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에 '보고 싶어요'만 수십 년 째인 영화들

제 머리는 안 그런데 손가락이 너무 느려요

by ERIN


왓챠는 날 모르겠지만, 내게 왓챠는 꽤나 큰 의미이다. 왓챠라는 서비스가 베타로 존재할 때부터 야금야금 나와 취향이 같은 사람은 누구인가 찾아보았고, 왓챠를 통해 나의 취향을 알아가곤 했다. 가끔은 내가 뭘 보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왓챠는 아는 것만 같은 착각에 왓챠 플레이를 켰다가 껐다가를 반복하며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기도 수십 밤째, 그런 밤들이 쌓이다 보니 결국 내 '보고 싶어요'에는 언젠가는 봐야지 했던 영화들로 가득 찼다. 그러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우리 언제 밥 먹자'와 같은 동의어인 듯 한 '언젠가는 보겠지'는 여전히 언젠가는 볼 영화로 남아있고, 요즘에는 내게 '언젠가는 봐야 하는 숙제 같은 영화'로 남아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 곳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브런치 매거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겨두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하나씩 리뷰를 남기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글을 쓴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이 글에 쓰지 않은 영화가 100배 더 많다. 언젠가는 봐야지 했는데, 딱히 끌리지 않았던 그 영화들.. 그것들 다 적으면 이 글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중에서도 내가 곧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영화들을 선별했다)




1.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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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DREAMING START LIVING

이 문구 하나로 이 영화를 봐야겠다 마음먹었다. 게다가 누군가가 한 '이 영화 영화계에서는 걸작이래'라는 말 한마디에 '오예스- 이거다!' 하고 보고 싶어요에 넣어뒀는데 아직까지 별점을 매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판타지 영화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러나 과거의 어떠한 사건 때문에 본래의 모험심과 탐험심을 숨기고 현실에 순응하며 상상만으로 자신의 모험심을 대신하던 월터, 그가 직장에서 잘릴 위기가 닥치자 상상만 하던 것들을 현실로 옮기는 이야기라니 조금 흥미롭지 않은가?(아닌가... 그래서 아직까지 못 봤나..) 5월 5일 어린이날에 맞춰서 보고 리뷰 남겨야지.



2. 바닷마을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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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싶어요에 넣은 이유. 포스터가 이뻤다. 그리고 일본 영화 중 그래도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인 하나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감독의 작품이라니 그걸로 충분했다. 내용을 찾아보니 불륜으로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본 홀로 남은 이복동생을 만나고, 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는데, 살짝 일본 가족 영화가 어떤 색감에 어떤 내용일지 상상이 가 '굳이 봐야 하나' 싶어 계속 플레이를 하지 못하던 영화였다. 그러나 촬영지인 일본의 가마쿠라도 너무나 가보고 싶은 도시 중 하나이고, 번잡한 사람들 속에서 있다가 집에 들어온 날이면 꼭 이런 느낌의 잔잔하다 못해 조용한 영화가 끌릴 때 딱인 것 같아 그런 날 후다닥 보고 바로 리뷰 남겨야지.



3. 클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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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예요? 하면 딱 이야기한다. '구스타프 클림트'요. 어릴 적 본 '키스'라는 작품이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그 후 오스트리아에서 클림트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그 화려함과 로맨틱(약간은 에로틱)함에 마음을 또 빼았겠다. 그러니 당연히 봐야지 하고 보고 싶어요에 넣었는데, 세상에 플레이를 누르기 전에 네티즌 평점을 먼저 봐버렸다.

'클림트의 예술보다 더 난해한 영화'
'덕분에 불면증 치료 완료'
'이렇게 영화 내내 이해 못하고 끝난 영화는 처음'.

아무리 팬이라고 해도 어찌 이 후기를 보고 바로 영화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네티즌 평점도 왓챠 평점도 그다지 좋지 않아 그냥 보고 싶어요에 몇 달째 머물고 있는 이 영화. 올해가 가기 전에는 볼 수 있겠지?



