리고 혼자 견디는 밤들.
며칠 뒤 만난 또 다른 친구는 정반대였다.
“나 아직도 이렇게 살아야 되나 싶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그 웃음이 조금 늦게 도착했다.
바쁜 사람의 웃음은 늘 그렇다.
마음보다 한 박자 늦다.
그 둘 사이에 내가 서 있다.
아프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가하지도 않은
어정쩡하게 괜찮은 상태.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둘 중 하나만 아니어도, 그건 괜찮은 인생 아닌가?”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고,
바쁘지 않으면 감사한 것 아닌가.
그런데 또 마음 한편이 조용히 반박한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하기엔, 우리는 너무 오래 살아왔잖아.”
우리는 한때 밤새 떠들어도 피곤하지 않았고,
돈 없어도 웃을 수 있었고,
내일이 무서운 적이 없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검진 결과를 공유하고,
보험 이야기를 하고, 언제까지 일해야 하는지 계산한다.
참, 어른이 되긴 됐나 보다.
웃으면서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 아픈 친구를 생각하면
오늘 내 몸이 아무렇지 않은 것이 기적 같고, 바쁜 친구를 보면
조금 덜 벌어도 괜찮은 속도로 살고 싶어진다.
“아프지 않게, 너무 바쁘지 않게.”
참 소박한데, 막상 지키려니 제일 어렵다.
그래도 오늘은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고,
조금 숨 쉴 틈이 있어서 고맙다.
이 정도면,
괜찮은 하루 아닌가.
…라고 말해놓고,
내일 또 바쁘게 살겠지.
이게 우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