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 답이다”, “현장을 챙겨라”, “고객들을 만나라”라고 부르 짓던 리더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패권경쟁) 그리고 첨단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정치, 경제, 외교, 사회의 패너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라는 안개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기업은 자의에 의해서 또는 타의에 의해서 생사의 기로에 섰다. 그 어느 때보다 리더의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는 시기다. 리더, 양복을 벗어던지고, 부츠를 신어라!
기업과 조직을 이끌어 가는 리더라면 한 번쯤 들어 봤거나, 최소한 한번 이상 직원들에게 했을 법한 말이 있다. “탁상공론이다”, “현장에 나가라”, “고객들을 만나라”, “현장이 답이다” 모두 현장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그런데 최근 현장이 중요하다는 말이 물색해질 만큼 리더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도, 소비자와 거래가 이뤄지는 매장에서도 리더의 모습은 온데 간데없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미국과 중국의 갈등(패권경쟁) 그리고 첨단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정치, 경제, 외교, 사회의 패너다임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 등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지금 그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언더커버 보스의 교훈
현장경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언더커버 보스”란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CBS가 제작하여 방영한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웨이스트 매니지먼트 CEO 래리 오도널 편 첫 방송 이후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2020년 11월까지 127명의 CEO 위장취업기가 10개 시리즈로 제작됨). 가장 인상 깊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던 래리 오도널의 위장취업 에피소드를 먼저 간단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미국 최대의 환경미화 업체인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CEO 래리 오도널이 작업복을 입고 쓰레기 처리장으로 향한다. 그는 신입 직원으로 쓰레기 처리장에서 일주일 동안 그가 고용한 근로자들과 함께 보내야 한다. 쓰레기 처리장에서 매일매일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중간중간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동료로부터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어 깡통에다가 소변을 본다는 동료. 그는 그제야 깨닫고 말한다. “난 책상에 앉아서 생산성만 외쳐 댔다”. 사실 래리 오도널은 회사를 위해 자신이 추진했던 비용 절감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확인하러 위장 취업한 것인데, 자신이 추진한 정책으로 직원들이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보고, 듣고, 느끼게 된다는 이야기다.
래리 오도널을 비롯해 “언더커버 보스”에 등장하는 127명의 CEO 사례는 현장경영에 있어 몇 가지 교훈을 던진다. 그것은 바로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보라”, “살아 있는 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마지막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체험해서 느껴라”다.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More Boots, Less Pants(양복을 벗어던지고, 작업화를 신어라)”. 현장으로 달려가라는 것이다.
수많은 리더(정치, 경제, 사회 등 전분야의 리더)들이 현장경영을 표명하면서 “현장”을 부르짖고, “현장”을 방문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리더들이 보여주는 현장경영의 모습은 “언더커버 보스”의 교훈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마치 잘 짜여인 각본대로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리더는 언제, 어디를 방문하여,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사전에 철저하게 기획되는 것은 드라마나 영화의 시나리오와 같고, 리더의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현장에서는 일주일 또는 한 달 전부터 먼지 하나 없도록 청소하고, 리더와 이야기를 나눌 적합한 대상자를 물색해 훈련시킨다. 게다가 혹시나 모를 변수들을 생길까 봐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한다. 이 모습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위해 세트장을 짓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게다가 현장은 리더가 방문하는 시점부터 리더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전 과정을 수차례에 걸쳐 예행연습한다. 리더의 심기를 거슬리지 않기 위해서, 혹시나 모를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섭외된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 전 실시하는 대본리딩의 모습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러한 모습은 현장경영이 가진 의미를 생각한다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리더, 질문의 순서를 바꿔라!
현장경영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리더가 현장에 나간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나가서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고, 대책을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나가지 않는 것만 못하다. (현장방문으로 잃게 되는 기회비용, 노동 효율성 감소 등)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장경영 기획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획은 “WHAT”, “HOW”, “WHY”순으로 이뤄진다. 이 경우 종종 현장방문이 목적(WHAT)이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방문이 목적이 되어버리면, 방법(HOW)은 단순한 수단이 되어버리고, 현장경영의 성과라고 남는 것은 "어디를, 누가, 몇 번, 방문했다"는 의미 없는 결과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현장경영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앞선 언급한 질문의 순서를 “WHY” - “HOW” - “WHAT”으로 바꿔야 한다.
왜 현장경영을 하는가? WHY
많은 기업들이 현장경영을 표명하지만, 단순한 현장방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현장방문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 경영이란 기업의 설립 목적에 맞게 인적, 물적 자원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현장경영을 하는 목적이 인적, 물적 자원들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인지, 효과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문제점과 원인을 찾는 것인지,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인지 명확히 할 때 현장경영을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WHY”는 현장경영 실현을 위해 리더가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HOW
현장경영의 목적이 명확하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장경영을 위한 적절한 방법론을 설계하는 것이다. 현장경영을 위한 방법론 설계는 목적에 맞춰 대상을 정하고, 준비한 도구와 절차로 체계적인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현장경영의 목적이 확인이라면 확인에 필요한 대상을 정의하고, 확인을 위한 적합한 도구와 절차를 마련해 설계해야 한다.
무엇을 할 것인가? WHAT
현장경영의 목적과 방법론까지 설계되었다면 마지막으로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활동과 행동을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즉 “WHAT”이 필요하다. “WHAT”은 리더가 현장경영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활동 또는 행동이다. 만약 현장경영의 목적이 확인이라면 확인해야 될 대상에 대한 주요 내용을 체크리스트(도구)로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목적 달성에 필요한 활동 또는 행동을 누락하지 않고 순서에 맞춰 빠짐없이 행할 수 있다. 보고, 듣고, 느끼고, 말하면서 말이다. 즉, 육안 검증, 심층적 관찰, 정성적 활동이나 행동 등을 결정하는 “WHAT”이란 질문이다.
리더, 현장으로 돌아가라!
2021년 2월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등 다양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의 기업들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수많은 기업들이 생산, 영업, 마케팅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다. 게다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졌으며, 현재의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은 책상에 앉아 고민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동안 관행처럼 해오던 현장경영 방식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목적에 맞는 진정성 있는 현장경영만이 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답을 찾는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현장이 답이다(2007년)”라는 책을 집필한 다카하라 게이치, 언더커버 보스라는 프로그램에 등장한 127명의 CEO 사례들처럼 현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리더, 생사(生死)의 기로에 선 기업을 생(生)의 길로 들어서게 하고, 탄탄한 미래를 열기 위해 지금이야 말로 “More Boots, Less Pants”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