4.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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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프랑스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해할 수 없는 개그가 싫고, 내가 본 영화만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별것도 아닌 거엔 별거로 행동하고', '엄청 별거인 것 같은데 별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해서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힘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조금은 다를 것만 같아 '보고 싶어요'에 넣어 뒀다. 마담 프루스트와 같은 친구가 내 곁에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는 어느 후기의 말이 계속 맴돌아 '대체 마담 프루스트가 어떤 사람인데?' 그 정체가 궁금해 계속 보고 싶어요에 넣어 뒀다. 따뜻하고 소름 끼치게 좋다는 이 영화, 그러나 이런 영화들의 특징일까 아님 자극적인걸 좋아하는 나의 성향일까. 꼭 이런 영화일수록 '그래 이런 영화가 진짜 영화지'하면서 꼭 봐야지 라는 생각보단 언젠가는 봐야지 라는 생각이 더 커 쉽사리 봐지지 않는다. 이건, 생일 전까지 보고 힐링해야지.



5. 러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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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크 크레이지, 이 영화를 참 좋아한다. 어찌 보면 ONE OF THEM, 그렇고 그런 로맨스 영화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괜히 나는 그 영화의 따뜻한 영상미와 색감이 참 좋다. 이 영화에서 보고 좋아한 배우, '안톤 옐친'이 나온 영화라기에 당연히 보고 싶어요에 넣어뒀는데, 몇 해 전 그가 어이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본인이 세워둔 차가 경사길에서 밀리는 바람에 치여 죽다니. 참 독특한 러시아 억양이 좋아 앞으로도 기대된다 생각했던 배우였는데, 그렇게 허망하게 갔다니 아직도 믿기가 좀 힘들다. 그가 죽기 전에는 언젠가 봐야지 하고 넣어뒀던 영화인데,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걸 알고 나니 괜히 플레이하기가 꺼려진다. 게다가 찾아보니 후기가 극명하게 갈린다. 누군가는 반전으로 주는 메시지가 참 좋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앙꼬 없는 찐빵 같다고 하고. 대충 보니 무슨 느낌의 영화인지 알 것 같아 더 망설여지지만, 장도 아니고 계속 묵힐 수는 없으니 내가 꼭 보고서 나만의 후기를 작성해야겠다.



6. 터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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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고 싶어요에 넣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근데 뺄 수도 없다. 뭔가 매력적이다. 그런데 플레이를 누르기엔 나는 너무 게으르다. 이런 마음으로 이 영화는 떠나지 않고 계속 내 보고 싶어요에 남아 있다. 네이버 영화에 따르면 이 영화는 코미디이고, 멜로며, 로맨스물에 드라마란다. 이게 말이 되나? 뭐야 짬뽕 아니야? 싶은데 네이버 후기는 난리 났다. 왜 이 영화가 8점밖에 안되냐며, 나의 인생 영화이고, 내가 공항 갈 때마다 주인공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아서 매번 두리번거린다 등등등, 찬양하고 영화에 대해 토론하는 댓글들로 이미 넘쳐난다. 동유럽의 어느 작은 나라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의 나라가 쿠데타로 일시적인 유령 국가가 되어 미국으로 나가지도 그렇다고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공항에 갇히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인데, 이 안에 감동도 있고, 웃음과 사랑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오, 쓰다 보니 이 영화 보고 싶다. 5월 안으로 보고 남겨야지.



7. 스틸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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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ALICE, 사실 제목으로 영화가 주는 모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는 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세 아이의 엄마 엘리스, 그녀의 이야기를 담는 영화인데 그 제목이 STILL ALICE라니. 무언가 상상이 가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이 좋은 이유는 따로 있겠지 싶어서 보고 싶어요에 넣어 뒀다. 사실 이런 영화는 연출과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연기력이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플롯 내에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스토리를 넘어서는 연기력이 필요한데, 줄리안 무어라면 당연히 믿고 봐도 되지 않을까?



8.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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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괜찮을까요?! 제가 묻고 싶습니다.
결혼을 하자니 자신이 없고요, 그렇다고 안 하자니 고독사 할까 봐 걱정이네요.
말년에 외롭긴 싫어 친구처럼 같이 살 남편이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자녀를 낳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어요. 강아지만 키우면서 살면 좀 그럴까요?

