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로 일하며 프로골퍼가 된 남자

by 최은규

최정규라는, 수상하리만큼 나와 이름이 비슷한 프로골퍼가 있다. 나는 본의 아니게 이 남성의 인생사, 집주소, 주민번호까지 모든 걸 낱낱이 알고 있다. 이 남성은 예민하고 내향적인 나와 다르게 성격이 낙천적이고 친화력이 좋다. 연년생 동생인 내가 아무리 대든들 한 번도 두들겨 팬 적이 없던 걸 보면 말이다.


우리 집 사업이 한창 잘 나갈 적에 아빠는 천안의 모 지하골프장을 즐겨 다녔다. 타고난 재능러였던 아빠는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골프장 월례 라운딩에서 우승을 해버리는 기염을 토했고, 충격을 받은 십수 년 구력의 아저씨들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우승 트로피조차 만들어주지 않았다.


지하골프장을 평정한 아빠는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나에게 골프 레슨을 붙여주었고, 얼마 후 골프장에 놀러 온 우리 형도 재능을 보이며 골프를 배우게 됐다. 어느 날 아빠는 골프장 입구에 초등학생이던 우리 형제를 세워놓고 앞으로 공부를 할 건지, 골프를 할 건지 고르게 했다. 나는 공부를, 형은 골프를 선택했다.


우리 집 사업이 시원하게 나자빠진 후에도 골프채를 놓지 않았던 형의 스토리는 감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고난의 행군이었다. 형은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햄버거 가게 알바, 지하골프장 알바, 골프장 연습생, 캐디까지 쉬지 않고 일했고, 남는 시간에 골프 연습을 했다. 아카데미 멤버들이 모두 해외로 전지훈련을 떠나도 형은 홀로 그물 연습장 남아 공을 쳐야 했다. 골프연습장 식당에 식비가 밀려 매일 이모님들의 따가운 눈칫밥을 먹으면서 말이다. 남들이 대회가 열릴 코스를 미리 수 차례 돌아보고 연구해 올 때에도 형은 늘 낯선 티박스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형의 재능을 알아보고 도와주셨던 아카데미 코치님조차 레슨비를 못 내는 형의 골프백을 빼앗아 가버렸다.


하지만 형의 근성은 초인적이었다. 형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골프를 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난다고 했다. 형은 그만큼 골프를 좋아했고, 늘 씩씩하고 성실했다. 어떤 일을 해도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시키지 않은 일도 묵묵히 했다. 캐디로 일할 때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저녁 7시까지 일하고 남는 시간에 공을 치는 생활을 수년간 반복했다(아침저녁을 닭가슴살만 먹는 광기는 덤이었다). 형은 그렇게 시간을 쪼개 연습해 가며 세미 프로, 정회원 프로, 투어 프로로 이어지는 한국프로골프협회 프로 자격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갔다. 1부 투어 생중계에 소개되는 형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전업으로 돈과 시간을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한 일을 해낸 것이다.


형이 가진 회복력은 낙천적인 성격도 있지만 해학을 즐기는 우리 가족의 유쾌한 분위기 덕도 있는 것 같다. 형이 쓰는 골프채의 고무 그립이 닳고 닳아서 샤프트가 뼈처럼 드러나자, 우리 가족은 그걸 실리콘으로 메꿔 쓰면서 재밌다며 깔깔 웃었다. 정회원 프로를 딴 날 기분이 좋았던 형과 아빠는 무리해서 돈까쓰를 사 먹는 바람에 톨게이트에서 10원짜리 동전까지 싹싹 긁어모아야 했다며 즐거워했다. 빨간 주유 불이 들어온 무쏘에서는 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멀리서 보면 비극인 일도 우리 집에선 희극일 뿐이었다. 우리 형제는 지금도 아빠를 사업 망한 걸로 놀려먹는다.


그래서 그런지 형은 늘 남다른 시각과 태도로 문제를 풀어낸다. 형이 레슨으로 전향한 후 모 골프연습장에서 임금 체불을 당한 적이 있다. 체불이 두 달을 넘어가자 나는 하루빨리 그만두라고 했지만 형은 계속 자리를 지켰다. 모든 소속 프로가 그만둬버리면 연습장은 손님이 끊기고 사업장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형이 그런 상황에서도 끝까지 예의를 지키고 제 할 일을 다 하는 걸 보고 놀랐다. 마침내 연습장이 매각되어 형은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었고, 이게 입소문이 나서 재취업도 수월했다. 형이 삶의 힘든 순간들을 어떤 식으로 넘겨왔는지 잘 보여주는 일화였다.




최정규 프로는 지금 북광주골프클럽에서 레슨을 하면서 장타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올 봄에 골프를 배우고 싶으신 분들은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최정규 프로에게 레슨을 받아보시기를 권한다!


최정규 프로 인스타그램

레슨문의: 010-7674-1260


https://www.youtube.com/watch?v=DHsAVypbzjM&t=168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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