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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운명에 대한 단순한 사실

영화 테넷

by 봉봉주세용


철학책이나 고전을 읽다 보면 내용이 이해가 안 되어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분명 눈으로는 글을 읽고 있으나 머릿속에서는 내용 해석이 안되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 책을 꼭 읽어야 하는 경우라면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십중팔구는 책을 덮게 된다.

책을 읽는 목적이 지식의 습득일 수 있으나, 대다수는 독서를 통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한다. 영화를 보는 목적도 마찬가지이다. 영화를 통해 지적인 자극을 받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보통 영화를 보는 건 즐거움을 느끼기 위함이고, 즐거움은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스토리와 내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즐거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테넷은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즐거움 보다 골치 아픔을 선물했다. 개연성을 느끼기 힘든 전개와 불친절한 스토리텔링. 감독은 영화 초반에 관객에게 선전포고를 한다.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느껴라."

검증된 천재 감독의 영화이기에 영화를 보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해 보려고 애쓴다. 하지만 곧 포기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낯선 개념과 역재생과 순재생을 한 화면에 담음으로써 느끼는 혼란. 결국 이해 대신 느끼는 거라는 위안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다행인 것은 한번에 영화를 이해했다는 이를 아직까지는 보지 못했다는 것.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위로와 안도감. 놀란은 테넷을 20년 동안 기획했다고 한다. 마에스트로의 불친절한 영화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걸 볼 수 있어 감사하기도 했다.



이 복잡한 영화 테넷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나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단순한 사실.


#테넷 #크리스토퍼놀란 #영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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