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보는 그 녀석은 내 발에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나와 걸음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한번씩 대각선으로 걸으며 내 발걸음을 멈춰서게 했고 땅에 뒹굴다가 다시 보폭을 맞춰 걷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10분 정도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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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멈춰선 그 친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내가 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쉽긴 했지만 헤어질 시간. 30분 후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을 때 녀석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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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는 듯 눈을 살짝 감고 있었다. 그러다가 녀석은 잠에서 깨어 게슴츠레 나를 바라봤다.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 앞으로 다가 섰는데 녀석은 깜짝 놀라며 보이지 않는 곳으로 재빠르게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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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순간 벌써 잊은 걸까. 아니면 기억 상실증? 친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호락호락한 녀석이 아니다. 혹시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그때는 반갑게 인사하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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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고양이그램 #반가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