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중국에는 여성 헤어스타일리스트가 없을까


중국에서 살면서 대형 체인 미용실에 가면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풍경이 조금 낯설수 있다.
한국과 달리 줄지어 서 있는 스타일리스트 대부분이 남성일 것이다.

고개를 돌려도, 샴푸실을 봐도, 커트 존을 지나도—여성 디자이너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원래 중국은 남자 스타일리스트가 많나 보다.”
예전에는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게 되었다.

이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지난 20년 사이에 만들어진 풍경이었다.


1. 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시작해보자

광저우의 한 미용학교를 다니는 19살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샴푸실만 벗어나고 싶어요. 가위라도 한 번 잡아보고 싶거든요.”

그녀는 학교에서는 분명 ‘미용 전공 학생’이었다. 그러나 현장 실습을 나가면 역할은 거의 고정됐다.
샴푸, 보조, 타월 정리. 가위를 잡는 것조차 ‘경력 많은 남자 선배’에게만 허락되는 분위기였다.

그녀의 표정에는 슬픔보다 ‘체념’이 먼저 자리 잡고 있었다. “여자니까… 어쩔 수 없어요. 다들 그렇게 말하니까요.”

그녀의 경험은 중국 전역의 수많은 여성 실습생이 공통으로 겪는 현실이었다.


2. 고객의 한마디가 만든 보이지 않는 벽

미용실에서 여성 스타일리스트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이거라고 한다.
“어… 오늘은 선생님이 직접 자르시는 건가요?”

아무 악의도 없는 질문 한마디.
하지만 이 말이 반복될수록 업계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뚜렷해진다.
‘기술은 남자가 더 낫다.’

고객의 심리만 바뀌는 게 아니다.
대표는 남성 스타일리스트를 더 선호하게 되고, 여성 지원자는 시작도 하기 전에 기회를 잃는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경기장에서 출발하는 셈이다.


3. 산업은 감정보다 숫자에 더 빨리 반응한다

대형 체인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성 고객의 고가 서비스—염색, 펌, 트리트먼트—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잘생긴 남성 스타일리스트가 있을 때 매출이 눈에 띄게 오른다.”

이 간단하고 잔혹한 공식은 업계를 순식간에 바꾸었다.
체인점들은 젊은 남성만 대거 채용했고, 작은 미용실도 이를 따라가며 ‘잘생긴 디자이너’가 하나의 마케팅 모델이 되었다.

그 결과는? 여성 디자인 인력의 자리는 점점 사라졌다.


4. 여성에게는 더 힘들고, 더 느린 길

미용은 쉽게 보이지만 사실 고된 업종이다.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고, 휴일은 대목이라 쉬기 어렵고, 초반에는 가위·염색약까지 직접 구매해야 한다.

여성 디자이너 지망생에게 이 길은 더 멀다.
기술을 배우기까지의 시간이 길고, 기회는 적고, 수입은 불안정하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고민 끝에 다른 길로 향한다.
네일, 미용, 속눈썹, 반영구, 라이브커머스. 비슷한 ‘뷰티 업종’이지만 더 빠른 성장과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굳이 여기서 버텨야 할 이유가 없어요.” 이들의 말에서 조용히 단절된 경로가 보인다.


5. 시작점부터 좁아지는 통로

중등 직업학교의 미용학과에서조차 남녀 비율은 이미 크게 기울어져 있다.

어떤 농촌 가정은 여전히 이렇게 말한다. “여자가 기술학교 가봤자 돈만 들어가. 빨리 취업해서 돈 벌어야지.”
반면 남자아이에게는 “기술 하나면 어디서든 살아남는다.”는 말이 덧붙는다.

결국, 업계로 진입하는 ‘원천 인력’부터 남성 위주가 되는 구조다.


6. 남성 중심의 ‘비공식 교실’

중국 헤어 산업은 ‘師徒(스승-제자)’ 문화가 깊다. 문제는 이 네트워크가 거의 남성 중심이라는 것.

퇴근 후의 술자리, 실전 교육, 게임방, 고객 공유… 이 모든 ‘비공식 학습 공간’은 자연스럽게 남자 그룹 안에서 이루어진다.

여성 실습생들은 말한다. “그 모임에 끼어들 수가 없어요. 정보도, 기회도, 고객도 거기서 오는데.”

산업이 스스로 남성 중심을 강화하는 순간이다.


7. 그래서 여성 미용사는 사라진 게 아니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중국의 여성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들은 존재한다.
다만 사람들이 자주 찾는 대형 체인점, 번화가 매장, 고가 서비스 시장에서는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많은 여성들은 이미 동네 커뮤니티 샵, 1인 작업실, 네일·속눈썹 업계로 스며들었다.
혹은 스스로 작은 스튜디오를 차렸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8.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이 구조를 바꾸는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고객이 먼저 편견을 내려놓는 것

업계가 여성에게도 공정한 승급과 기술 교육을 제공하는 것

직업학교에서 여학생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


미용은 사람이 가진 미적 감각과 소통 능력이 핵심인 직업이다.
그 능력에는 성별이 없다.
그저, 지금까지 보이지 않게 가려져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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