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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성 Oct 01. 2016

일단 재미 들리면 멈추기 힘들어

      



‘올인’, ‘허준’ 등으로 우리에게도 꽤나 친숙한 드라마 작가 최완규가 했던 말이 있다.


글쓰기는 마약과 같아서 한번 쓰기 시작하면 그만두기가 정말 힘들다. 당장 먹고 살기 힘들어도 언젠가는 되겠지, 라는 희망을 놓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는 천성과 관계된 거라고 생각한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이런 말.. 이해 못하는 사람 참 많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최고 가치는 ‘돈’이니까. 뭘 하든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남들 뼛골을 우려먹건 뒤통수를 치건. 그런 사람들이 이런 심오한 말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고 보니 의도치 않게 책 초반부터 이런 글들을 많이 쓰는 것 같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읽고 있는 사람은 ‘고결한 영혼’, ‘섬세하고 여린 감성’, 이런 말들과 가까운 사람이 아닐까?



물론 모든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나 역시 그렇다고 내 입으로 말하지는 못하겠다. 가까운 것 같기는 하지만. 죄송하다.




이런 말.. 이해 못하는 사람 참 많을 것이다. 




지금은 잘 그러지 않지만 한 오년 전까지만 해도 그전에 써놨던 글들을 한 번씩 볼 때가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유치한 설정, 혹은 말도 안 되는 설정에 가끔은 손발 오글거리는 대사들, 아무튼 정말 내가 봐도 부끄러운 글들이었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은 참 많이 늘었구나, 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생기기도 한다.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소리다.


지금의 나 역시 그렇다. 소설만 쓰던 내가 이런 글을 쓸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끔 한심한 수준의 책들을 볼 때면 “내가 써도 이것보다는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했었지만, 정말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놀라운 건 소설보다는 훨씬 쓰기가 쉽다는 거다. 소설적 설정이 들어가는 글이 아닌, 그냥 어떤 주제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는 글이 이렇게 쉬울 거라고는 생각을 많이 못해봤다. 아무래도 내가 속에 담아둔 게 많았던 것 같다. 


이렇게 쉽게 써지는걸 보면. 한바탕 수다를 떠는 것과도 비슷한 기분이다. 진작 이런 글도 좀 써서 책도 좀 내고 할 걸.. 이라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나도 이런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는 거다. 숙제하듯 계획적으로 쓰는 것이긴 하지만.




예술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영혼을 가지고 태어난 존재다. 



게임이나 당구 같은 다소 잡스러운 취미가 아닌 이런 고상한 것에 재미를 느껴서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서 친구들을 만나면 지금은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다. 예전에는 게임방에도 가고 당구장에도 가고 했었지만 내가 진저리를 친다. 그래서 조용히 술만 마신다. 안주를 찾아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가며.


난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아는 사람이 드라마를 배울 때 교육원에 같이 다니던 사람뿐이었다. 한동안은 주기적으로 만나서 회포를 풀기도 했지만, 안본지가 벌써 한 오년은 된 것 같다. 살다보니 그렇게 됐다. 자연스럽게. 


그때 그 사람들 중에서 어떻게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친했던 누나 한명이 그곳에서 알게 된 선생님의 보조 작가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이미 오년 전인데 아직도 그 일을 하고 있을까. 






그 누나는 대학도 관련학과를 나와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먹고 살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글을 아예 안 써도 미련은 오래도록 남겠지만 아쉬울 건 없다는 소리다. 


내가 만약 그 누나처럼 대학을 나왔다면 다른 길을 걸었을까? 안 가봤으니 모를 일이지만 장담은 못하겠다. 


조금 편한 길이 있으면 그쪽도 한번 정도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나는 정말 ‘글’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관두고 ‘직업’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그건 정말 싫었다. 


그게 내가 아직 ‘이 바닥’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다. 


재미를 느껴 앞뒤 안 재고 뛰어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고개 들어보니 막다른 곳이었고 물러설 수 없었다.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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