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기 63일차. 새벽 안개 속에서 달리다 보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기에 사물의 구분이 쉽지 않다. 분명 멧돼지로 보이는 커다란 것이 슬슬 움직이고 있었는데 지나갈 때 보니 동그랗게 말린 짚에 주황색 천이 덮인 것이었다.
헉헉 거리는 숨소리가 앞에서부터 들려오더니 순식간에 사람이 나타났다가 내 옆을 스쳐 사라졌다. 안개 속에서 달리는 또 다른 러너. 그 시간 나만 안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힘을 줬다. 달리면서 결핍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몸이 약하기에 높은 강도로 운동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씩 꾸준히 운동을 한다. 달리기를 할 때도 조금 무리를 하면 몸에 바로 신호가 온다. 덕분에 몸 상태를 체크하고 조절할 수 있다. 아프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신기하고 고마운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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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달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