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방의 추억

지금과는 많이 다른 묘한 냄새가 나는 그런 곳이었지요.

by 만보

정신 차리고 보면 1970년대가 가장 만화책과 가까이했던 시대였다고 생각을 합니다.

80년대에 들어서는 이런저런 시대적 혼돈과 함께 일본산 만화책이 한국 해적판 만화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다른 감상을 가지게 됩니다.


00-5.jpg 역시 6~70년대 만화방은 저 고무줄이 상징적이지요.

70년대 중반에 들어서 만화방을 시작하신 큰 이모는 저에게 있어서 완성형에 가까운 장소를 제공해 주셨더랍니다. 물론 그전에도 동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만화책을 보고 다녔지만 어린 코흘리개 꼬마가 와서 몇 원 내놓고 오랜 시간 만화책을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주인의 눈총이 느껴진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이모가 하는 만화방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방학 때 아예 이모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아침밥 먹고 들어가 앉아 하루 종일 보고, 가게 문 닫을 때까지 보고하던 추억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천국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덕분에 저는 어린 나이에 비해 상당히 많은 만화책 독서량을 자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 만화를 보면 나오는 어려운 단어들을 물어보면서 이래저래 공부를 했다고 하겠지요.


조금 나이를 먹고 당시에 느꼈던 묘한 냄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좋지 않은 종이와 인쇄기기로 만들어진 책자가 조금 우중충한 곳에서 보관되면서 생기는 종이 곰팡이 냄새와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이야 추억으로 돌아볼 수 있는 세트장 구성을 보면서 그런 시대를 추억할 수 있겠지만 당시 여건은 그렇게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보니 확실히 비위생적인 부분이 많이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 이모님 만화방은 그 옆이 바로 연탄 배급소였습니다.

연탄가루 펄펄 날리다 보니 좀 그렇고 그런 부분도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가끔 오래된 종이 냄새나 고서 책방을 돌아보면 이런저런 향수를 느끼게 되는데 만화방에서 느꼈던 것은 묘하게 아쉬움을 느끼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해외 서점을 돌아보면 그런 냄새로 기억되는 추억이라는 것이 묘하게 다른 경험을 하게 되기 때문에 또 나라마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기억을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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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생각을 해보면 그 시대의 물건들을 기억하는 과정에 있어 책자, 잡지들이 가지고 있던 구성을 지금 보면 촌스럽기 그지없지만 경험하고 추억하는 사람에 있어서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동네 만화방이 망하면 찾아가서 이런저런 책자를 구입해 들고 왔던 추억도 있고요.

다만 그렇게 모아두었던 것들이 보관을 잘못해 망가지거나, 부모님에 의해 버려지는 상황을 맞이하여 많이 버려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뜩이나 해외를 자주 나가 돌아다니는 덕분에 오랫동안 집을 비웠기 때문에 이래저래 버려진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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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제가 아니라 다른 분들이 많이 잘 보관을 하고 계셨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저런 형태로 깔끔하게 보관된 부분들을 만나보면 참 묘한 추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물론 대부분 이상한 구성을 가진 작품들이 많았던 만큼 오리지널로만 기억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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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작화는 아무래도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극화나 아이템 묘사에 있어서 많이 참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것 때문에 나중에 일본에서 본 여러 만화책들과 묘한 동질감까지 느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나마 70년대까지는 그렇게 의식을 하고 보지 않았지만 아주 빠르게 일본 만화와 한국만화의 구분을 한 친구들도 있었던 것을 보면 이런 것도 의식적으로 알고 보는 사람과 모르고 보는 사람의 차이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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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SF, 로봇이 나오는 작품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시 대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안에서도 여전히 찾기 어려운, 틀림없이 저는 봤는데 출간 기록이나 자료에는 남아있지 않은 그런 만화책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일본 만화를 카피하거나 짜깁기 해서 만들어진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태생이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그 책자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상 기록만으로 되찾아보기란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묘한 향수와 함께 그런 시대를 찾아보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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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 출판만화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가장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만족시켰던 70년대 말과 80년대를 들 수 있겠습니다.

그 시대를 돌아보면 확실히 지난 때와는 다른 인쇄 상태나 작품 구성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성인시장으로 대표할 수 있는 스포츠 일간지에 연재되는 만화를 비롯하여 성인잡지에서 볼 수 있었던 작품군들은 일본과는 다른 형태로 발전을 했기 때문에 나름 독창적인 매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전히 만화를 보는 소년소녀들이 성장을 해서 계속 만화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시장 영역을 구축한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중간층, 성인층 만화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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