어휴, 내가 질문할게 수두룩한데, 영화 제목 만으로 날 사로잡았다. 그래서 당연히 넣어뒀는데, 너무 쉽게 넣은 것과는 다르게 보기가 너무 어렵다. 이유는 일본 영화의 특성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이런 류의 영화가 '날카로운 관점'은 있어서 문제에 대한 요지나 중요점은 콕 콕 제대로 찍어줘 보는 내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데, 결국 결론은 없거나 '너에게 달려있어'하고 끝내버린다. 세상에, 영화가 끝난 후 내게 남은 건 결국 찝찝함과 머리 아픔, 그리고 앞으론 어쩌지 싶은 마음. 그뿐이라 시작하기가 겁이 난다. 그래서 아직 시작을 못했는데 후기를 보니 20살보단 30에게 더 좋은 영화라고 한다. 아, 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뒤로 미뤄왔나 싶다. 이제는 볼 때이다. 서른이 다가온다.



9. 에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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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고를 때 마법 같은 단어들이 몇 개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박찬욱, 봉준호. 뭔지 모르겠는데 이들의 이름이 들어가면 약간 인간 된 도리로 혹은 교양을 쌓기 위해서라도 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근데 함정은 아직도 나는 옥자도 못 봤다.) AI도 역시 그런 의미로 보고 싶어요에 넣어 뒀다. 그런데 그 후에 평을 봤는데 생각보다 쉽게 보기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영화였다. 가슴이 먹먹하다, 생각이 많아진다 등의 평은 쉬이 플레이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한다. 보다 경건한 마음과 마음의 준비를 한 후 휴지와 함께 봐야 할 것 같아 (특히 다음날 일정이 아예 없으면 좋겠다) 계속 보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에 4차 산업혁명이네 뭐네 하면서 다들 HER를 다시 보던데, 나는 이걸 봐봐야겠다.



10. 카페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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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언니 안녕하세요! 언니 덕분에 영어 공부했어요. 셀레나 언니

사실 가십걸의 내 최애는 이 구역의 미친년이라는 희대의 명대사를 남긴 블레어 언니지만, 셀레나 역시 못지않게 내 영어를 책임진 감사한 언니다. 그런 언니가 나온 영화라니, 게다가 1930년대를 배경으로 뉴욕과 할리우드를 번갈아 가며 보여준다니, 세상에 안 볼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기서 나의 플레이 버튼을 막는 큰 산, 우디 엘런. OH MY GOD. 그의 사생활이 어떻든 그가 영화감독으로서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는 굳이 이 글에서 쓰지 않아도 다들 알 테고, 모른다면 네이버에 우디 앨런만 쳐도 후두두둑 다양한 블로그가 나와 굳이 여기서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될 테다. 그러나 나는 그의 영화에서 꼭 나와는 '큰 틀'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우디 앨런 로맨스 영화에는 자신의 삶을 투영한 듯, 항상 남자가 다른 예쁜 여자(어린 여자)와 바람이 나곤 하고(그들은 로맨스라 부르지만, 생각해 보면 내로남불_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_이다), 나이 많은 남자와 어린 여자가 커플이 되곤 한다. 이러한 우디 앤런표 영화들이 어느 순간부터 유쾌하지 않아 그의 영화를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디 앨런이라니, 게다가 이번에도 바람을 피나보다. 어휴, 꼭 봐야 하나 싶은데 또 배우진은 빵빵하고 우디 앨런이 영상미는 또 얼마나 잘 잡는지 아니까 안 볼 수는 없고, 그렇게 오랫동안 내 보고 싶어요에만 담겨 있었다. 이 영화는 음... 언제까지 볼까? 진짜 외로울 때 봐야겠다.




사실 이 외에도 엄청 많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부터 치코와 리타까지 별의별 장르의 영화가 별의별 이유(핑계)로 아직까지 플레이 버튼이 눌리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 10개도 뭉그적거리며 볼게 뻔해 이렇게 빼도 박도 못하게 글을 남긴다. 일단 위의 10편을 다 보고, 쓰고, 남긴 후에 다음의 10편 그리고 그다음의 10편 이렇게 글을 남기며 보고 싶어요에 있는 영화를 줄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